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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항모 사업에 문제 있다? ‘계획 조정’ 주장 나온 사연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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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09 06:00:00 수정 : 2021-10-09 10: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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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지난 6월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대우조선해양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해군이 추진 중인 경항공모함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뉴시스

“1년 정도 좀 따져 보고 해도 되는 것을 저렇게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지난 3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만t급 경항공모함 사업과 관련, 군이 지나치게 서두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신 의원의 ‘경항모 속도전’ 지적이 나온 지 수 개월이 흐른 지금, 경항모 사업에 대한 군 안팎의 우려는 여전하다.

 

2033년 전력화를 목표로 지난 2월 경항모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내년도 예산안에 사업비 72억원을 반영하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경항모 사업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최근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경항모 사업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KIDA는 “리스크가 있다”며 ‘조건부 타당성 확보’ 결론을 내렸다. 사업의 문제점을 세밀하게 지적하면서 계획에 대한 개선안을 제안하는 등 제한적 동의를 했다는 해석이다. 

 

◆핵심기술 평가 고려치 않은 설계 일정

 

경항모 관련 기술개발과 설계 일정 간 연계 문제는 경항모 개발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지난 6월 9일 오전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현대중공업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해군이 추진 중인 경항공모함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뉴시스

해군 함정의 국내 연구개발은 개념설계(선행연구)→탐색개발→체계개발→최초양산 단계로 이뤄진다. 

 

각각의 단계마다 기술검토 회의를 진행하는데, 상세설계 진행 전에는 체계요구조건검토(SRR), 체계기능검토(SFR), 기본설계검토(PDR) 등을 하게 된다.

 

방위사업청은 경항모의 뼈대를 만드는 함정(플랫폼) 기본설계에 40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72억원이 반영되면 2023년 1분기 체계요구조건검토, 4분기 체계기능검토를 거쳐 2024년 기본설계검토를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같은 기술검토를 통해 해군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반영했는지를 확인한다. 이후 2025년 시험평가를 실시해 함정 기본설계를 완료할 예정이다.

 

경항모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2023년에 이뤄지는 기술검토의 성공적 수행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해부터 경항모 적용을 위해 추진중인 9개 핵심기술 개발 결과가 반영되어야 한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지난 6월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대우조선해양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해군이 추진 중인 경항공모함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9개 핵심기술 중 8개의 성능시험이 2024년 2분기에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핵심기술 성능평가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2023년 체계요구조건검토와 체계기능검토를 하게 된다면, 그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함정 기본설계 일정에 핵심기술을 기본설계에 반영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능시험 평가 계획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방사청은 기술개발 결과를 피드백해 설계를 보완하고, 부족한 기술은 협력 방안을 추진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IDA는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제한사항은 완화되나, 개발완성도 측면에서 리스크가 있어 위험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며 “핵심기술개발 연구기관과 기본설계 업체간 유기적 협력 및 연계 대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경항모의 신경 격인 전투지휘통제체계 개발도 문제다. 현재 일정 기준으로 전투지휘통제체계의 체계개발기본계획은 2024년 초에 의결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9개 핵심기술 개발이 진행중인 시점이고, 함정기본설계 작업에 착수한 지 여러 해가 지난 때다.

 

체계개발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핵심기술 개발 결과 반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 함정 기본설계에 전투지휘통제체계 관련 사항 반영이 늦어져 사업 일정이 지연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지난 6월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현대중공업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해군이 추진 중인 경항공모함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뉴스1

이에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기술검토를 통해 사업 착수 시점을 1년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을 KIDA에 전달했다. 하지만 KIDA는 “함정기본설계와의 연계성은 확보할 수 있으나, 핵심기술 확보에 대한 리스크가 있다”며 회의적인 의견을 냈다. 

 

기존 계획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함정기본설계와 핵심기술개발, 전투지휘통제체계 개발 계획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으면서, 어느 한 쪽의 일정을 조정하면 다른 요소와의 연계성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프로젝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진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업 주체·비용도 논란

 

전투지휘통제체계 개발을 누가 주도하느냐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소요검증 당시에는 ADD가 개발을 주관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하지만 방사청이 방산업체 주관 연구개발을 우선토록 하는 정책적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추진기본전략에서는 방산업체가 이끄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에 KIDA는 “앞선 절차(선행연구, 소요검증)에서 업체 주관 연구개발은 전혀 검토된 바 없어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갑자기 적절성을 판단하는 것은 제한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국내연구개발은 ‘적절’, 업체 주관 개발은 ‘판단 불가’ 입장을 밝힌 셈이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지난 6월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대우조선해양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해군이 추진 중인 경항공모함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뉴스1

전투지휘통제체계 개발을 방산업체가 주도하면, 관련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1 국정감사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ADD 주관으로 분류됐으나 지난해 업체 주도로 변경된 4개 사업 중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경어뢰 성능개량, 130㎜ 유도로켓-Ⅱ 사업의 비용분석 결과 개발비가 53~10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전투지휘통제체계도 이와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투지휘통제체계 개발비 상승은 경항모 총사업비 증액으로 이어진다. KIDA가 분석한 총사업비는 2조6500억원. 지난 2월 사업추진기본전략 의결 당시 공개된 예산 2조300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불어난 총사업비 중에서 전투지휘통제체계는 약 6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선행연구(3500억원)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전투지휘통제체계 이외에 경항모에 쓰일 관급 장비비, 함건조비 등도 선행연구 당시 비용추계보다 상당 부분 늘어났다.

 

총사업비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업체 주관 개발 방식으로 진행될 전투지휘통제체계의 개발비에 대해 업체가 제시할 비용이 군 당국의 예상을 넘어설 수도 있다. 부족한 기술을 외국에서 들여오기 위해 지불하는 해외기술지원비 규모도 명확하지 않다. 

미 해군 핵항모 제럴드 포드호가 성능시험을 위해 출항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외국서도 기술 리스크 불거져…면밀한 사업 일정 필요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KIDA는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조건부 타당성 확보’ 결론을 내리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우선 전투지휘통제체계 개발 주관 기관 선정과 관련, 업체 개발 가능성과 효과, ADD의 기술지원 방법, 연구개발비 등을 검토하고 이를 ADD 주관 방식과 비교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선제적으로 국외 도입이나 기술협력생산을 통한 기술확보 대안 등을 포함한 위험관리 방안과 기본설계 착수 전까지 함정과 핵심기술 연계를 위한 방사청 차원의 계획과 위험관리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항모는 건조 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 철저한 사업 관리와 계획 설정이 요구된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건조 시간과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특히 초도함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많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수백 척의 항모를 만든 경험을 지닌 미국조차도 최신 핵추진항모 제럴드 포드호를 건조하면서 숱한 문제에 시달렸다.

프랑스 해군 핵항모 샤를 드골호가 훈련을 위해 항해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신형 레이더, 전자기식 항공기 사출장치, 신형 원자로 등 신기술이 대거 적용됐는데, 신기술을 함정에 접목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지 않아 105억 달러로 예상됐던 건조비가 135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취역도 당초 일정보다 2년 늦은 2017년에야 이뤄졌다. 

 

프랑스 핵항모 샤를 드골호도 마찬가지다. 1989년 건조가 시작돼 1994년 진수했지만, 마무리 공사가 대폭 지연되면서 2001년에서야 취역했다.

 

프랑스 해군이 샤를 드골호 건조를 계획했을 때, 전투기와 헬기 탑재만 고려했다. 그러나 E-2C 조기경보기 탑재가 결정되면서 경사진 비행갑판을 연장하고 원자로 방호벽을 보강하는 작업이 추가됐다. 프로펠러에 이상이 생겨 기존 클레망소급 항모의 프로펠러를 한때 사용했고, 라팔 함재기형 개발이 늦어지는 등의 문제가 지속됐다.

 

제럴드 포드호와 샤를 드골호는 요구성능과 첨단기술을 설계 및 건조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개량작업을 거치면서 정상적인 작전이 가능해졌지만, 시간과 비용의 추가 소요는 불가피했다.

 

경항모도 마찬가지다. 항모 건조 및 운용경험이 풍부한 미국과 프랑스마저도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 기술개발과 사업 추진 일정 등을 선진국들보다 더 면밀하게 재설정해 위험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지난 3월 국회 국방위에서 경항모 사업과 관련, “서두르면 더 늦어지고 비용이 더 들어가서 결과적으로는 해군에 도움이 안 된다. 적어도 내년쯤 논의를 시작한다든지 해서 풀어 나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국 해군이 구상중인 경항모 전단의 모습을 구현한 상상 모형.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정 기간 ‘숨고르기’를 하면서 핵심기술개발과 함정기본설계, 전투지휘통제체계 개발 일정간 연계를 강화하고 위험관리 방안을 마련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예산확보 못지 않게 사업관리에 집중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달부터 본격화할 예산 정국에서 국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정부와 군이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말의 뜻을 새겨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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