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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화 제의 외면한 北… 미사일 ‘초스피드’ 개발 나섰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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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15 06:00:00 수정 : 2022-01-15 17: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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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이 5일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14일 평안북도 의주 일대에서 동북쪽으로 미사일 2발을 쏜 북한의 미사일 전력이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다. 

 

올해 들어 세 차례나 미사일을 쏜 북한은 기존 탄도미사일과 대구경방사포에 음속의 5배(시속 6120㎞)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미사일을 추가로 확보,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이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시험발사를 진행, 성공했다고 12일 밝힌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발사를 ‘최종시험’이라고 밝혀 최대속도 마하 10, 사거리 1000㎞의 극초음속미사일이 곧 실전 배치될 전망이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을 기존 무기 개량에 사용하거나, 재조합해 단기간 내 신무기를 만들어내면 위협은 더욱 커진다. ‘하노이 노딜’ 이후 문재인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았던 북한이 신속한 무기개발 체계를 갖추는데 총력을 기울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이 11일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더 높아진 ‘섞어쏘기’ 위협

 

극초음속미사일은 기존 발사체보다 훨씬 낮고 빠르게 날아가는 것이 강조된다.

 

하지만 속도만으로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 극초음속미사일은 발사 후 1단 추진체로부터 분리된 뒤 지상에 낙하할 때까지 음속의 5배가 훨씬 넘는 속도로 날아가지는 않는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극초음속미사일의 경우 최고속도가 마하 20이지만, 종말 단계 속도는 마하 5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체가 표적으로 낙하할 때는 감속을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서지거나 추락할 위험이 있다. 종말 단계에선 속도를 대폭 줄여야 하는 이유다. 

 

이는 활공체가 표적에 무사히 도달하게끔 하지만 패트리엇(PAC 3)이나 SM3 등에 요격될 가능성도 높인다.

 

높은 수준의 기동성은 극초음속미사일 성능을 극대화하는 촉매제다. 미국 중거리미사일(IRBM) 퍼싱2나 북한 KN 23 단거리 탄도미사일처럼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풀업 기동(미사일이 하강 중 재상승)을 하는 미사일은 지상 요격 시도를 회피할 수 있지만, 속도가 음속 이하로 떨어지고 기동력도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

 

북한이 만든 극초음속미사일이 11일 지상에서 발사된 직후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극초음속미사일은 활공체가 미사일에서 분리된 이후 활공하면서 상하좌우로 회피 기동을 할 수 있다. 

 

이같은 특성은 활공체의 비행경로 예측을 어렵게 한다. 비행경로를 사전에 예상하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지상에 배치된 요격미사일 부대는 극초음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방어망이 돌파될 위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돌파해 한반도 남부를 타격하려는 북한 입장에서 극초음속미사일은 매력적인 무기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풀업 기동 능력을 지닌 KN-23 탄도미사일, 연속 발사가 가능한 대구경방사포에 비행경로 예측이 어려운 극초음속미사일까지 투입하면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 요격작전은 한층 복잡해진다. 

 

요격 우선순위 설정을 포함한 전술적 차원의 의사결정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면 요격 기회도 줄어든다. 이는 북한 미사일이 남한 내 주요 표적에 도달할 확률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북한이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이 11일 이동식발사차량에서 발사돼 가상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이같은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탐지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을 탐지하려면 저고도탐지레이더를 휴전선과 가까운 지역에 추가로 설치, 가능한 먼 거리에서 포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레이더를 비롯해 다양한 감시정찰 자산에서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 융합, 군 수뇌부와 방공부대에 신속히 전달하는 데이터링크 체계도 필수다. 이를 통해 요격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최대한 확보하면, 요격 기회를 다소나마 늘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군은 국지방공레이더(TPS-880K)를 지난해 말 전방 군단과 서북도서 부대에 배치했다. 2000년대 초 전력화된 저고도참지레이더를 대체하는 신형 국지방공레이더는 차량에 탑재돼 신속한 전개 및 철수가 가능하며, 전투기와 항공기, 소형무인기 등을 탐지할 수 있다. 레이더에 포착된 항적정보는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와 방공부대에 실시간 전달된다.

 

북한이 만든 극초음속미사일이 11일 발사전 이동식발사차량에서 수직으로 세워지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기술 응용 시 핵능력 강화 효과

 

일반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할 때, 관련 기술을 다른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직후 이를 지상발사형으로 바꾼 북극성2형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만든 바 있다.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통해 엔진, 내열, 유도 등을 포함한 각 분야 관련 기술을 필요에 따라 조합하고 응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드러냈다.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 12형이 지상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극초음속미사일의 1단 추진체는 화성 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액체연료를 쓰는 백두산 엔진 체계가 적용됐다. 액체연료 로켓엔진은 순간적으로 강한 출력을 낼 수 있다. 1단 추진체의 출력이 강하면, 극초음속활공체의 움직임을 가속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백두산 엔진과 화성12형은 북한이 운용중인 미사일 중 기술적 신뢰성과 추력이 높고, 탑재량도 많다. 

 

원뿔 모양의 활공체 기술은 과거 스커드 미사일 탄두를 기동형으로 개량하면서 실마리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내열 기술은 화성 12형 등을 통해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금까지 개발한 미사일의 각 분야 기술들을 조합,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초 개발을 선언한 지 1년 만에 극초음속미사일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새롭게 적용한 기술은 기존 미사일 개량에 쓰일 수 있다.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 개발과정에서 언급한 앰풀(ampoule)화된 액체연료 장치를 사용했다. 

 

북한이 2017년 5월 발사했던 정밀유도 탄도미사일. 탄두부에 작은 날개가 장착된 것이 극초음속미사일과 유사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앰풀화는 액체연료를 용기에 담아 발사할 때마다 미사일에 끼워 넣어 쏘는 방식이다. 연료 주입 후 장기보관이 가능해 주입식 액체연료 공급보다 발사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고체연료와 맞먹는 신속·상시 발사가 가능하다.

 

앰풀화 기술은 북한 액체연료 탄도미사일의 신속한 발사를 위한 성능개량에도 쓰일 수 있다. 북한의 액체연료 미사일은 화성 12, 14, 15형. 일본 열도에서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무기다. 미국과 일본을 타격할 미사일에 앰풀화 기술이 적용되면, 미사일 발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기존보다 대폭 단축된다.

 

사거리 연장도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화성 15형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탄두부를 극초음속활공체로 바꾸면, 미 본토를 사정권에 넣게 된다. 

 

활공체에 탑재할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 내열 기술, 종말단계 유도 등의 기술 확보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미 본토 타격 가능성이 있는 플랫폼을 공개함으로서 미국에 ‘무언의 압박’을 할 수는 있다.

 

최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직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 국방과학원 등을 제재키로 한 것도 이같은 점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앰풀화 외에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쓰인 내열 기술도 공기 저항이 높은 저고도에서의 마찰 등을 견디기 위해 기존보다 향상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다른 미사일에 응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북한은 검증된 기존 기술을 필요에 따라 선택, 다양한 무기를 만드는 노하우를 확보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를 통해 미사일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민간상업위성 업체 디지털글로브가 2019년 촬영한 북한 평양 산음동 공장 위성사진. 북한 미사일 생산의 핵심 기지로 꼽힌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리 군의 대응은 어떨까. 합동참모본부와 군 연구기관은 5일 발사 당시 “(미사일의) 성능이 과장됐다”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11일 발사 직후엔 “진전됐다”고 평가를 바꿨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 개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는 동안 북한은 기술의 재조합을 통해 미사일 개발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극초음속미사일로 입증했다. 북한의 기술 수준과 우리 군의 대응 능력을 보다 철저히 재점검하고, 북한 미사일 기술 실태를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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