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해는 매일
서산을 넘는 연습을 했던 모양이다
어릴 적 엄마를 기다릴 때는
걸음이 느리더니
이젠 미끄러지는 공처럼 빠르게 넘어간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또 해를 놓쳤다
붉디붉은 눈으로 어두워지는
오늘 저 석양은 누구의 기분일까

벌써 6월입니다.
새해를 맞이한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어렸을 때는 하루가 왜 그리 긴지요.
꼬맹이인 나는 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곤 했지요.
한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해는 중천에 떠 있기 일쑤였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교복을 빨리 벗고 싶어 조바심쳤는데도
하루가 빨리 가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되고 아이를 키울 때도 걸음이 느린 해가
이제는 미끄러지는 공처럼 빠르게 넘어갑니다.
날마다 보는 저 해는 나도 모르게
매일 서산 넘는 연습을 했던 모양입니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해를 놓친 나는 오늘도
붉디붉은 눈으로 어두워지는 해를 바라봅니다.
어둠도 산속에 깃드는 해라는 걸 이제야 알겠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림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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