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콜로라도주(州)에서 절도 혐의를 받는 70대 할머니한테 경찰관이 무자비한 폭행을 가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해당 할머니한테 무려 300만달러(약 35억원)나 되는 배상금을 물게 됐다. 할머니가 훔치려던 물건이 14달러(약 1만6000원)짜리란 점을 감안하면 경찰 측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점 때문에 현지 여론은 경찰에 싸늘하고 할머니한테 동정적인 분위기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콜로라도주 러브랜드시(市)는 절도 용의자인 동시에 폭행 피해자인 캐런 가너(73) 할머니에게 300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사건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치매를 앓는 가너 할머니는 러브랜드 시내의 한 상점에 들어가 14달러짜리 상품을 훔치려한 혐의로 상점 주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가너 할머니는 경찰관한테 “가족이 기다린다. 나는 빨리 여기서 나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여느 치매 환자처럼 횡설수설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를 도주 시도로 판단한 경찰관은 가너 헐머니를 막아선 뒤 여러 차례 거칠게 밀쳤다. 결국 가너 할머니는 땅바닥에 넘어졌고 경찰관은 그런 할머니를 엎드리게 한 뒤 팔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웠다. 이 과정에서 가너 할머니는 어깨가 그만 탈구되고 말았다.

가족은 격분했다. “70대 치매 노인을 폭력을 동원해 강압적으로 체포했다”며 형사처벌과 배상을 요구했다. 지역사회에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가운데 가너 할머니를 체포한 경찰관은 폭행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가너 할머니가 치매 환자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보다는 체포한 피의자의 부상을 알면서도 이를 축소·은폐하려 한 행동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봤다. 경찰 조사 결과 문제의 경찰관은 체포 과정에서 가너 할머니가 다쳤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최초 보고서에서 고의로 누락했다. 그뿐 아니다. 어깨가 탈구된 가너 할머니가 계속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진찰을 받고 싶다”고 요구했으나 이마저 묵살했다.
경찰이 관련 폐쇄회로(CC)TV를 입수해 확인해보니 해당 경찰관은 가너 할머니를 유치장에 가둔 다음 동료 경찰관들한테 체포 당시 상황을 마치 대단한 무용담인 양 과장해서 설명하며 실컷 웃고 떠든 것으로 나타났다.
입장이 난처해진 러브랜드시는 가너 할머니에게 합의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성명에서 “경찰의 폭력 행위에 대해 피해자 및 그 가족에게 정중히 사과했다”고 밝혔다.
다만 가너 할머니 측은 300만달러 배상만으로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할머니의 변호인는 “70대 치매 노인을 폭력적으로 체포하는 행위에 관여했거나 그러한 환경을 조성한 모든 경찰관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말해 기소된 경찰관의 파면과 그 지휘 라인에 대한 문책인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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