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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년 인류의 진화… 생존 무기는 예술이었다

입력 : 2021-05-24 21:31:39 수정 : 2021-05-24 21: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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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 기획전 ‘호모 사피엔스’

직립보행으로 인해 시야 넓어져
사회적 유대·교류로 뇌 진화 촉진

그림 통해서 의사 소통·정보 전달
집단 내의 가치와 생각까지 공유
인간의 수명 뛰어넘어 지식 축적
다양한 사회 유지 체계 만들어내
인류의 원형인 고인류를 마주하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떠올려봄 직하다. 지난 17일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특별전 ‘호모 사피엔스’ 언론공개회에서 한 참석자가 전시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뉴시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 최초로 직립보행을 한 원시 인류로 뇌용량은 침팬지와 유사했다. 2002년 아프리카 차드공화국에서 머리뼈가 발견됐다.

‘호모 사피엔스’, 짧은 얼굴형과 높은 이마, 눈에 띄는 턱 등이 현생 인류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1868년 프랑스 레제지에서 뼈가 출토됐다. ‘크로마뇽인’이란 이름으로 유명하다.

최초의 인류로 여겨지는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나타난 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700만년. 영겁이라고 해도 좋을 이 시간에 인류는 어떤 진화의 과정을 거쳤을까. 진화를 이끈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변변찮은 신체 능력에도 어떻게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았을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특별전 ‘호모 사피엔스’의 첫머리에 배치된 고인류 뼈는 700만년간 진행된 진화 과정의 압축이다. 인류의 원형이며 상징인 해골을 앞에 두고 꼬리를 무는 질문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일까’로 수렴된다. 전시회는 ‘공존’과 ‘관계’를 키워드로 진화를 설명하며 인류란 본래 그런 존재임을 전달하려 한다.

◆“행복하기 위해 진화한 뇌”

직립보행은 ‘진화의 열쇠’로 꼽힐 정도로 신체에 드러나는 진화의 두드러진 양상이다. 연구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한참 전인 700∼440만년 전에 직립보행이 시작됐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로 알려져 있는 게 320만년 전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일명 ‘루시’ 화석이다.

직립보행의 결과 중 주목해야 할 것이 뇌의 발달이다. 머리가 높아져서 시야가 넓어졌고, 다른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기 쉬워져 감정 표현, 의사소통이 발달하게 됐다. 이런 변화와 맞물리며 뇌는 점점 커져갔다. 700∼300만 년 전 고인류의 뇌 용량은 350∼500cc로 유인원의 그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2만6000년 전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 1350cc의 뇌를 갖고 있었다.

뇌가 커진 이유는 뭘까. ‘사회성 가설’은 “사냥, 채집을 위해 모였다가 흩어지는 일을 반복하며 원만한 사회적 유대와 교류가 발달하도록 뇌 진화가 촉진되었다”고 설명한다. 다른 설명 중 하나인 ‘생태지능 가설’은 복잡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결과로 여긴다. 자원의 분포, 개개인의 경험, 계획적 행동 등을 활용하며 환경에 대처하다 보니 뇌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뇌가 점점 커진 것은 “인간이 대규모 집단생활을 하면서 가속화된 것”이다.

관계, 공존을 특징으로 하는 뇌 진화의 방향성은 현대 인류가 고도의 문명을 이룩하는 토대가 되었다. 궁금한뇌연구소 장동선 대표는 “구석기 시대를 기준으로 하면 현재 인간의 뇌는 단 1%도 더 진화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고도의 현대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한 인간의 뇌에 있지 않고 뇌와 뇌의 연결에 있다. 뇌는 서로가 연결하고 함께 행복하기 위해 진화했다”고 밝혔다.

◆“예술은 탁월한 생존 본능 중 하나”

“우리 중 누구도 저렇게 그릴 수 없다. 알타미라 이후 모든 것이 퇴보했다.”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에 대한 피카소의 경탄이다. 피카소의 말에 굳이 기대지 않더라도 수만년 전 동굴벽화의 예술성은 놀랍기만 하다. 예술을 삶의 부속 혹은 여가 정도로 여기는 경향을 기준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혹독한 외부환경을 극복하는 데 급급해야 했을 것 같은 초기 인류가 어떻게 저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을까. 하지만 전시회는 예술이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 강력한 무기였음을 주장한다.

이런 관점을 이해하려면 동굴벽화가 등장하는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는 대략 4만 년 전의 것이다. 이 즈음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생존경쟁이 치열했던 시기다. 네안데르탈인은 대략 3∼2만년 전까지 공존한 호모 사피엔스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멸종했고,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 남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되어가던 그 무렵에 동굴벽화를 대대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양정무 교수는 “당시 미술은 의사소통의 방법이자 정보 전달의 기능까지 가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인류의 지적 능력과 소통 능력을 끌어올린 것으로, 이를 통해 개인의 생물학적 수명을 뛰어넘어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지속시키고 쌓아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술을 통해 집단 내의 가치를 공유하고 정보나 생각을 교류하는 능력은 “두 발로 걷고 도구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준 탁월한 생존 본능 중 하나”였던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조각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머리는 사자, 몸은 인간인 형태로 만들어진 4만∼3만5000년 전의 ‘사자인간’, 2만여 년 전의 작품인 구석기시대의 ‘비너스상’ 등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존재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의 중요한 특징인 “허구를 믿는 능력, 상상력”의 산물이다. 박물관은 “호모 사피엔스는 이러한 능력으로 신화를 만들어서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고 종교, 권력, 국가 등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를 유지하는 체계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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