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건희 7시간 통화녹음 파일’에
장영하 ‘이재명 형수 욕설 통화’ 맞공개
공정 등 비전 외면 후보·가족 리스크만
후보는 사과 당은 고발 ‘투트랙 대응’
檢, 국민의힘 MBC 고발건도 배당
오는 3월9일 치러지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 후보를 둘러싼 ‘녹취록 폭로전’이 정치권에 불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공정 사회’를 국정운영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후보와 가족의 지난 과오에 초점을 맞춘 네거티브가 선거판을 주도하며 ‘최악의 비호감 대선’, ‘정치 혐오를 키우는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같은 시기에 공개된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녹취록’과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은 ‘네거티브전’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8일 이 후보의 욕설 녹음 파일을 공개한 장영하 변호사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변호사의 휴대폰에 저장된 육성 파일을 직접 틀었다. 장 변호사는 “이 후보는 형수에 대한 욕설 원인을 형님과 형수가 어머니를 때리고 욕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이 후보와 형의 갈등은 (이 후보가 형을) 전적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해서 생긴 것인데, 그것을 가리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가혹행위를 들고나온 건 명백한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의 형인 이재선씨는 2017년 폐암으로 사망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가세해 이 후보를 맹폭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형수와 형님 욕설의 본질은 가족에게 끔찍한 쌍욕을 퍼부은 인성”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대장동 개발특혜 비리’ 의혹 관련 이 후보의 녹취록 발언을 문제삼으며 확전을 시도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후보는 자신과 형님과의 통화에서 형이 ‘유동규가 음대를 나와서 뽑았느냐’고 물으니 ‘음대 때문에 뽑은 거 어떻게 알았어’라고 답변했다”며 “하지만 지난 국감에선 ‘2010년 유동규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지시나 의견을 전달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지금 기억이 안 난다’라며 말을 얼버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감장에서 또다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욕설 녹취록과 관련해 이날 “한 개인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보통 여성으로서는 들을 수 없는 그런 패륜적 겁박을 자식(형)한테서 듣고 두려워하셨다”며 “그분(형)이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장 변호사를 후보자 비방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씨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과 관련해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공수만 뒤바뀐 채 같은 패턴의 대응방식을 보였다.
민주당은 김씨에 대해 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를 언급하며 ‘제2의 최순실’ 만들기에 주력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16일 MBC가 공개한 김씨의 통화 내용과 관련해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김씨가 윤 후보 행동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미칠 뿐 아니라 선거캠프, 모든 정치 현안에 관여하는 게 명백히 드러났다”며 “주술과 마법 같은 데 의존하게 되면 나라가 크게 위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권력욕과 정치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이미지였는데 최순실의 아류를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김씨의 통화 녹취 발언에 대해 지난 17일 “어찌 됐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국민의힘은 녹음 파일을 제공한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와 이를 보도한 MBC를 고발 조치했다. 양당 모두 후보는 사과하고 당은 법적 대응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국민의힘은 MBC가 추가 방송을 예고한 것에 대해 이날 법원에 또다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국민의힘이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과 법률대리인 김모 변호사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공수사2부(김경근 부장검사)에 배당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법원이 ‘김건희 녹취록’ 방송금지 결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개 여부를 다툰 발언이 담긴 별지 목록을 제외하고 판결문을 공개했는데도 별지 내용이 기자 등 불특정 다수에게 무분별하게 유포됐다”고 밝혔다. 김씨와 대화를 녹취해 MBC에 제공한 혐의로 고발된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 사건도 같은 부서에 배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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