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시비 걸고 욕… 잠도 못자”
피해자들 “살려달라” 호소 많아
18명 중 절반이 공공기관 소속
“솜방망이 처벌만 이뤄져” 지적
“하루에도 몇 번씩 대표가 시비를 걸고 욕을 합니다.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저항할 의지조차 잃었습니다. 내가 죽으면 해결될까, 그러면 대표가 죄책감을 느낄까 하는 생각만 계속합니다.”
“공황장애, 우울, 불안 장애를 얻고 자살시도까지 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까지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이러다가 죽을 것 같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지난 9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직장 괴롭힘 피해자들의 사연이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최소 18명 확인됐다고 밝혔다.
28일 직장갑질119가 언론보도와 국민신문고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7일까지 직장 괴롭힘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사례는 총 18명이다. 이 중 절반인 9명은 서울시, 동두천시, 대전소방본부, 통영해양경찰, 서울 동대문구어린이집 등 공공기관 소속이었다. 지난달에는 인천경찰청 소속 경사 A씨가 동료들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목숨을 끊었고, 지난 9월에는 대전시에 올해 임용된 9급 공무원 B씨가 신규 부서 발령 3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의 유족은 B씨가 다른 직원 출근 1시간 전에 와서 상사의 커피를 준비하라는 지시 등을 받고 이를 거절하자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의 직장갑질은 세계적인 수치’라며 갑질문화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하고, 공공기관 직장갑질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공공기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나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위계질서와 상명하복 등의 문화가 강한 공공기관에서 계속해서 갑질 문제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정부 종합대책에서도 중대한 갑질 사건에 대해서는 감경사유를 배제하고 강력하게 징계하라고 하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만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연령대는 젊은 세대에 국한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목숨을 끊은 18명 중 7명은 20대, 4명은 30대였지만 40대와 50대도 각각 3명씩 있었다. 성별은 남성 12명, 여성 6명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제보를 해온 직장인들이 ‘살려 달라’고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제보자는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우울증, 불안증, 화병을 얻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충동이 너무 심해 자살예방센터에서 상담을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보자 역시 “매일 최선을 다했는데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며 욕설을 듣고, 장시간 같은 질문을 들으며 괴롭힘을 당했다”며 “악랄한 관리자 때문에 사람을 혐오하는 증세까지 생겼고, 심한 자괴감과 우울감에 빠져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공공기관의 경우 직장 갑질 종합대책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거나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기관장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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