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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넘치는데 요양원은 ‘구인난’

입력 : 2021-06-22 22:00:00 수정 : 2021-06-22 19: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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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노인시설로 쏠림 심화

“주야 근무 고되” 중증자 돌봄 꺼려
대부분 주간보호·방문요양 선호

13년간 국가자격 취득자 114만명
장기요양시설 근무 47만명 그쳐

코로나로 최근엔 실습 없이 합격
전문성 저하 숙련인력 부족 가중

전북 전주에 있는 A요양원은 요양보호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하루 8시간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중증자와 치매 노인들까지 돌볼 수 있는 실무능력을 가진 이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B요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주 동안 구인 광고를 냈지만, 부족한 인원 3명을 구하지 못해 추가 입소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령화와 사회복지서비스 확대로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시험 합격자들이 매회 무더기로 배출되고 있지만 정작 요양원 등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신체·가사 활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인력을 말한다.

22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전국 17개 지역에서 시행한 제35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결과 7만1555명이 응시해 6만5901명(92.1%)이 합격했다. 10명 중 9명이 자격을 취득한 셈이다. 시험은 매년 3∼4회 시행하고 있으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된 2008년 이후 올해까지 총 114만6674명의 합격자가 배출됐다. 매회 3만2700여명, 한 해 평균 10만명이 넘는 자격증 취득자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돌봄서비스 확대에 따른 서비스 수요 증가로 전문자격증 취득을 통한 재취업 기회를 확대하려는 50∼60대 응시자 수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 제한이 없는 데다 이론과 실기교육, 현장실습을 각각 80시간씩 총 240시간 이수하면 응시할 수 있고 시험 난이도가 평이한 수준이어서 높은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장기요양 시설에 근무하는 이는 지난해 6월 기준 47만명(40.9%) 정도이며, 최근에는 이보다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격증 취득자 대부분이 재가노인복지시설을 통해 방문 요양과 목욕·간호나 주간보호, 가족요양보호 등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현재 전국 노인의료복지시설(요양원)은 5795개소이며 방문요양이나 목욕, 간호, 주간보호 등을 담당하는 재가노인복지시설은 3만2122개소가 있다. 특히 가족요양보호도 보험 수가가 산정돼 급여가 지급되다 보니 가족 간 돌봄을 우선하고 있다는 게 관련 행정당국의 설명이다.

한 재가노인복지시설 관계자는 “방문요양 등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개 하루 3∼4시간 정도로 선택이 가능해 요양보호사가 선호하고 있다”며 “요양원 등은 고정된 출퇴근에 주·야 근무로 이뤄지는 데다 다소 전문성이 요구돼 꺼린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신규 자격 취득자들은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해 현장실습 대신 교육기관의 영상교육을 통해 대체 이수하도록 한 것도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최근 자격증 취득이 더 쉬워진 반면 현장 실습경험조차 없다 보니 기본적 업무조차 소화할 수 없을 정도”라며 “실무 경험을 갖춘 요양보호사 구하기가 어려워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주 한 요양시설 관계자는 “요양보호사들이 다양한 현장 실무를 통해 경험을 쌓고 서비스 수요를 제대로 충족하는 게 필요하다”며 “장기요양보험 수가를 개선해 요양보호사 처우 등이 나아지지 않으면 자격 취득자가 아무리 많아도 현장 구인난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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