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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기록물 등재 막더니… 日, 자국 불경 들이밀었다

입력 : 2021-11-15 19:00:17 수정 : 2021-11-15 19: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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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후 첫 유네스코 기록유산 신청 대상 선정
문화재 ‘정토종대본산…’ 등 2건
불교 연구·인쇄 등 사료 가치 자평

日, 유네스코의 최대 주주로 군림
강한 영향력으로 과거 잘못 감춰
韓·中·日 민간단체, 등재 추진에
日, 위안부와 다른 내용 올려 제동
민간 중심 절차도 정부 개입 바꿔
2016년 5월 각국 민간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공동등재 신청을 앞두고 신청서 서명식을 갖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제공

‘위안부 기록물 막았으니 자기네 불경을 들이밀었다.’

일본이 최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대상을 정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칠게 정리하면 이렇다. 유네스코에 많은 분담금을 내면서 갖게 된 영향력을 과거의 잘못을 감추고, 반성하지 않는 데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5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은 지난 10일 ‘정토종대본산증상사삼대경’(중요문화재), ‘지정대사원진관계문서전적’(국보) 2건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신청 대상 문화재로 선정했다. 문과성은 정토종대본산증상사삼대경에 대해 “17세기 초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수집한 목판인쇄 대장경”이라며 “현대불교 연구 자료로서뿐 아니라 한자문화, 인쇄문화 등 관점에서도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지정대사원진관계전적은 “일본과 중국의 문화교류나 당시 당나라 법제, 교통제도 등을 알려준다”고 평가했다.

주목되는 것은 요미우리신문이 이 소식을 전하며 “2017년부터 신규 신청을 중단했다가 가맹국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 신설 등 개혁을 하고, 신청을 재개했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신규 신청 중단, 신문이 ‘개혁’이라고 부른 제도 변화 등은 일본군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막기 위해 일본이 벌인 일들이다.

일본은 중국이 신청한 ‘난징대학살 문건’이 2015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고 이듬해 한국·중국·일본 등의 민간단체가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추진하자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난징대학살 문건은 중일전쟁 와중인 1937년 12월 일본군이 난징을 점령한 이후 시민, 무장해제된 중국 군인들을 학살한 사실 등을 담은 기록물이다. 위안부 기록물은 군위안부 피해를 최초로 증언한 배봉기 할머니의 육성 증언 테이프 등으로 구성된 2700점 이상의 자료다.

징용 조선인 노동 현장인 하시마섬(일명 군함도). 연합뉴스

일본은 위안부 기록물과 상반되는 내용의 자료를 등재 신청하는 한편 유네스코 분담금 납부를 일시 중단하며 어깃장을 놨다. 또 이전까지 민간 중심이던 세계기록유산 등재 절차에 관련국 정부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변화를 주도했다. 신청 대상 기록물 내용과 관련해 회원국 정부가 제기한 이의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등재를 위한 내용 심사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하는 장치도 만들었다. 이것이 일본 언론이 ‘개혁’이라고 한 것의 실체로,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어떻게든 막겠다는 의도가 작동한 결과다.

우리 정부는 일단 “위안부 기록물은 제도 변화 이전에 등재 신청을 했기 때문에 개편된 내용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위안부 관련 기록물과) 상반된 내용을 담은 기록물의 등재를 신청했기 때문에 협의가 필요한데 일본에서 성실하게 응하지 않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일본이 중국과 함께 유네스코의 ‘최대주주’로 군림하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이 깊다. 2021년 기준 일본의 유네스코 분담금은 약 1500만달러(분담금 비율 11%)로, 약 2100만달러(15%)를 내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한국은 약 400만달러(2.9%)를 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중국은 위안부 기록물과 관련해서는 우리와 같은 입장일 수 있으나 반체제 기록물 등재 등에 대한 우려가 있어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정부 개입을 용인하는 등의 방향으로 입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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