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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조세회피 칼 뺐다… G20, 디지털세 합의안 추인

입력 : 2021-11-01 06:00:00 수정 : 2021-11-01 07: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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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 채택… 2023년 발효

연매출 27조·이익률 10% 이상
초과이익의 25%에 법인세 부과
실제 매출 올린 국가에 과세권
조세회피 방지 “최저한세율 15%”

플랫폼 넘어 전업종, 대상 확대
“전 세계서 매년176조 더 걷힐 듯”
G20 정상회의를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급망 회복력 관련 글로벌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G20(주요 20개국) 정상들이 10월 30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를 막는 디지털세 도입 합의안을 추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IF)가 합의한 디지털세 도입안을 G20 정상들이 승인했다면서 “회의 마지막 날 합의문이 공식 채택돼 2023년 발효될 것”이라고 전했다.

 

디지털세 합의안은 다국적기업들이 실제 매출을 올리는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과세권을 배분(필라 1)하고,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15%로 설정(필라 2)하는 양대 축으로 이뤄져 있다.

 

필라1은 연간 연결매출액 200억유로(약 27조원)·이익률 10%를 넘는 기업이 대상이다. 통상 이익률(10%)을 웃도는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그중 25%에 대한 법인세를 부과해 매출을 일으킨 여러 나라에 비례적으로 배분하게 된다. 필라 2는 다국적기업이 어느 나라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15% 이상의 세금을 내도록 해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 및 기업의 조세회피를 차단하겠다는 내용이다.

 

애플, 구글 같은 기업들은 그간 유럽 각국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법인세율이 12.5%로 OECD 평균 법인세율(21.5%)보다 훨씬 낮은 아일랜드에 유럽 본부를 두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해왔는데, 이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공통 규제의 칼날을 빼든 셈이다. 다만 대상 기업은 플랫폼사업자뿐 아니라 소비재 기업 등 전 업종으로 확대됐다.

 

OECD는 디지털세가 발효되면 매년 전 세계에서 1500억달러(약 176조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정부)는 전 세계 70∼80개 기업에 대해 과세권을 행사하게 되고, 우리 기업은 한두 곳이 해외에서 과세권을 나눠 주게 될 것”이라며 “필라 1에 따른 세수 감소와 필라 2의 세수 증가를 합하면 약간의 세수 증가가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합의안 도출에 앞장선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법인세를 바닥까지 끌어내린 최악의 경주를 끝낼 역사적 합의”라며 최저한세 도입으로 미 경제와 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디지털세 도입 등으로 향후 10년간 3500억달러(약 411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G20 정상들이 글로벌 최저한세를 명확히 지지했다”며 “이는 세금 협상 그 이상의 것으로, 세계 경제 재편과 우리 국민을 위한 외교”라고 환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19년 일본 오사카 정상회의 이후 2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G20은 기후변화 대응, 코로나19 위기 극복 및 글로벌 경기 회복 등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EPA연합뉴스

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환영사를 통해 “우리 앞에 놓인 문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일한 해결책은 결국 (G20 창설 정신인) 다자주의일 수밖에 없다”며 “70%(선진국)와 3%(개발도상국)라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의 차이는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으며, 대유행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을 저해할 요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 정상은 별도 회담을 갖고 “지난 6월 핵합의 복원 회담이 중단된 뒤 이란의 도발적인 핵 활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위급한 상황에 놓인 핵 협상에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태영 기자, 로마=이도형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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