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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한 집값에 ‘화들짝’… 주식·가상화폐 등에 과감하게 ‘베팅’ [‘변화의 중심’ MZ세대]

입력 : 2021-04-19 23:00:00 수정 : 2021-04-20 08: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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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소비·투자 주체로 부상

유튜브·SNS 통해 투자 정보 쉽게 취득
2020년 상장사 주식 보유 20대 전년比 180%↑
2020년 3월 이후 증시 신규 진입 54%가 ‘2030’

더 나은 수익률 찾아 해외주식 매입 예사
목돈 마련 위해 ‘빚투’까지 마다하지 않아

부자들의 전유물 미술품 투자 ‘큰손’ 부상
한정판 운동화 ‘리셀’ 스니커테크도 인기
“원가 처분 가능… 가장 안정적 재테크 수단”

재테크 목적, 절반이상 “집마련·노후대비”
요행 노리고 무리한 투자… 빚더미 앉기도

MZ세대는 요즘 ‘재테크’에 꽂혀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욜로(YOLO: 인생은 한 번뿐이다)’족의 행복한 소비가 대세인 듯했지만 급등한 집값 등에 생존 위기를 느끼면서 확 달라졌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주식투자에 입문해 ‘동학개미’ 붐을 주도했고, 가상화폐 투자에도 나섰다. 기성세대가 부동산이나 주식, 금 등에 투자한다면 MZ세대는 주식뿐 아니라 가상화폐, 그림, 게임, 스니커즈 등 투자 대상이 훨씬 다양하다.

온라인으로 정보를 수집·소통, 빠르게 반응하고, 재미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코인 투자에서 보여주듯 과감한 투자도 MZ세대의 특징이다. 취업난과 부동산 급등 속에서 미래를 도모하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 투자 흐름을 바꾸고 있다.

◆주식 투자의 새 흐름 MZ세대

한국예탁결제원의 ‘2020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개인소유자 보유금액 현황’에 따르면 상장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20대는 2019년 38만2000여명에서 107만1000여명으로 18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의 보유 금액도 5조7000억여원에서 12조6000억여원으로 120.9% 늘었다. 30대의 상장사 소유자는 107만2000여명에서 181만2000여명(69.1%), 보유금액은 26조8000억여원에서 51조6000억여원(92.6%) 늘어났다.

2030세대의 주식투자 증가로 증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증시에서 MZ세대의 비중은 약 31%였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이후 증시에 새로 진입한 연령을 보면 절반 이상인 54%가 2030세대였다.

특히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투자 관련 정보가 넘쳐나면서, 젊은 세대가 투자에 더 쉽게 뛰어들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직장인 김모(34)씨는 “과거에 주식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고 가상화폐는 다 사기며, 오로지 적금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단체 채팅방에서 재테크 성공사례를 보고 난 뒤 마음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들 세대는 재테크 수익률을 위해서라면 국내 증시는 물론, 해외 주식과 가상화폐 등을 가리지 않는다. 해외주식의 경우 수익에 대해 과세 부담이 있고 가상화폐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의 리스크가 있지만 더 나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 감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해외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로 2억여원을 번 박모(35)씨는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으면 큰돈을 모으지 못한다”며 “해외 주식과 가상화폐를 절반씩 나누어서 투자했다. 수익을 냈으니 망정이지 손실을 입었으면 빚더미에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MZ세대는 목돈 마련의 기회를 잡기 위해 ‘빚투’(빚내어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전 세대는 빚이 있으면 가장 먼저 대출 상환을 목표로 하고 그를 위해 저축을 했으며 투자는 선택사항이었다. 하지만 MZ세대는 빚이 있어도 가능하면 대출을 더 일으켜 투자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윤모(35)씨도 이미 전세자금대출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초 아내와 함께 신용대출 수천만원을 더 받아 주식을 시작했다. 윤씨는 “단기간 목돈을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무조건 돈을 불릴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시기를 놓칠 수 없었다”면서 “대출이자가 저렴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데다 그보다 많은 수익을 얻고 있어 다시 생각해도 잘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MZ세대의 과감한 빚투는 지난해 사상 최대 가계대출 증가에 기여했다.

한국은행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030 청년층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대비 8.5% 늘어 다른 연령층 증가율(6.5%)을 웃돌았다.

◆그림·운동화에도 투자… MZ세대 재테크 수단 된 ‘리셀’

MZ세대들은 과거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품 투자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돈만 있으면 가질 수 있는 데다 ‘짝퉁’이 판치는 명품 아이템에 비해 미술품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취향을 드러낼 수 있고, 잘만 하면 ‘리셀’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을 되파는 ‘아트테크’(아트+재테크)다.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미술장터인 ‘아트바젤’과 이를 후원하는 금융기업 UBS가 발표한 ‘2021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중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10개국에서 미술품을 구매한 자산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 수집가 2569명 중 52%는 밀레니얼 세대, 4%는 Z세대였다.

미술품보다 더 접근성이 쉬운 ‘리셀’ 아이템은 한정판 운동화다. 구매경쟁이 치열해서 그렇지 품목에 따라 구매만 해낸다면 1000%의 수익도 가능한 게 바로 ‘스니커테크’(스니커즈+테크)다. 이 때문에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운동화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스니커테크는 이제 MZ세대들의 대세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한정판 운동화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리셀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코언앤드코’는 2019년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을 20억달러 규모로 추산했는데, 2025년에는 6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MZ세대에게 저렴한 한정판 운동화는 10만원대의 돈만 있으면 구매할 수 있어 그야말로 ‘하이 리턴, 로 리스크’의 재테크로 통한다. 스니커테크를 부업으로 한 달 평균 200만원대의 수익을 올린다는 직장인 이모(36)씨는 “주식이나 가상화폐는 위험성이 상당히 있지만, 신발 리셀은 못해도 원가 처분은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이라 자부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과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MZ세대 재테크도 목적은 내집 마련·은퇴자금

2030세대의 궁극적인 재테크 목적은 무엇일까. 많은 돈을 벌어 일찍 은퇴하는 이른바 ‘파이어족’을 희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내집 마련과 은퇴자산 축적 두 가지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전국 25∼39세 남녀 7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복수응답)한 결과 이들 세대가 꼽는 재테크 이유로는 주택구입 재원 마련(61%)과 은퇴자산 축적(50%)이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과감히 투자하는 MZ세대 재테크 성공담은 이제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모든 MZ세대가 그런 것은 아니다. 큰 기회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여윳돈이 많지 않아도 꼼꼼히 분석하고 투자해 돈을 불려가는 청년이 있는 반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불법 주식리딩방에 가입하고 무리하게 ‘빚투’를 하다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큰 손실을 본 사례도 적지 않다.

서민금융진흥원의 한 상담 관계자는 “10만원, 20만원쯤은 아무렇지 않게 결제하고 빌리다가 불법대출에 손을 대 사회생활도 시작하기 전에 큰 빚을 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큰 손해이며, 그 규모가 늘어나면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전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내 성인의 금융 이해력 점수는 66.8점이었으나, 29세 이하 청년층의 금융 이해력은 64.7점으로 60대(65.8점)보다 낮았다.

 

김준영·남정훈·김희원·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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