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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회고위층 자녀 합격 후에도 관리… 사업 이해관계 고려? [LG 취업청탁 리스트 입수]

입력 : 2021-07-19 05:58:00 수정 : 2021-07-19 13: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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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찬스’에 활짝 열린 공채 자동문

국세청 간부 아들·서울대 교수 딸…
청탁 대상자 신상정보 구체적 기재
통신정책·과세 담당자 채용 청탁 땐
대외협력팀·CFO 등이 ‘고리’ 역할

임원들, 지인 등 입사 대놓고 청탁
계열사 사장, 지인 자녀 입사 시켜
그룹 차원서 인지하고도 묵인 의심
“보험 성격 차원서 합격 시켰을 것”
서울 영등포구 LG 트윈타워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모습. 뉴시스

LG전자의 ‘GD(관리대상) 리스트’에는 우리 사회 실력자들의 이름과 직함이 망라됐다. 이는 LG가 어떤 목적으로 채용 청탁자들을 관리했는지, 실력자들의 자녀가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를 설명해주는 단서다. 나아가 LG전자 이외 다른 LG 계열사 임원도 여럿 청탁자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개입은 없었는지 규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LG 측은 “LG전자의 채용 재량에 기반해 독자적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탁 대상자 신상정보 빼곡한 GD리스트

 

18일 세계일보가 단독 입수한 ‘GD리스트’에는 청탁 대상자들의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었다. 특히 청탁 대상자 아버지의 이름과 현재 직함은 빠짐없이 기록됐다.

 

가령 ‘○○부 ○○○ 국장 자녀’ 혹은 ‘LG ○○○ 임원 조카’ 등의 형식이다. 이 장부만 보면 LG그룹 어느 임원이 유력 인사의 누구를 어느 시점에 합격시키기 위해 애썼는지를 알 수 있다. 청탁자가 LG 임원이 아니라 조직 혹은 팀 단위로 기록된 경우도 있다. LG가 사업 이해관계에 따라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준 정황으로 해석된다.

 

명단을 분석하면 LG는 ‘업무 연관성’이 있는 유력 인사의 자녀들을 특별 취급한 흔적이 보인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지낸 한 중앙부처 고위공직자의 딸은 LG전자 대외협력팀을 통해 LG전자에 채용됐다. 해당 공직자는 옛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의 핵심보직을 모두 거친 정통 기술관료로, 딸의 입사를 전후해 해당 부처에서 통신정책을 담당했다. 국세청에서 LG를 직접 담당하던 한 간부는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청탁을 넣어 조카를 입사시켰고, 국세청 다른 간부는 LG전자 상무급에 아들의 취업을 청탁했다. 명단에 기재된 유력 인사들의 자녀들은 모두 합격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직사회 안에서는 ‘현금 대신 (자녀) 월급’이란 말이 공공연하다”면서 “공직자 자녀의 특혜채용이 신종 금품수수 수단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가 통신정책과 과세 담당자의 자녀 등을 부정채용하는 과정에서 LG전자 대외협력팀과 CFO가 중간에 등장한다. 대외협력팀은 관청을 드나들며 국가 정책을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수립 또는 수정되도록 로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CFO는 회사 자금관리를 총괄하는 자리다.

 

조달업무 담당 공직자들의 자녀들도 청탁 대상에 올랐다. LG전자 부사장의 청탁 아래 교육청 조달 관계자의 아들이, LG전자 상무의 청탁으로 조달청 국장의 딸이 나란히 채용됐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생산 판매 중인 PC, TV, 에어컨 등은 교육기관에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기자재”라며 “교육청과 조달청은 놓칠 수 없는 로비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에서 공공기관 이사장을 지낸 서울대 교수의 딸과 서울의 한 지방법원에 재직 중인 부장판사의 동생도 이름이 올랐다.

 

LG전자가 채용 과정에서 사업 이해관계를 고려했음을 추정케 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LG전자 모바일(MC)사업의 핵심파트너인 SK텔레콤에서는 현직 사장의 아들이 LG전자로 입사했다. 이 아들의 채용을 청탁한 곳은 LG전자에서 이동통신을 담당하는 부서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상 단말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의 관계에서는 통신사가 ‘갑’”이라면서 “LG전자는 휴대전화 상품성이 상대적으로 약해 ‘을’ 이하의 위치에 있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갑 기업의 임원 아들이 낙하산을 타고 을 기업에 안착한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보면 이유 없는 입사는 없다”면서 “LG전자 본사와 산하 본부에서 청탁 수용 여부를 꼼꼼히 결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취업 청탁 리스트, LG그룹 차원에선 몰랐나

 

이번 사건에서 LG그룹의 관여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LG그룹이 이 같은 청탁관리 시스템을 몰랐다고 주장하기엔 부자연스럽다. 우선 ‘LG 2인자’로 불리는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이 청탁 관리 문건에 등장한다. LG화학 사장일 때 지인 자녀를 입사시킨 것으로 기록됐다. LG생활건강의 인사·채용 업무를 총괄하는 모 최고인사책임자(CHO)는 조카를 입사시켰고, 지주사인 ㈜LG 인사팀발 청탁도 이어졌다.

 

청탁은 LG전자 안에서 빈번히 이뤄졌다. A부사장은 2년 연속 지인 자녀 둘을, B상무와 C사장은 조카를 각각 입사시켰다. D·E·F부사장은 각각 딸과 아들, 사위를 LG전자 직원으로 만들었다. 채용팀 판단으로 GD가 된 사례 중에는 부회장 비서의 오빠도 있었다. 한국영업본부장인 G사장은 지인 자녀만 3명, 부하 임원 아들 등 4명을 입사시켰다.

 

GD리스트에는 ‘입사 후 GD’란 분류도 있다. 2014년 채용청탁 관리 방안이 시행되기 전 채용했지만 사내외 유력자와 특수관계인 사원들로 추정된다. 이들은 승진과 보직 등에서 혜택을 입은 것으로 사정기관은 판단하고 있다. 이 명단에는 권영수 부회장의 조카며느리와 부사장급 임원 며느리, LIG손해보험 사장 조카, 롯데유통 임원과 전 KBS 국장의 아들들이 포함됐다.

 

이번에 공개한 GD 리스트 중 청탁자가 한국영업본부 소속인 경우는 13명, 이외 다른 사업본부에서 청탁한 인원은 19명이다. LG전자 외 지주사, 계열사에서 청탁한 인물도 2명이 있다. ‘입사 후 GD’로 관리되고 있는 인물은 6명이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회고위층 자녀를 채용한 데 따른 보험 성격의 명단으로 보인다”면서 “LG가 아무런 이유 없이 이들을 관리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임원은 ‘임시직원’이라 불릴 만큼 신분이 불안정한데 자녀 입사를 거침없이 청탁한 걸 보면 최고위층의 인지와 묵인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조현일, 박현준, 김청윤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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