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경기지사 사퇴를 권유하며 본격적인 ‘방탄 국감’ 채비에 나섰다.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만큼 대선 준비가 주된 명분이지만 국정감사 등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로서 받는 위협 요인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재명 후보 측은 지사직 사퇴와 관련 “국감은 예정대로 임할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당 지도부가 사퇴 명분을 제공한 만큼, 조기 사퇴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11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당지도부·대선 후보 간담회에서 “오늘 이재명 후보는 단순한 경기도지사가 아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집권여당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셨다”라며 “하루속히 경기지사직을 정리하고, 빠르게 예비후보로 등록해서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고 건의를 드렸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도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사로서의 책임도 있고 후보로서의 책임도 있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서 국정감사를 모두 마칠 것이라는 캠프 측 입장과는 다른 답변이다. 앞서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주민 의원은 지난 6일 일일브리핑에서 “국정감사에 정상적으로, 예정된 계획대로 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사직에서 사퇴하면 경기도청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는 출석할 의무가 없어진다. 경기도는 오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20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을 받는다. 공직선거법상 이 지사의 사퇴 시한은 대선 90일 전인 오는 12월 9일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해당 권유에 대해 “지도부와 여러 당 관계자들은 여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마당에 국감장에 서는 것이 맞느냐는 우려도 있다”며 “‘대장동’ 건도 그렇고 정책 문제도 그렇고, 여당이기 때문에 현안과 정책 조율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사직 사퇴 요구에 관해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이 후보는 지사직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오늘 당의 당부가 있었으니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결정할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대장동 의혹 수사 등에서 이 후보를 보호하려는 당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당이 나서서 후보를 보호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다. 특히 수사당국도 대선을 앞두고서는 ‘정치개입’ 오명을 피하기 위해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대구가톨릭대 장성철 초빙교수는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 전과 된 후의 위상은 어마어마하게 다르다”라며 “수사 당국도 쉽게 수사를 진행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대장동’ 국감으로 치러지고 있지 않은가”라며 “대선 후보로 선출된 만큼 정제된 메시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이 격화되는 국감장에서는 메시지 정제가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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