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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값 상승 ‘직격탄’… 탈원전 본격화 땐 청구서 더 늘어나

입력 : 2021-12-28 06:00:00 수정 : 2021-12-28 0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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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전기료 4·10월 두 차례 걸쳐 5.6%↑
4인 가구 月평균 3587원 추가 부담 예상
도시가스요금도 5월부터 3차례 상향
내년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잇달아 인상된다. 사진은 27일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내년 2분기부터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차례차례 수천원씩 인상된다. 전기요금은 8년 만에 처음으로 5.6% 오른다. 기준연료비는 2회에 나눠 총 9.8원/kWh, 기후환경요금은 2.0원/kWh 상승한다. 월평균 304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라면 내년 10월 이후 한 달에 3587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 탄소중립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하게 됐다. 도시가스요금도 내년 5∼10월 차례로 오른다. 한 달 2000MJ(메가줄·가스사용 열량 단위)을 쓸 경우 10월 이후 4600원을 더 내야 한다.

 

한국전력은 내년 4월부터 적용될 전기요금의 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 인상분을 27일 확정해 발표했다. 한전은 올해 도입한 원가연계형 요금제 취지에 따라 국제 연료가격 상승분과 기후·환경비용 증가분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부담을 고려해 기준연료비는 4, 10월 각각 4.9원/kWh씩 나눠 올린다.

 

이번 요금 인상은 올해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한전의 탄소중립 비용 증가가 더해진 결과다. 한전은 올해 유연탄이 20.6%, 천연가스 20.7%, 벙커씨(BC)유 가격이 31.2% 상승해 기준 연료비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한전의 탄소중립 비용도 늘었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비율이 7→9%로 늘고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비율이 3→10%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민이 부담할 기후환경요금이 4월 1일부터 kWh당 5.3원에서 7.3원으로 2.0원 오른다.

 

내년 5월부터 도시가스요금도 인상돼 가계 부담이 가중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월 2000MJ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우 가스요금이 내년 5월 2460원, 7월 추가로 1340원, 10월 추가로 800원이 늘어난다고 이날 발표했다. 현재 2만8450원을 내는 가구라면 내년 10월 이후 같은 양을 쓰고도 4600원 많은 3만3050원을 내게 된다.

 

이번 인상은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2022년 5월∼2023년 4월 민수용 원료비 정산단가를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민수용 원료비 정산단가는 내년 5월 1.23원/MJ, 7월 1.90원/MJ, 10월 2.30원/MJ이 적용된다.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 배경

 

내년 전기·도시가스 요금이 줄줄이 수천원씩 오른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3.7%를 기록한 상황에서 에너지 요금마저 대폭 인상되면서 서민 가계의 시름이 깊어지게 됐다. 이번 인상에는 올해 석탄·석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탄소배출 저감 비용도 반영됐다. 문제는 발전 원가가 가장 싼 원자력 발전량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기후환경요금이 인상됐다는 점이다. ‘탈원전’이 본격화할 경우 ‘탄소중립 청구서’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가구마다 수천원씩 부담 가중

 

한국전력은 기준연료비를 내년 4, 10월 각각 4.9원/kWh씩 총 9.8원/kWh, 기후환경요금을 2.0원/kWh 올린다. 모두 합하면 11.8원/가 오르게 된다. 10월 사용분부터 실 상승분을 구하려면 월 평균 전력 사용량에 11.8원을 곱하면 된다. 월 304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라면 내년 10월부터 한 달 3587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도시가스 요금도 내년 5월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23원이 오른다. 이어 7월에 추가 1.9원, 10월에 추가 2.3원이 인상된다. 한달 실 상승분은 도시가스 사용량에 매월 인상분을 곱하면 파악할 수 있다. 한달 2000MJ를 사용한다면 도시가스 요금은 현재 2만8450원에서 내년 10월 이후에는 3만3050원으로 4600원 인상된다. 인상안은 2023년 4월까지 적용된다.

 

도시가스 요금 조정은 원료비 연동제 시행지침에 따른 것이다. 시행지침은 지난해 말 누적 원료비 손실분(미수금)을 내년 5월부터 1년간 원료비 정산단가로 회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산단가 인상으로 가스공사는 올해 말까지 누적된 연료비 미수금 1조8000억원을 2년 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는 국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내년 기준연료비는 2020년 12월∼2021년 11월 국제 에너지 원자재 평균 가격을 반영했다. 한전은 이 기간 유연탄이 20.6%, 천연가스는 20.7%, 벙커씨(BC)유는 31.2% 상승했다고 밝혔다.

 

도시가스 원료비는 액화천연가스(LNG) 중장기 계약분 약 70%에 현물 조달분 30%로 구성된다. LNG 중장기 계약분은 유가 연동 계약 형태로 이뤄진다. 도시가스 요금 역시 국제 유가와 LNG 현물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는 구조다.

 

◆탄소중립 비용도… 탈원전은 아직

 

이번 요금 인상에서 눈여겨 볼 점은 탄소중립 비용이다. 한전과 발전사업자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들인 비용은 전기요금 중 기후환경요금에 반영된다.

 

한전은 올해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비율이 7→9%로 늘고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비율이 3→10% 증가했으며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을 줄임에 따라 기후환경요금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RPS는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를 의무 생산한 비용을 한전이 지급하는 것이다. 내년 기후환경요금 7.3원 중 5.9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비용이 0.8원, 석탄발전 감축 비용이 0.6원이다.

 

일부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이 올랐다고 비판하나 문제는 탈원전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원전 설비용량은 2019년 신고리 4호기 준공으로 2020년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원전 이용률도 2018년 65.9%에서 지난해 75.3%, 올해 6월 73.4%로 큰 변동이 없다. 원전 설비용량은 2025년 신고리 6호기 준공으로 정점을 찍고 점진적으로 감소해 2030년에야 총 18기가 된다.

 

발전원가가 가장 싼 원전 가동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이미 탄소중립 지출로 전기요금이 상승한 것이다. 올해 9%인 RPS 비율은 내년 12.5%로 오른 뒤 차례로 상승해 2026년 25%까지 늘어날 예정이라 추가 요금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기술혁신과 규모의 경제로 발전단가가 내려가 전기요금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광 입찰시장의 평균 낙찰가는 2017년 18.3만원/MWh에서 올해 상반기 13.6만원/MWh로 최근 4년간 26% 하락했다. 

 

◆전기요금 1분기는 동결… 2분기부터 인상

 

정부는 지난 20일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결정했으나 이날은 다시 요금 인상을 발표했다. 일견 혼란스러울 수 있다. 전기요금 구성 항목이 다양한 탓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을 더해 산출한다. 이 중 연료비 조정요금은 연료비 가격 변동을 반영해 3개월마다 최대 3원 범위에서 인상·인하한다.

 

내년 1분기 동결된 요금은 연료비 조정요금에 해당한다. 정부는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가 29.1원/kWh으로 산정됐으나 물가상승을 우려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4월부터는 전력량·기후환경요금이 11.8원씩 오르며, 연료비 조정요금도 3원 범위에서 재산정한다. 일각에서는 3월 대선 이후에 소비자가 받아보는 전기료 고지서가 오르는 것을 두고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올해 한전 영업적자 예상치는 4조7546억원, 자회사 포함 누적 부채는 138조2000억원에 달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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