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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물 둘러보는데 10분도 안 써”… 대형화재 때마다 현장점검 논란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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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11 18:00:00 수정 : 2022-01-11 17: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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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한 곳이라도 제대로 살펴야”
지난 6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신축 공사현장에 화재가 발생해 연기를 내뿜고 있다. 연합뉴스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사를 나가도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되풀이되는 ‘공사장·물류창고 대형화재’로 당국의 형식적인 안전 관리·감독과 안전보다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시공방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일 진화작업 중 소방관 3명이 순직한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도 끊임없이 제기돼온 허점을 바로잡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11일 소방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평택 화재는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2020년 4월의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장 참사의 판박이다. 지적받아온 공사현장의 안전 위협 요인들이 반복된 결과로 분석된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이번 화재참사는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무리한 속도전에 나선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사고와 같다”며 “겨울철 야간공사는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2020년 4월 29일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가장 비판받는 부분은 현장점검이다. 화재 직후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들은 앞다퉈 현장점검 계획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불이 난 평택 냉동창고 신축 현장에서 착공 이후 뒤늦게 계획서를 제출받았고, 위험 사항의 완벽한 시정 없는 ‘조건부 적정’ 판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장이라 소방 관련 법령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았고, 소방안전관리자 선임과 관리, 권한도 미비했다. 앞선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때도 공단은 두 차례 서류심사와 네 차례 현장심사를 진행해 매번 화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렇다 할 사후 조치 없이 소방안전점검 필증을 발부했다. 

 

관할 지자체인 평택시도 사실상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공사 중인 건물이라도 골조 공사 등이 완료되면 현장점검에서 제외되는 허점 탓이다. 시 관계자는 “민간발주 공사 현장은 감리업체가 안전관리 의무를 일임받고 지자체는 이 업체를 관리·감독하는 형식”이라고 전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이 화재로 소방관 3명이 희생된 경기도 평택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 대한 구조 안전 점검을 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평택 화재 현장 구조 안전 점검 중인 모습. 국토안전관리원 제공

공사장 대형화재 뒤에는 작업허가서 허위 작성과 안전 관리자 배치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일지만 이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원청업체인 시공사가 하청업체에 공사를 떠맡기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고, 감리사는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현장을 점검하는 국가안전대진단을 이어왔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논란이다. 홍성룡 서울시의원은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결과를 토대로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한 강남의 모 빌딩이 대진단 당시 문제점이 지적되지 않았지만, 불과 8개월여 만에 붕괴위험이 발견돼 입주민이 모두 퇴거했다”며 “총체적 부실인 대진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시의원에 따르면 성동구의 9급 직원은 21일간 점검 기간 하루 평균 14.4개동, 하루 최대 47개동을 혼자 점검했다. 점검 실시일로 보고한 기간 중 10일은 실제 현장에 나가지 않았음에도 67개동의 아파트 등을 점검한 것처럼 보고해 대표적인 부실점검 사례로 지적았다. 

 

현장점검에 참여했다는 한 대학교수도 “소방관서와 지자체의 특별조사에 나가면 시간이 없다고 서두르는 게 일상”이라며 “한 건물을 둘러보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 8일 오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동료 소방관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뉴스1

현장에선 보완책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는 평택 화재 직후 광역지자체에 건설공사현장의 점검·제재 권한을 달라며 ‘건설기술진흥법’ 등 법령 개정을 요구했다. 수도권 지역에 전국 건설 현장의 36.8%가 몰려있지만, 이를 살필 국토교통부의 점검인력이 10여명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민간 건설공사장 점검 권한은 주무 부처와 발주청, 인·허가 기초지자체 기관장 등으로 한정된다. 

 

최근 국회 문턱을 넘어 올 6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화재예방 3법(화재예방법·소방시설법·화재조사법)도 화재예방의 파수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은 현장의 목소리와 땜질식 법령의 문제점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뉴시스

한편 이날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2차 현장 합동감식에 나선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가 건물 1층에서 발화해 2층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차례에 걸쳐 감식 잔류물을 수거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겼다. 화재 원인은 국과수 감정 뒤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0시50분쯤부터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자 30여명과 함께 건물 2층 이상 상층부에서 감식을 진행했다. 전날 1차 감식에선 1층 바닥 일부에서 구리열선이 발견됐다.


평택·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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