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의 상처는 사인 아냐” 밝혀
손씨·친구 마지막 목격 03시38분
04시20여분엔 친구 혼자 목격돼
경찰, 해당시간 상황 구성 총력
어떻게 물에 빠졌는지 수사 집중
지난달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의 사인이 ‘익사’라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손씨가 어떻게 물에 빠졌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손씨와 친구 A씨가 함께 목격된 당일 오전 3시38분부터 A씨가 혼자 목격되기까지 40여분간의 두 사람 행적을 밝히는 게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은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사인은 익사로 추정된다’는 부검 감정 결과서를 전날 회신받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당초 논란이 됐던 손씨 머리의 상처에 대해서는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부검 결과가 익사로 나옴에 따라 손씨가 언제 어떻게 물에 빠졌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손씨가 실수로 물에 빠진 것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게 핵심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손씨는 지난달 24일 친구 A씨와 만나 오후 11시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이후 지난달 30일 실종 현장 인근의 한강 수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와 A씨는 실종 당일 오전 1시31분까지 3차례에 걸쳐 가까운 편의점에서 술을 샀다. 경찰이 당일 한강공원에 있던 목격자 9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당일 오전 2시쯤부터 3시38분까지 한강공원 잔디밭에서 손씨와 A씨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목격자들은 ”손씨와 A씨가 돗자리를 깔고 같이 누워 있거나 구토를 하는 등 취한 모습이었다. 다툼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둘이 함께 목격된 마지막 시각은 오전 3시38분이다. 목격자들은 “당시 A씨는 어딘가에 통화를 하고 있었고, 손씨는 옆에 앉아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이 시간에 자신의 어머니 휴대전화로 전화를 했고, 아빠가 받자 “정민이가 취해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후 A씨가 혼자 잠들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새로운 진술도 나왔다. 한 목격자는 당일 오전 4시20여분에 A씨가 한강과 인접한 잔디밭 끝 경사면에 가방을 멘 채 누워서 잠들어 있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해당 장소는 손씨와 A씨가 술을 마시던 장소에서 10여m 떨어진 곳으로, 강에서 가깝다. 목격자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잔디 쪽에 머리가 있고 다리는 한강 방향에 있었는데 위험해 보여 깨웠다”고 말했다. 목격자는 당시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친구를 찾으러 다니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는 ”A씨가 깨우자 일어나 한두 마디를 나눴다. 취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이후 A씨는 오전 4시33분쯤 홀로 한강공원에서 나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손씨와 A씨가 함께 목격된 오전 3시38분부터 A씨가 혼자 목격된 4시20여분까지 행적을 밝히는 것이 사건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유의미한 제보를 몇 가지 받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시간대 한강공원을 출입한 차량 154대를 특정해 블랙박스를 확보하고, 일일이 탐문수사를 하고 있다”며 “굉장히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유의미한 제보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전날 프로파일러로부터 두 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노트북과 A씨 어머니의 휴대전화, A씨와 부모가 같이 타고 현장에 갔던 차량의 블랙박스 등에 대해서는 포렌식을 완료했으며, 현재 A씨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포렌식 중이다. 사라진 A씨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부터는 특수장비를 보유한 해군의 지원을 받아 한강경찰대와 합동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에 관계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가 목격자와 영상 확보 등 당일 상황 재구성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이종민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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