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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문자 대화 필수템 ‘이모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을까 [박상현의 일상 속 문화사]

입력 : 2021-08-27 10:00:00 수정 : 2021-08-26 19: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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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이모지의 짧은 역사

자판 문자 이용한 이모티콘과는 달라
1999년 日 NTT 도코모 통신서 첫 선
초기 얼굴 표정 등 그림 176개가 전부

스마트폰 접한 밀레니얼세대 들어
문자메시지 등에 적극 활용하며 인기
기존 이모지 문제 찾아 적극 개선도

새로운 이모지 제안은 누구나 가능
유니코드 컨소시엄서 심사 후 채택
이모지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각 플랫폼에서 조금씩 다르게 표현된다.

스마트폰과 메신저 앱이 보편화하면서 사람들이 ‘이모지’(emoji)를 텍스트 메시지에 섞어 쓰는 일이 크게 늘었다. 웃거나 우는, 혹은 눈물을 흘리면서 웃는 노랗고 동그란 얼굴의 이모지.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등 다양한 손동작, 그리고 집, 자동차, 비행기, 커피 등 다양한 생활 속 사물들을 단순화한 이모지는 문자만으로 대화할 때 전달하기 힘든 다양한 감정 표현으로 친근한 대화를 돕는, 인터넷 문화의 필수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모지는 누가, 언제, 왜 만들어냈을까?

먼저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부터 설명해보자. 이모지와 이모티콘(emoticon)은 같은 게 아니다. 이모티콘은 컴퓨터 자판에 있는 문자를 이용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기호들을 일컫는 말이다. 가령 :-) 이나 :-( 같은 것들은 점, 선, 괄호 등을 이용해서 표현한 감정으로, emotion(감정)과 icon(아이콘)의 합성어다. 영어 단어인 이모티콘과 달리 이모지는 ‘그림문자’라는 의미의 일본어 단어인 ‘絵文字(에모지, 이모지)’ 발음을 옮긴 것이다. 즉, 이모티콘과 완전히 무관한 어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모지와 이모티콘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카카오톡과 같은 서비스에서 만들어 대화창에 삽입할 수 있게 한 그림들을 그냥 통틀어 “이모티콘”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이모지도, 이모티콘도 아니라 그냥 삽입할 수 있는 그림 스티커일 뿐이다. 오로지 카카오톡에서만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카톡 이모티콘”과 달리 이모지는 각 그림이 특정한 유니코드를 갖고 있어서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다.

가령 웃는 얼굴도 ‘웃는 얼굴’, ‘큰 눈을 가진 웃는 얼굴’, ‘눈웃음을 가진 웃는 얼굴’ 등으로 다양한데,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동일한 코드를 가진 표정이지만 웹 브라우저, 애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조금씩 다르다. 유니코드 컨소시엄(Unicode Consortium)이라는 단체의 하위 부서인 이모지에서 특정 이모지를 채택하면 각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자신의 디자인에 어울리는,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같은 표정, 사물을 표현하는 이모지를 디자인해 넣는다.

스마트폰 자판에서 이모지들을 자세히 들여다본 사람들은 발견했겠지만, 이모지 리스트에는 일본의 문화적 요소들이 다른 문화에 비해 조금 더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옷 종류에 한복이나 중국의 치파오는 없지만, 기모노는 들어가 있고, 일본의 전통 인형과 잉어 모양의 깃발인 고이노보리(鯉のぼり), 후지산 같은 그림들도 눈에 금방 띈다. 왜 이모지는 유독 일본 문화에 관대한 걸까.

이모지가 일본어라는 사실에서 어느 정도 눈치를 챘겠지만 이모지의 역사는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일본 NTT 도코모가 1999년 자사의 전용 휴대폰에서 웹사이트에 들어가거나 이메일을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인 아이모드(i-mode)를 만들면서 가로 12픽셀, 세로 12픽셀의 이모지를 처음 선보이면서 이모지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기모노 같은 복잡한 그림은 없었고, 얼굴표정도 지금과는 많이 다르고 단순했고, 도합 176개밖에 되지 않는 소수의 그림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들 오리지널 이모지는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에서 사들여 전시하고 있다. 이렇게 출발해서 ‘어휘’를 늘려가다가 2010년대에 본격적으로 국제화되었으니 그 사이에 일본 문화가 좀 더 많이 반영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거다.

현재 사용되는 이모지가 일본에서 만들어지기는 했어도 문자열에 그림을 넣는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미국의 컴퓨터 공학자 스캇 팔먼이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에 소설 ‘롤리타’로 잘 알려진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웃음을 표현할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기록이 있다. 1990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윙딩(Wingdings)이라는 서체를 만들었고, 1995년에는 프랑스의 알카텔도 비슷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현재 가장 표준화되고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이모지는 일본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모지가 처음부터 인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스마트폰에서 사용이 가능했지만,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윙딩 서체처럼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모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사용하기 시작한 세대가 바로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다. 이들은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용을 시작한 가장 어린 세대였고, 스마트폰 자판에 숨어 있던 이모지들을 찾아 텍스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세대다. 그래서 “이모지의 인기는 밀레니얼 세대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존재하던 이모지를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이모지의 문제점을 찾아내어 적극적으로 고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피부색이다. 처음에는 전부 노란색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지만 누가 보기에도 백인들이었던 이모지 얼굴은 지금은 기본 노란색 외에도 5개의 피부색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각종 직업이나 역할에 젠더 편향이 강했던 것이 이제는 남녀 모두 같은 역할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긴 머리 일색이었던 여성의 헤어스타일에도 단발이 등장했다. 또한 항상 남녀로 구성되던 커플 이미지에도 남-남, 여-여 커플이 포함되었을 뿐 아니라, 아이가 포함된 가족 이미지에도 동성 커플이 등장한다. 특히 2019년에는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하얀 지팡이를 든 시각 장애인이 포함되었을 뿐 아니라 로봇 의수도 포함되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유니코드 컨소시엄은 매년 일반인들로부터 새로운 이모지를 제안받아서 심사한 후 추가하고 있다. 제안은 누구나 가능하다.

그럼 새로운 이모지는 누가 어떻게 만들어서 포함하는 걸까. 제안은 누구나 가능하다. 새 이모지를 심사, 승인하는 유니코드 컨소시엄의 홈페이지에는 새로운 이모지 추가 요청을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매년 4월15일부터 8월31일까지 PNG 포맷으로 제출한 후 심사를 받게 되는데, 흑백이면 안 되고 반드시 컬러여야 하고 검색엔진에서 자주 검색되는 이미지들이어야 한다. 즉,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싶은 이미지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문맥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이미지일 경우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가령 돼지의 머리 이모지라면 ‘음식’, ‘띠’, ‘농장’, ‘경찰’(영어권에서는 경찰에 pig라는 비하적인 표현을 쓴다) 등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데, 새로운 이모지도 이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이모지일 경우 가산점이 있는데, 과거에 빗자루가 있었다면 지금은 청소기 이모지가 더 새롭고 흔한 물건이라 좋다는 것.

그렇게 해서 2019년에 포함된 새로운 이모지 중에는 핏방울이 있다. 생리대 광고에서 여성의 생리를 파란색 물감으로 쓰는 건 ‘여성의 생리는 더럽다’는 편견이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는 ‘피 묻은 여성 속옷’ 그림이 제출되었지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거부되었고, 그 대신 붉은 핏방울이 채택된 것이다. 생리 외에도 ‘희생’, ‘헌혈’, ‘피검사’ 등 다양한 문맥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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