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구 첫 TK 민심 청취 나서
코로나 초기 ‘대구봉쇄론’ 비난
캠프 안팎,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
崔, 국민의힘 대변인단 간담회
“기득권 나눌수 있게 고민할 것”
김미애 등 현역의원 지지 늘어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장외 행보를 지속하는 가운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 당심 붙잡기에 전력하며 추격하고 있다. ‘더 큰 야권 1위’를 노리며 제1야당 밖에 있는 윤 전 총장은 의도와는 다르게 기존 지지율이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윤 전 총장은 20일 대구를 찾아 2·28 민주운동기념탑 참배를 시작으로 민심 청취에 나섰다. 정치참여 선언 이후 대구·경북(TK)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 여권에서 나온 ‘대구봉쇄론’을 언급하며 “미친 소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이었으면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도 했다. 반문(반문재인) 비판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그는 최근 지지율 하락세와 관련해선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고 의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등 적폐 수사로 대구시민에게 앙금이 남아 있다는 지적엔 “제가 처리한 일은 검사의 숙명에 속하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사면 문제에 대해선 “장기 구금을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국민 심정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고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평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전직 대통령들은) 나라의 어려운 일을 고독한 상태에서 딱 정답을 가르쳐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고민하고 처리해 나간 분들”이라며 “존경할 만한 부분이 다 있다”고 전했다. 지역 민심에 몸을 낮추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을 드러내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이 언론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주 52시간 제도를 비판하며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논란이 되자 “주 120시간씩 일 시키자는 게 아니라 일의 종류에 따라 노사 합의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캠프 안팎에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지율 상승을 견인할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서다. 구체적 비전 없는 장외 행보가 반복되면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잇따른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여권 주자인 이재명, 이낙연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 접전을 벌이거나 다소 밀리는 결과가 나왔다. 더구나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호남을 향한 ‘서진 정책’과 최근 ‘이준석 돌풍’으로 국민의힘이 호남, 2030세대, 수도권의 중도표를 많이 흡수하면서 윤 전 총장이 끌어올 제3지대의 크기가 매우 작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최 전 원장의 행보는 외연 확장보다는 ‘당심 붙잡기’에 맞춰졌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로 선발된 대변인단과 간담회를 하고 당 사무처 직원들과도 상견례를 진행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캠프 상황실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은 통화에서 “당에 들어왔으니 당과 함께 국민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대권 출마 선언은 가급적 7월 중에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인데 조금 더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 상승과 관련해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도 기성세대, 기득권이자 금수저에 속한다”며 “주먹을 펴서 (기득권을) 나누는 게 국민 전체의 역량을 크게 모으는 길이라 생각하고 우리 당이 그런 역할을 하도록 더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을 돕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도 늘고 있다. 조해진 의원은 일찌감치 지지 선언을 했고 김미애·김용판·정경희 의원이 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출 의원도 지지그룹으로 분류된다. 최 전 원장 측은 후보의 경력과 경험은 보수에 적합하지만 메시지를 통해 중도를 아우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편 최 전 원장의 큰아들 영진(26)씨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여권 인사가 최 전 원장을 겨냥해 “입양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나는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다. 아빠가 이런 점을 더 언급하고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