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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UP·염증 DOWN… 건강하려면 ‘음식의 뺄셈’ 실천하세요”

입력 : 2022-01-10 07:00:00 수정 : 2022-01-12 15: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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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교수가 알려주는 ‘면역밥상’

고혈압·암 등 만성염증이 문제
식품으로 염증 줄이는 게 필요
채소·과일·견과류·잡곡 위주
면역력 높여주는 밥상 만들어야

커피·케이크·인스턴트 식품 등
무조건 참으면 언젠가는 폭발
‘나쁜 음식’ 하나 빼 선순환 시작
하루 한끼 건강식 실천이 중요

“‘면역밥상’의 첫걸음은 좋은 음식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가장 해가 되는 음식의 ‘뺄셈’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 정도 뺄셈으로 인한 몸의 변화를 직접 체감하면 스스로 식단 조절이 가능해지죠.”

‘면역밥상’을 국내에 널리 알린 이경미 차움 푸드테라피클리닉 교수는 그 실천법의 시작으로 ‘뺄셈’을 꼽았다. 타트체리, 노니, 산양유 단백질 등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범람하는 소위 몸에 좋은 음식 섭취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 대한 일침이다.

고혈압, 당뇨, 암, 치매 등 현대인의 질환은 만성 염증 때문에 발생한다. ‘면역밥상’은 이런 ‘만성 염증을 줄이고 면역력을 높이는 영양소를 가진 식품을 적절한 비율로 구성해 염증을 줄이는 조리법으로 만든 밥상’을 의미한다. 채소와 과일, 콩류, 씨앗류, 견과류, 통곡과 불포화지방,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여주는 밥상이다.

문제는 이런 설명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면역밥상’에 심리적인 거리감을 느낀다. 매일 올리브 오일이 뿌려진 샐러드만 먹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때문이다. 그래서 이 교수가 추구하는 것이 쉬운 접근이다.

“여성들이 한 끼 식사로 먹는 케이크와 커피 조합이 대표적이죠. 탄수화물 덩어리를 섭취하면서 그 순간에는 에너지가 확 올라가지만, 당분으로 인해 근육은 안 생기고 당분이 더 당기게 되죠. 그런 분들이 체중은 표준인데 근육은 부족한, ‘마른 비만’인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몸은 표준인데 혈당과 콜레스테롤이 올라가면 기력이 떨어지고, 단백질 부족으로 손톱이 얇아지고 탈모가 생기는 등 호르몬 불균형이 온다. 또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이 만들어지는 장내 미생물에도 악영향을 줘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수면에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술이 이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정제 탄수화물, 가당 음료수, 트랜스지방 등이 좋지 않은 건 다들 알죠. 만성피로인 사람에게 음식과 생활을 한꺼번에 바꾸라고 하면 대부분 실패로 끝나요. 피곤하니 신경 쓰기 싫고, 결국 실패하니 좌절하고 포기하죠. 허들을 낮춰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 교수는 진료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몸 상태에 따라 호르몬, 세포 대사 상태와 면역, 유전검사 등을 통해 몸의 불균형을 측정, 가장 문제가 되는 식습관을 점검한다. 다양한 문제점 중 ‘가장 큰’ 것을 선별해 “이거 하나만 일단 빼자”라고 하면 대부분 “그 정도는 꼭 지키겠다”며 따라온다. 이렇게 1∼3개월간의 뺄셈은 ‘선순환’의 첫 시작으로 연결된다.

소화불량 문제 하나만 해결됐는데 잠도 잘 자고 자신감이 생겨 다른 나쁜 것들도 하나씩 끊고, 좋은 것들을 챙기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정 음식을 평생 끊으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식습관은 평생을 가야 하는데 지속가능성이 없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참기만 하면 언젠가는 폭발해서 역효과가 나는 것을 알기에 이 교수 역시 “나도 가끔 감자튀김 먹는다”고 웃었다.

이 교수가 이런 푸드테라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약을 끊지 못하는 만성환자들 때문이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 대부분이 시간이 흐를수록 복용하는 약만 늘어날 뿐 호전되지 않는 것을 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영양과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방식의 개선에 관심을 가지면서 대체의학 석사, 애리조나대학교 통합의학센터 펠로십 등 의학 영양, 심신의학 등 통합의학에 대해 공부하고 이를 진료에 적용했다.

 

이경미 차움 푸드테라피클리닉 교수는 “몸의 균형을 바로잡는 면역밥상은 평생 유지해야 하는 식습관이기 때문에 특정 음식을 평생 배제해야 한다고 접근하면 어렵다”며 “가장 문제 되는 식습관 하나를 고쳐보고 그 변화를 체험하면 음식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즐거운 식사가 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차움 제공

현재 이 교수의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반복적인 두드러기나 아토피, 피부 습진으로 고생하거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들이 많다. 건강검진을 해도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만성피로 환자의 방문도 잦다. 한 60대 환자는 푸드테라피를 통해 10년 동안 해결되지 않던 당뇨를 해결하면서 ‘면역밥상 전도사’가 됐다.

“의사를 만나면 환자들은 관계없어 보이는 얘기들을 주절주절 많이 합니다. 의사들은 ‘관계없는 얘기’라며 다 잘라내지만 사실 이런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말들에 답이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건조한 게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그런 분들이 소화도 안 되고, 잠도 안 오는 식으로 연결이 되는 거죠. 소화가 안 되면 소화제, 머리가 아프면 두통약, 이런 식으로 일률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여전히 ‘만병통치약’같이 하나의 식품을 콕 집어주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을 맹신하는 게 현실이다. 방송에서 언급된 식재료는 홈쇼핑과 마트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서 “이분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전반적인 식습관이 바로 서지 않은 상태에서 영양제나 특정 식품 섭취만으로 건강 회복을 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크릴 오일이나 백수오 등 안전성 이슈들이 있었던 것처럼 제품마다 원료나 품질이 너무 다양해서 식품 표시를 꼼꼼히 확인하고 파악해서 사지 않으면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며 “최근 단백질 파우더가 유행인데 의외로 당분 함량이 굉장히 높아 근육을 만든다고 단백질 파우더를 먹다가 살이 찌고 혈당이 올라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최근 코로나19로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배달 음식과 가공육 등 인스턴트 식품, 둘 중 하나라면 뭘 끊어야 할까. 잠시 고민한 이 교수는 배달식품이 조금 더 낫다고 평가했다. ‘보존료’ 등의 가공처리 과정 때문이다. 이 교수는 “요즘 배달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보존처리 등이 되는 인스턴트보다는 생선구이 등을 시켜먹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이런 질문이 잦기 때문에 그는 중요한 하나씩만 지워나가기를 바란다. 몸에 좋은 음식이냐 아니냐를 놓고 고민하고 스트레스받는 것 역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명 면역학 교수는 하루 한 끼만 건강하게 먹자고 말해요. 현실적으로 하루 세끼는 모두 건강식으로 채우는 것은 어렵죠. 한국에서는 회식도 많잖아요. 요즘 지중해식 식사가 건강에 좋다고 많이 알려졌죠. 그런데 그 피라미드 가장 밑에 뭐가 있는 줄 아세요? 사람들이 소통하며 즐거운 식사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면역밥상을 완성하는 마지막은 결국 맛있고, 즐거운 식사입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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