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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조세회피처 공생관계 종지부… 실현까진 ‘험로’

입력 : 2021-06-06 18:59:41 수정 : 2021-06-06 22: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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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재무장관 ‘구글세 합의’ 배경·전망

유럽서 막대한 수익 낸 IT기업들
세금은 美 등 소재지에 납부 논란
코로나 재정난 영향 논의 급물살

10월 G20 정상회의서 최종 확정
최대시장 中 반응 어떨지 미지수
아일랜드 등 과세국 반발도 클 듯

바이든 “전례 없는 약속” 높이 평가
기념사진 촬영도 ‘거리두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 다니엘레 프랑코 이탈리아 재무장관,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재무장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 머티어스 코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 파샬 도노호 유로그룹 의장. 런던=AFP연합뉴스

‘글로벌 조세회피처의 황금기가 막을 내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이 최저 법인세율 15%와 매출 발생국에 과세 권한을 부여하는 데 합의하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내린 ‘한줄평’이다. 이날 합의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조세회피 지역과의 공생관계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다.

 

사실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선진국들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 출혈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가 부상하면서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공룡 IT기업이 수익보다 훨씬 적은 세금을 내는 건 조세회피처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국제 법인세 체계 자체의 한계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는 기업 본사나 지사 같은 ‘물리적 실체’가 있는 국가가 해당 기업에 세금을 물릴 수 있다.

 

이렇다 보니 2013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IT기업들이 유럽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도 정작 세금은 본사가 있는 미국이나 버뮤다, 아일랜드처럼 법인세가 없거나 낮은 곳에만 낸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전은 별로 없었다. 미국의 반대 목소리가 워낙 컸던 탓이다. 2019년 프랑스가 앞장서서 ‘디지털서비스세’를 추진하자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프랑스산 가방·샴페인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오래도록 지지부진했던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재정 수요가 폭증하면서 다국적 기업에 제대로 과세해 나라 곳간을 채워야 될 상황이 된 것이다.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카스터 하우스에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가 개막한 가운데 리시 수낙(뒷줄 가운데) 영국 재무장관과 재닛 옐런(뒷줄 오른쪽) 미국 재무장관이 나란히 앉아 있다. 런던 AP=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지난 4월 초 “바닥을 향한 경주(race to bottom)를 멈추자”며 운을 뗐다. 그는 이날 합의 소식에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주고 세계 경제가 번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전례 없는 약속”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기업들이 더는 불투명한 조세 구조를 가진 나라로 이익을 교묘하게 옮기는 방식으로 납세의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최저 법인세율 15%는 시작점일 뿐”이라고 각각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이 유럽연합(EU)에서 회피하는 조세 규모는 연간 500억∼700억유로(약 68조∼95조원)로 추정된다.

 

이날 합의사항은 다음달 열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거쳐 오는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되면 확정된다.

 

그러나 예상되는 난관도 많다. 유럽은 글로벌 IT기업을 겨냥해 제도 개편을 추진했지만, 미국은 업종 제한 없이 이익률을 기준으로 적용할 것을 주장한다. 이번 합의에서도 미국은 유럽 국가가 개별적으로 도입한 디지털세를 없애라고 요구했지만, 영국·프랑스·이탈리아는 최저 법인세율 등에 대한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면 폐지하겠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낮은 법인세율을 무기로 기업을 유치해 온 국가도 반발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 국가가 아일랜드다. 법인세율이 12.5%로 서유럽에서 가장 낮은 아일랜드는 합의 적용 시 법인세수가 연간 5억∼10억유로 감소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이 얼마나 적극적일지도 알 수 없다. 홍콩의 법인세율은 16.5%로 세계에서 7번째로 낮고, 아시아에서는 최대 조세회피처로 꼽힌다.

 

당장 미국에서도 잡음이 일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합의 내용 중에는 미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으로부터 비준을 받아야 하는 내용도 있다”며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최저 법인세율 도입에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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