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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거나 안 타거나… 전동킥보드 ‘헬멧 딜레마’

입력 : 2021-06-09 18:53:58 수정 : 2021-06-09 23: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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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 의무화’ 한 달 실효성 논란
“매번 헬멧 갖고 다니기 어려워”
킥보드 이용률 한 달 새 ‘반토막’
일부 “자전거 도로선 단속 제외를”
한쪽선 공용헬멧 추진 혼란 가중
서울시내에서 시민이 공유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모습. 연합뉴스

“오늘도 헬멧 안 쓰고 전동킥보드 타는 사람을 여러 명 봤어요. 인도와 차도를 오가며 달리는데 너무 위험해 보였습니다.”

 

9일 만난 대학생 정모씨는 여전히 헬멧을 쓰지 않는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많아 사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마련된 ‘헬멧 의무화’ 규정이지만, 현실적으로 헬멧을 휴대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은 여전히 헬멧을 쓰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타거나, 일부는 아예 전동킥보드 이용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씨는 “헬멧을 들고 다니기 번거롭고, 일부 업체가 비치한 공유 헬멧을 쓰기엔 위생 문제가 걸린다”며 “이런 이유로 최근 공유킥보드를 잘 이용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부터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자가 헬멧 미착용 시 범칙금 2만원을 내야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공유킥보드 업계는 “헬멧 규제 이후 이용률이 반 토막 났다”며 규제 완화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퍼스널모빌리티 산업협의회(SPMA)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 첫날 기준으로 킥보드 한 대당 매출이 55% 급감했다. 헬멧 범칙금 규정을 유지할 경우 매출은 50∼70%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1∼2개사를 제외한 대부분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들은 위생과 분실 등 우려에 따라 공용 헬멧을 비치하지 않고 있다.

 

라임코리아·머케인메이트·스윙·윈드·하이킥 등 5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는 전날 공동입장문을 내고 “범칙금 부과는 공유 전동킥보드의 사용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어서 올바른 사용 문화를 말살시킬 수 있다”며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헬멧 착용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단속의 범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전거 사용자와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동일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갈리는 모습이다. 킥고잉, 지쿠터 등 주요 전동킥보드 업체 14곳으로 구성된 SPMA는 최근 회원사 의견 취합을 통해 헬멧을 비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진 전동킥보드는 급증한 이용률만큼 안전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전동킥보드가 차량에 부딪힌 사고가 가장 많아 이용자의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3년간 시내 전동킥보드 사고 발생으로 인한 119 구급대 출동은 모두 366건으로 2018년 57건, 2019년 117건, 지난해 192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동킥보드와 차량 간 충돌 사고가 29.2%(107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전동킥보드와 사람 간 충돌은 6.8%(25건)였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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