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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진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軍에 학교급식 체계 도입하면 투명성·안전성 확보될 것”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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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1 06:00:00 수정 : 2021-07-20 19: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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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서 자체 개발땐 비용 많이 들어
eaT 시스템 10년의 노하우 벤치마킹
신규 구축보다 비용·수수료 크게 줄 것

세계 각국 팬데믹 여파 곡물 수출 통제
식량안보 위해서 전략비축기지 필요
해상운송 용이한 새만금 최적지 꼽혀

농식품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추진
188종 데이터 개방 혁신 서비스 제공
라이브방송 활용한 판로 확대 노력도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이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새만금 국가 전략 식량비축기지’ 건설로 식량안보를 확보하는 동시에 한국이 동북아 식량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상윤 기자

“군 장병 급식조달시스템(가칭 MaT)을 완전히 새롭게 구축하는 대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 중인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을 활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똑같은 시스템을 또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까?”

김춘진 aT 사장은 지난 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군 부실 급식 논란 뒤 국방부가 추진 중인 MaT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10년의 노하우를 갖춘 eaT 시스템을 군 급식에 도입하면 신규 시스템 구축에 드는 비용 및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고, 빠르게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aT는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군 급식 역시 그 연장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김 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새만금 국가전략 식량비축기지’ 건설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취임한 뒤 4개월 동안 전국 농식품 유통 현장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날도 서울에서 오전 일찍 전남 나주 aT 본사로 내려가 회의한 뒤 다시 서울 양재동 aT센터로 복귀했다.

그는 “aT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다”며 “제자리 찾기 과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그간 파악한 aT 업무와 관련한 각종 ‘숫자’를 풀어놨다. 국정감사와 정책 개발에서 여러 차례 최우수 의원을 차지한 내공이 드러났다.

여당 3선(17·18·19대) 의원 출신인 김 사장은 경희대 치의학과 졸업 후 치과의사로 활동하다 1986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았던 인연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는 17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식품안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국내 농업식량식품 분야 고위 전문가들로 꾸려진 ‘노변청담’ 학회 활동 등을 꾸준히 해오면서 농업전문가로 자리매김 했다. 19대 국회에선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과 농림어업 및 국민식생활 발전포럼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아래는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4개월이 지났다. 그간의 소회와 성과는.

“농수산식품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 소통하고 현안을 챙겼다. 또 식량안보 강화와 농어민 소득 증진을 위한 ‘식량 전략 비축기지’와 ‘주민참여형 스마트팜’ 등 신규사업 추진을 위해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부처 장관 등 대정부 관계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대학교수 등 전문가, 새만금개발공사 등 유관기관과 끊임없이 소통해왔다. 그 결과 식량 전략 비축기지 건설 검토를 위한 예산이 2022년 정부예산안에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6년 만에 A등급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식량 전략 비축기지는 왜 필요한가.

“세계 각국은 전염병, 이상기후 등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곡물 수출을 통제함에 따라 국제곡물시장의 불안전성이 높아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국제곡물가격지수와 식량가격지수가 지난해 동월 대비 34%가량 상승했다. 한국은 4대 곡물인 쌀, 콩, 밀, 옥수수 중 쌀을 제외한 곡물의 식량자급률이 1∼27% 정도로 매우 낮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국제 식량 수급이 막히면 어떻게 되겠나. 국가 차원에서 식량 확보·상시 비축·관리하는 ‘식량 전략 비축기지’를 조성해 식량의 안정적 공급기반을 마련하고 식량 위기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새만금에 건설해야 하는 이유는.

“제분·착유시설 등 식품 가공공장 유치를 통해 최대의 식량·식품 종합가공 콤비나트(연관기업이 모인 대규모 단지)를 구축하기엔 넓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새만금 간척지가 최적지다. 쌀, 밀, 콩의 주산지이며 농산물 저장·가공 수요도 많고, 식품제조업(클러스터)과 유관기관 인접 등 배후 기반을 갖췄다. 여기에 지정학적으로 중국·일본·북한 등 해상운송이 용이하고, 수심이 깊어 12만t 크기의 대형선박의 접근이 가능하다. 대형선박이 들어오면 바로 작은 선박에 나눠 실어 각 목적지로 향하는 중계무역도 가능하다. 단순한 식량 비축 기능을 넘어 동북아 식량 허브로 육성할 수 있는 것이다. ”

―eaT 시스템을 본뜬 군 급식 조달 체계를 만든다고 한다.

“학교급식도 예전에 납품업체 비리, 부실 식단 등 문제를 겪었다. 이에 eaT 시스템이 도입됐고 현재 전국 9248개 초·중·고교를 포함한 9710개 기관이 이 시스템을 통해 급식을 하고 있다. 수수료는 0.21%로 매우 저렴하다. 지난해 국방부 급식예산이 약 1조6000억원이다. 국방부 자체 MaT 개발 시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전성 확보에도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eaT를 활용하면 비용과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으며 쉽고 빠르게 군 급식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세금도 절약하고 군 장병에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으니 굳이 새로운 MaT 시스템을 구축할 이유가 없다.”

―장바구니 물가 급등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T는 단기적인 수급 안정을 위해 주요 농산물의 도·소매가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국민생활에 밀접한 고추, 마늘, 양파 등 5대 채소류를 관리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농산물 유통종합정보 시스템을 고도화해 농산물 물가 안정과 수급 조절에 대응할 계획이다. 올해 국산 콩·밀 생산 강화와 소비 촉진을 위해 ‘식량산업지원단’을 신설했다.”

―농식품 수출 성과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각국 현지 상황에 맞는 발 빠른 대응 전략으로 오프라인 병행 비대면·온라인 마케팅을 펼쳤던 것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또 기존의 주력시장인 미국, 일본, 중국에서 벗어나 신남방에 이어 신북방 시장까지 성장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수출시장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북방 시장의 경우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 지사, 2020년 카자흐스탄과 모스크바 사무소 개소를 통해 기틀을 마련했고, 한국 농수산식품 전용판매장인 안테나숍을 열어 수출 인프라를 구축했다. 지난해 한국 농식품 총 98억7000만달러 수출했는데, 2030년 300억달러 수출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

―주민참여형 스마트팜 구상은 어떤 내용인가.

“농촌 고령화 현상과 도시 청장년층의 취업난은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aT는 ‘주민참여 공유경제형 스마트팜’ 사업 추진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해 마을기업이 운영하면서 농촌 고령층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청장년층은 스마트팜을 운용하는 모델이다. aT는 판로를 책임지고 확보해준다. 수익 일부는 기본소득처럼 마을 전체 농가와 균등하게 배분해 농촌복지에 쓰인다.”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작년 한국판 뉴딜 과제인 데이터 댐 구축 사업 공모에서 농식품 분야 최종사업자로 선정돼 ‘농식품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총 11개 사업체가 협력해 올해 2월 식품 빅데이터 거래소(KADX)를 출범했으며, 국내 농식품 빅데이터 생태계 조성과 데이터 유통 활성화를 목표로 5개 분야 188종 데이터를 개방하고 ‘농산물 물류정보’ 등 거래소 고유 혁신서비스(3종)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자생적 플랫폼 운영체계를 마련해 농식품 관련 생산·유통·소비 데이터가 거래될 수 있도록 시장 조성자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aT도 라이브방송을 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전망은.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작년 4000억원에서 올해 2조8000억원, 2023년에는 10조원으로 급속 성장할 전망이다. aT도 라이브방송을 활용해 농수산물 온라인거래 활성화 및 판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총 14회 라이브방송을 진행해 누적 시청자 210만명, 판매실적 1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판로 확보가 어려운 지역농산물 및 특산물의 판매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5월 12일 고창군 특산품전에만 23만 시청자가 몰렸으며 1억20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포했다. 구체적 방안은.

“온라인거래 활성화 및 친환경 농산물 소비 확대 등으로 탄소중립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E), 온라인 경매, 직매장·직거래 활성화 등으로 지역 상생 및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며(S), 국민·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정보공개 확대 등으로 투명성을 제고(G)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ESG경영 CEO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1953년 전북 부안 출생 ●전주고 ●경희대 치의학과 석·박사 ●인제대 보건학 박사 ●2004년 열린우리당 입당 ●17·18·19대 국회의원(전북 부안·고창) ●19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장 ●2015년 제1회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보건 국회의원 포럼 의장 ●2021년 3월 aT 사장 취임

대담=이천종 경제부장, 정리=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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