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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점주 “빨리빨리”… 라이더 ‘죽음의 속도경쟁’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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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3 15:00:00 수정 : 2023-12-10 1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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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배달수요 급증 따라
이륜차 사고도 크게 늘어나
플랫폼 업체는 시간 경쟁
“신호 무시 달려갈 수밖에…”
안전교육 뒷전… 개선 시급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한 교차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달리던 오토바이가 맞은편에서 오던 택시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30대 A씨가 숨졌다. 앞서 8월에는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배달 라이더가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대면 소비 패턴 일상화로 배달수요가 폭증하면서 배달노동자, ‘라이더’들이 ‘죽음의 속도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안전교육은 뒷전이다.

라이더들의 ‘발’인 이륜차 사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해 크게 늘었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 역시 증가했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서영교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륜차 교통사고는 2018년 1만7611건, 2019년 2만898건에서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2만1258건으로 늘었다.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498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525건으로 17.0% 증가했다.

이륜차 사고의 주요 원인은 안전운전 불이행과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이륜차의 교통법규 준수실태’ 조사결과, 3시간 동안 조사지점을 통과한 7253대의 이륜차 중 52.8%(3833대)가 4457건의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호위반이 전체의 48.8%로 가장 많았고, 정지선 위반(28.0%), 인도침범(11.2%) 순이었다.

서울 도심에서 라이더들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배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라이더들은 배달앱에 설정된 시간이 교통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데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마다 빠른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간 경쟁을 벌이는 것을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와 음식점 점주와 소비자의 빠른 배달 요구도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전기이륜차배달라이더협회 관계자는 “소비자는 주문해서 배달까지 30분 내에 자신의 상품이 집에 도착하길 바라는데, 배달앱이 설정한 시간은 교통시간 등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치킨과 피자를 약속된 시간 안에 배달하려면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도에서 배달 오토바이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은 미비한 수준이다.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녹색병원·일과건강이 지난 6월 ‘플랫폼·배달노동자 안전보건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종사자 537명의 노동환경을 설문조사한 결과, ‘사업주나 협회로부터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다’는 응답이 45.1%에 달했다. ‘한 번 들었다’는 응답은 28.2%, ‘교육받은 적 없고, 사인만 받아갔다’는 응답은 11.9%로 집계됐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확실한 안전교육은 물론 안전모 착용 등을 법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라이더들이 많은 만큼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보람·배소영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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