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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 널리 쓰이기 전인 고대 사회에선 나무나 천, 돌, 금속 등에 기록을 남겼다. 잣대나 막대 모양으로 깎은 나뭇조각에 글자를 기록한 것을 목간(木簡)이라 한다. 고대의 주요 기록매체이자 의사소통 수단이다. 행정문서용, 운송물품 내역 기록용, 의례용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이집트, 로마 등에서 많이 발견된다. 중국은 대나무로 만든 죽간(竹簡)을 쓰기도 했다.

 

중국 전국시대에 널리 이용되기 시작한 목간과 죽간은 관부(官府)의 문서와 고전의 전달에 큰 역할을 했다. 사마천이 쓴 ‘사기’의 ‘공자세가’에는 “독역위편삼절(讀易韋編三絶)”이란 말이 나온다. 가죽으로 엮은 책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공자가 역서를 열심히 읽었다는 뜻이다. 목간이나 죽간을 끈으로 묶은 책을 말한다. ‘진시황본기’에는 진시황이 천하의 크고 작은 일을 모두 결정했는데, “매일 밤 읽어야 할 문서의 무게를 정해놓고 그 무게에 도달하지 못하면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고 했다. 매일 120근에 달하는 목간·죽간을 처리했다고 한다.

 

1994년 경주 월성 인근 황남동 유적에서 출토된 목간은 통일신라시대의 관부·관영수공업 창고체계, 재정운용 실태를 보여주는 자료다. 정기적으로 부속 창고의 재고량을 조사하거나 물품을 수납하고 그 결과를 목간에 날짜별로 기록했다. 나아가 지방의 군현제와 중앙의 창부(倉部)·조부(調府) 조직,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교통로와 물품 유통체계 등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료로 꼽힌다.

 

한성백제박물관이 서울 송파구 몽촌토성의 북문터 발굴조사에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목간을 찾아냈다. 목간에는 먹물로 쓴 글자가 있지만 정확히 판독하지 못했다고 한다. 출토 정황과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하면 5세기 말∼6세기 초 이 지역을 장악한 고구려인이 쓴 목간으로 추정된다. 백제·신라의 목간은 지금까지 200여점이 발견됐지만 고구려 목간은 처음이어서 유물로서의 가치가 높다.

 

목간은 고대의 행정체계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일급 사료다. 역사학자들은 고대 세계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타임캡슐과 같다고 말한다. 고구려 목간 발견에 학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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