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는 LG전자가 각계 고위층 또는 이해관계자의 청탁을 받아 신입사원을 채용한 의혹에 대해 사흘째 보도하고 있다. 주변 질문이 한결같다. “혹시 LG와 무슨 일 있어요?” 취재팀은 그들과 이해관계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조지는(비판하는) 걸 보면 LG가 밉보였다’고 그들은 판단한다. 경위를 불문하고 말이다. 우리 언론이 정치권력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조롱할 만큼 단호하지만 자본권력에는 같은 잣대를 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취재팀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둘뿐이다.
우리 형사법에는 아직 채용부정, 그 자체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없다. 그래서 ‘업무방해죄’가 동원된다. 그런데 이 법은 업무를 방해한 자만 처벌한다. LG 사건에서 청탁자가 한 명도 입건되지 않은 이유다. 이 법은 ‘실제 피해자’와 ‘법률상 피해자’가 다르다. 실제 피해자는 탈락자여야 맞다. 하지만 법률에선 채용비리를 저지른 법인과 대표, 면접위원이 피해자다.
이들이 채용 또는 면접 업무를 보는 데 방해를 받았단 논리다. 방해한 자는 누구인가. 교사자, 즉 인사 담당자들이다. 뇌물 수수자와 공여자는 빠지고 전달자를 처벌한다. ‘천망불루’(天網不漏)란 하늘 섭리가 민망하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도 우리 사회의 공정 이슈인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벌써 여러 건의 법률안이 계류와 폐기를 반복했다.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음은 LG에 전하는 메시지다. LG는 국내 재계서열 4위 그룹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인 LG전자다. ‘정도’를 강조해온 행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로 수사를 받고 임직원 8명이 기소돼 법원에 서 있다. 최고위층을 포함한 LG그룹 전·현직 임원이 청탁자로 수두룩 기록됐다.
LG는 그럼에도 취재팀 질의에 “사기업의 채용재량 측면에서 업무방해가 성립될 요인이 없다”고 밝혔다. ‘죄는 아니지 않냐’는 항변이다. 그 판단은 법원이 내릴 것이다. “상당수 직원들은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공소시효 만료 주장이 일부 수용된 점, 송치 기준을 일정 간부급 이상으로 결정한 수사기관 재량을 모른 체한 정황, 즉 국민을 기만한 정황이다.
지금 LG가 취할 태도는 어떤 것일까. LG가 주장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본질은 무엇인가. 경찰이 사옥을 압수수색하며 언론에 공개된 것만 벌써 1년2개월 전이다. 그간 어떤 노력을 했는가. 외부에 입장을 밝히기를 했는가 내부에 자정을 선언하길 했는가. 22일 1심 선고가 나면 입장을 밝힐 것인가. 국내외 11만 LG 임직원이 지켜보고 있다. 이번에는 법적인 입장과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구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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