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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통일부 폐지" 주장한 이준석…남초 커뮤니티서 응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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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8 12:51:16 수정 : 2021-07-18 13:06:31
강민선 온라인 뉴스 기자 mingt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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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4일 강원 원주시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실내체육인 간담회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지난 6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선 후보로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건 가운데 이준석 대표가 이를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9일 “통일부를 없애는 것이 본인 지론이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여성가족부 이야기를 하다 갑작스레 커진 통일부 폐지론에 대해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조차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중진인 권영세 의원은 “지금 우리의 통일부가 할 일은 당장 통일을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분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남북 간 교류 협력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으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준석이 여성부 폐지 내걸고 뻘짓하다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니 출구 전략으로 애먼 통일부 끌어들여 철 지난 작은 정부 타령 모드로 갈아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한동안 두 부처를 한데 묶어 여러 차례 비슷한 주장을 펼쳐왔다. 이 같은 의견은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정치권에서도 반기지 않는 의제로 유독 ‘젊은 남성’ 누리꾼들이 많이 모인다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 환대를 받았다.

 

이준석 대표가 4월 더불어민주당의 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여성주의 운동 올인'으로 지적한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앞서 이준석 대표는 당대표 이전부터 2030 남성에 큰 관심을 갖고 다른 정치권 인사들과 비교해 이들과의 소통에 큰 신경을 기울여왔다. 이 대표와 함께 여성부 폐지 공약을 내건 하태경 의원 등은 ‘2030 남성’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남초 커뮤니티’의 정서를 공략하는 정치 전술을 펼쳐왔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4월 보궐선거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2030세대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해 참패했다”며 “성 평등이라고 이름 붙인 왜곡된 남녀 갈라치기를 중단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20대 남성표가 갈 일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러자 남초 커뮤티니를 중심으로 형성된 온라인에서의 2030 남성들은 이 대표가 자신들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며 일명 ‘준스톤’ 등의 애칭을 붙여가며 응원해왔다.

 

특히 오래전부터 반(反) 여가부 정서가 매우 강하게 퍼져 있는 이들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의 주장을 퍼 나르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가 통일부와 여가부를 함께 거론한 것에 대해서는 “신의 한 수였다”, “여성 혐오 프레임을 씌울 수 없도록 다른 부처까지 한꺼번에 거론했다” 등의 반응이 잇따라 나왔다.

 

6, 7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여성가족부 및 통일부 폐지를 촉구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그러나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이들 커뮤니티에서 통일부를 폐지 대상으로 삼자는 주장은 이 대표가 꺼내기 이전부터 거론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통일부를 처음 언급하기 이전인 7일 대표적 남초 커뮤니티로 꼽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여가부보다 쓸모없는 게 통일부다. 통일 자체가 나라의 재앙인데 통일을 추진하는 부서가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여가부와 통일부를 한데 묶어 “필요 없는 부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군 복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2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최근 ‘반통일’ 정서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이 같은 시각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활발히 드러나며 ‘반통일’이나 ‘반페미니즘’ 주장을 노골화한 의견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통일연구원의 2020년 통일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20대에서 30대에 걸쳐 있는 ‘밀레니얼세대’와 ‘IMF세대’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통일을 선호하는 비중이 각각 17.9%, 19.3%로 나타나 평화 공존 선호(63.6%, 55.9%)에 비해 크게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정치권에서 다소 ‘뜬금없게 느껴지는’ 통일부 해체를 주장하고 그 강도를 높여가며 이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은 2030 남성들의 정서와 관련이 있으며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가 이 대표의 주장을 강화하도록 하는 ‘반향실(Echo-chamber)’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랐다.

 


강민선 온라인 뉴스 기자 mingt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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