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회견서 “여의도 정치 바꿀 것” 강조
“비호감 대선 말 들을 때마다 면목 없어”
“역사상 가장 젊은 국민내각 구성” 공약
일각 “제3지대와 연합 염두에 둬” 분석
李측 “밥상머리 민심 좌우할 설 전 총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정치 쇄신,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며 ‘박스권 탈출’ 승부수를 띄웠다. 이 후보 측은 설 연휴 직전의 일주일을 “대선 기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한 주”로 규정하고 총력전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이 후보는 26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의도 정치를 확 바꾸겠다”며 정치개혁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거대 양당 등 기존 정치세력에 대해 “대결과 분열, 혐오와 차별을 동원해서라도 상대를 굴복하게 만드는 자신들만의 ‘여의도 정치’에 갇혀버렸다”며 “국민의 삶을 뒷전으로 물려놓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견고한 기득권 카르텔로 변질됐다”고 규정했다.
이 후보의 정치개혁 예고는 정권교체론에 발목 잡힌 지지율 정체를 뚫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현 정치구도를 향한 환멸로 확대·전환시켜 정권교체 여론을 희석할 수 있어서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행정가’ 이 후보가 직접 정치 대수술을 주장하며 정치개혁의 당위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있다.
이 후보가 “앞으로 일체의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며 자신의 정치개혁 명분을 강화했다. 이 후보는 “실망감을 넘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면목이 없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야당도 (네거티브 중단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정치 교체의 첫걸음으로 ‘젊은 국민내각’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정파, 연령 상관없이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인재라면 넓게 등용해 ‘완전히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겠다”며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젊은 국민내각을 구성하겠다. 30∼40대 장관을 적극 등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국민내각 구상은 국민의당 안철수,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등 이른바 ‘제3지대’ 후보들과의 연합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김 후보 캠프는 김 후보가 이 후보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양자 토론회를 개최하는 데 합의한 사실을 밝혔다. 김 후보 측은 “토론 주제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부동산 등 경제정책, 권력구조 개혁 과제 등을 중심으로 할 것”이라며 대선 토론 단골 주제인 정치·사생활 공방을 배제한 토론회를 예고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당내에서 진행 중인 쇄신 드라이브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후보 측근 그룹인 ‘7인회의’ 백의종군 선언, 송영길 대표의 차기 총선 불출마 발표에도 당 안팎의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 요구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앞서 ‘86 용퇴론’을 거론한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인 개인이 아닌) 낡은 기득권 제도를 용퇴시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발 뒤로 물러났지만, 같은 당 김우영 선대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이런 걸 요설이라 한다. 행동하지 않는 구두선(口頭禪)의 정치는 배반형”이라고 직격했다.
이 후보 측은 이번 주를 대선 승패가 결정될 최대 분수령으로 꼽으며 쇄신 행보를 지속할 계획임을 밝혔다. 설 연휴 직후 공개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유의미한 우위를 점해야만 실제 대선 득표율도 비슷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밥상머리 민심을 좌우할 설 직전 일주일간 반드시 승부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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