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육아휴직등록제 등 환경 개선
일·가정 남녀 함께 책임지는 사회 조성”
“저출산정책인지 애매모호” 지적 일어
尹 “부모 급여·보험 통해 육아휴직 확대
위기가정 등 찾아가는 돌봄서비스 제공
임신·출산 관련 질병 치료비 100% 지원”
전문가 “장기적인 해법으론 부족” 비판
안철수 “G5 강국 도약 일자리확대”
한국형 전일제 학교 도입 등 약속
심상정, 노동시간 단축·삶의 질 향상
‘아이 키우는 사회’ 기반 마련 강조
20대 대선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경제, 사회·문화, 외교·안보 등 분야에서 정책 공약들을 내세우며 자신이 차기 정부에서 대한민국을 이끌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주거, 복지부터 국가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 문제까지 이어지는 저출산(저출생) 정책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월별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72개월째 감소 추세다.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2만명을 밑돌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한국의 2030~2060년 잠재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여러 정책에도 아이 울음소리는 줄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심상정 후보 선거본부에 ‘저출산 문제와 관련한 대표 공약 세 가지’를 꼽아달라는 질의를 보냈다. 각 후보들의 공약들과 함께 전문가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소개한다.
한국인구학회 등은 사회 전반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하는 현상의 학술적 용어를 ‘저출산’으로 규정한다. 다만 최근에는 신생아가 적은 원인을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이유로 ‘저출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정의당은 모두 저출생으로 답변을 보냈다.
◆李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로 청년 걱정부터 없애겠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은 저출산(저출생) 대책 대표 공약 세 가지로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자동 육아휴직등록제 등 부모의 육아환경 개선’, ‘재생산 건강권 강화’를 꼽았다.
첫 번째로 꼽은 ‘기본시리즈’ 공약은 청년세대의 가처분소득을 끌어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 이 후보 캠프는 19세부터 29세까지 매년 100만원, 총 2200만원 기본소득을 지역 화폐로 청년에게 지급하고, 10만호가량 공유형 ‘기본주택’을 공급, 주거안정도 이루겠다고 밝혔다.
청년 기본소득에는 매년 6.4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했다. 기본주택 100만호 공급은 274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는데, 우선 25조원 규모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조달하고, 부족금액은 금융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 자동 육아휴직등록제, 남성 육아휴직 촉진, 오후 7시까지 돌봄 교실 운영 등은 일과 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자는 것이 목표다. 선거본부는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비혼이나 비출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직장 일도, 육아도, 남녀가 함께 책임지고 성장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육아휴직급여 소득 대체율을 현 80%에서 100%로 상향하겠다고 했다. 기존 제도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해서도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여성의 출산 전후 휴가 권리도 보장하겠다고 했다. 어린이집 교사도 추가로 확보, 교사 대 학생 비율도 개선할 방침이다.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보장 확대 등 임신·출산에서의 재생산 건강권을 강화하는 한편, 임신한 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한 대체인력 확보 등도 공약했다. 난임 시술의 비급여 항목에서 보험급여를 확대하고, 건강검진에 난임기초검사를 추가하는 방안도 내걸었다. 작업환경에 따른 유해인자를 특수건강검진 항목에 추가, 임신노동자의 건강과 태아의 건강권을 확보하겠다고도 했다. 공공산후조리원도 매년 17개소를 건립, 4년간 총 68개소를 세우겠다고 했다.
이 후보 저출산 공약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석좌교수는 “청년세대의 기본소득, 주택, 자산의 문제부터 짚으며 저출생 사태를 바라봤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슈를 교육의 문제 차원까지 확대하여 해석하지 못하고 있음은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청년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저출산 정책인지, 애매모호하다”고 꼬집었다.
◆尹 ‘아이 태어나면 1년간 월 100만원 부모급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은 ‘전국민 출산 시 부모급여’, ‘부모·아동 상황에 적합한 돌봄서비스 확대’, ‘임신·출산 건강권 보장’을 대표 공약 세 개로 꼽았다.
전국민 부모급여로는 모든 부모에게 출산 시 월 100만원을 1년 동안 정액급여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부모보험법을 제정해 부모보험료 납부 근로자에겐 소득비례급여를 1년간 6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본부는 “출산 시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이 필수적이지만 현행 제도로는 공무원과 고용보험 가입 대기업 종사자 등만이 육아휴직 수혜를 받는다”고 공약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부모급여로 임금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게 되면 이에 따른 육아휴직 이용률 증가로 일·가정 양립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돌봄서비스 지원 방안으로는 국가 인증 민간아이돌보미 시스템 구축을 통한 찾아가는 돌봄서비스 확대, 어린이집·유치원에 하루 세 끼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 현행 학교돌봄터의 의무 설치 등을 제시했다. 특히 위기가정, 한부모가정, 가정양육수당수령가정에 찾아가는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캠프는 “돌봄서비스 질적 문제와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인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로 국민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며 이를 통해 일·가정 양립, 자녀 양육비용 경감을 이루겠다고 했다.
임신·출산 건강권 보장의 경우 난임부부 치료비 지원, 임신·출산 관련 모든 질병 치료비 100% 지원(건강보험 적용), 모든 출산가정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파견 등을 약속했다. 난임부부 치료엔 체외수정을 최대 16회 지원하면서, 남편 난임 검사 및 시술비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엇갈린 평가를 하면서도 장기적 문제 해결 방안에선 부족한 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최 석좌교수는 “해결책이 근시안적이고 그리 창의적이지 않다. 예전 방식에 돈을 더 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남편 난임 검사 및 시술비 지원 외에는 눈에 띄는 공약이 없다”고 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는 “부모급여와 부모보험으로 출산·육아휴직을 모든 부모에게 확대하고, 건강관리사도 모든 출산가정에 파견하겠다는 시도는 의미 있다”면서도 “부모보험이라는 사회보험 도입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공약에 대해 “지금까지 복지가 확대됐지만 출산율은 반등하지 못하고 떨어져 왔다. 이렇게 복지를 확대하는 정책이 출산율 반등을 가져올 것인지 과학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두 당 정책에 차별점이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인구정책과 관련했다면 (정책이) 좀 더 포괄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安 "출산~보육 국가책임"…沈 “주4일제로 일·생활 양립"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캠프는 ‘G5 경제강국 진입으로 일자리 확대’, ‘주거 문제 해결’, ‘출산∼보육 국가책임제’를 저출산(저출생) 관련 대표 공약 세 개로 꼽았다. 국민의당은 G5 경제강국 전략을 ‘5·5·5 성장 전략’으로 일컬으며 5대 초격차 과학기술(디스플레이·이차전지·차세대원전·수소에너지·바이오산업) 확보, 5대 글로벌 선도기업 육성으로 청년이 원하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함께 내세웠다.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하면 주거안정 및 결혼·출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주거 문제 해결로는 토지임대부 안심주택 100만호 공급을 내세워 이 중 절반인 50만호를 청년에게 우선 공급하겠다고 했다. “안정적인 주거는 저출생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설명이다. 또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장기 무주택자, 청년들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 기준금리 수준의 이자, 15년 거치 30년 상환의 ‘45년 초장기 모기지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출산에서 보육까지 이어지는 국가책임제의 경우 방과후 오후 7∼8시까지 이어지는 한국형 전일제 학교 도입, 국공립 어린이집 1만 개 이상 확충, 반값 공공산후조리원의 기초지방자치단체별 1개소 설립 등을 약속했다. 청년 부부의 돌봄 문제 및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는 안 후보 공약에 대해 “저출생 문제 핵심을 청년 문제와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면서도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주거가 생기면 바로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질지는 의심스럽다”고 했다. 반값 공공산후조리원에 대해서도 “이보다 더 급한 게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가 아닐까 판단된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캠프는 대표 공약으로 ‘주4일제를 도입, 일과 생활의 균형 보장’, ‘전국민 3개월 육아휴직제’, ‘아동 무상의료·친환경 급식·국공립어린이집 비중 50%까지 확대’를 내걸었다. 정의당은 특히 우리나라를 “지독한 과로사회”로 규정하며 저출산 대책에 접근했다. ‘워라밸’이 주요 가치가 된 만큼, 노동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을 통해 ‘아이 키우는 사회’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의 제조업 정규직 형태 일자리가 사라지고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노동자들이 증가하는 것에 맞춰 ‘사각지대’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모가 누구이든, 어느 지역에 살든 아동의 행복권이 보편적 권리로 인정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친환경 급식 시행을 위한 시스템 마련과 국공립어린이집 50% 확대는 2026년 임기 말까지 완성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은 목적세인 사회복지세 도입으로 신설, 확보할 방침이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석좌교수는 정의당의 공약을 두고 “대한민국은 지독한 피로사회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정책을 제시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점차 바뀐 생활양식, 삶의 가치를 반영하는 한편, 출산 후 아동의 행복권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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