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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아닌 빵 사려고 ‘오픈런’… 웃돈 줘도 별따기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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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09 16:14:21 수정 : 2022-04-10 09: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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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만에 돌아온 포켓몬빵 열풍

1990년대 학창시절 보낸 MZ세대 열광
초등학생들까지 스티커 모으기에 가세
재출시 한달여 만에 1000만봉이나 팔려
매일 20만봉 생산해도 수요 감당 못해

포켓몬 캐릭터, 日 기업이 저작권 보유
판매금액 일부 로열티로… 수익성 낮아
소매점·온라인선 폭리·끼워팔기 ‘눈살’
스티커만 되파는 부적절한 소비행태도
코로나 검사 줄인 줄 알았는데… 지난 3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사람들이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시스

“포켓몬빵 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교환해요.” “포켓몬빵 삽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포켓몬빵’으로 검색하면 매일 쏟아져 나오는 글이다. 1990년대 청소년의 수집욕을 자극하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빵이 20여년 만에 재출시되며 다시 유행의 정점에 섰다. 과거 초·중·고교생이었지만 이제 성인이 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부터 현재 초등학생까지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포켓몬빵 인기에 오픈런·물류런까지

지난달 30일 오전 9시40분 서울 구로구의 한 대형마트에는 입구부터 5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마트가 문을 여는 오전 10시에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가기 위한 줄이었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나이대도 다양한 이들의 목표는 바로 포켓몬빵이었다. 기자가 이 줄 끝에 선 뒤 몇 분 사이에 10여명이 더 줄에 합류했다.

오전 10시가 돼 사람들이 마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구입 가능한 포켓몬빵은 1인당 3개씩. 먼저 들어간 사람들은 매대에서 고른 포켓몬빵을 전리품처럼 들고 밝은 표정으로 계산대로 향했다. 하지만 기자 세 번째 앞 손님 차례에서 준비된 포켓몬빵이 모두 동나고 말았다. 기자 앞의 70대 어르신은 “손주들이 사달라고 난리여서 왔는데 대체 몇 시에 와야 살 수 있는거냐”며 크게 실망한 채 발길을 돌렸다.

포켓몬빵을 구입하기 위해 이틀 뒤인 이달 1일 다시 같은 대형마트를 찾았다. 이번에는 오전 9시20분쯤 도착했지만 줄은 한 눈에 봐도 이틀 전보다 더 길었다.

 

잠시 뒤 마트 직원이 줄 선 손님 수를 세다가 기자 열 번째쯤 앞에 선 여성에게 “오늘 포켓몬빵 151봉이 들어왔는데, 바로 앞까지만 가능할 것 같다”고 안내했다.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리던 손님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한 손님이 “1인당 (3봉이 아닌) 2봉씩 팔면 안 되냐”고 사정하자 직원은 “지금까지 3봉씩 팔다가 오늘 갑자기 바꾸면 먼저 온 손님들이 항의할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처럼 매장 앞에서 기다리다가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는 ‘오픈런’이 명품 가방도 아닌 포켓몬빵을 구입하기 위해 전국 대형마트와 슈퍼 등에서 일어나고 있다. 편의점은 포켓몬빵 발주·판매 수량이 지점당 2개 정도로 제한돼 있어 물류 차량이 오는 시간에 맞춰 편의점 앞에서 사람들이 기다리는 ‘물류런’도 일어나고 있다. 넘치는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SPC삼립이 지난 2월24일 출시한 포켓몬빵은 지난 7일까지 1000만봉이 팔려나갔다. 특히 출시 일주일 만에 150만봉이 팔려 SPC삼립 베이커리 신제품의 일주일 평균 판매량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SPC삼립 관계자는 “공장을 계속 돌려 하루 평균 20만봉 이상씩 생산하고 있지만 수요를 못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MZ세대부터 초등학생까지 인기

포켓몬빵이 처음 출시된 것은 1998년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며 빵에 동봉된 스티커 수집 열풍을 일으켰다. 당시 매달 평균 500만개가 팔려나갔다. 포켓몬빵 여러 종류가 새로 출시되고 사라지다가 2000년대 초반 모든 제품이 단종됐다.

이후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이 이어지며 돌아온 포켓몬빵 시리즈가 탄생했다. 과거 인기 제품을 활용한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을 포함해 인기 포켓몬을 활용해 새로 선보인 ‘피카피카 촉촉치즈케익’ 등이다.

지난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영업시간에 맞춰 포켓몬 빵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포켓몬빵에 먼저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20∼30대다. 용돈을 모아 포켓몬빵을 샀던 어린이가 이제 구매력이 있는 어른이 되면서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상품으로 포켓몬빵을 소비한다.

최근에는 포켓몬빵을 처음 접하는 초등학생까지 소비층이 확대됐다.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포켓몬 캐릭터를 접해 본 초등학생들도 포켓몬빵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

◆‘빵보다 스티커’ 주객전도 우려도

포켓몬빵 열풍과 관련해 식품업계는 식품 자체의 맛이나 완성도보다는 사은품인 스티커 수집에만 초점이 맞춰진 상황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포켓몬빵의 포켓몬 캐릭터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일본 기업이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판매금액 중 일정 금액은 로열티(수수료)로 지급하기 때문에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제품에 비해 수익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2000년대 포켓몬빵이 크게 인기를 끌었음에도 단종됐던 것 역시 일본 기업과의 라이센스 계약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앞에서 마트 직원이 시민에게 포켓몬 빵 구매 순번표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포켓몬빵의 인기가 과열되며 일부 온라인 쇼핑몰이나 소매점에서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끼워팔기’를 하거나, 이미 구입한 사람들이 중고 플랫폼에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근마켓에는 희귀한 스티커를 빵 가격(1500원)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에 내놓거나 개봉한 빵을 판매하는 글이 여럿 올라와있다. 식품영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 포장을 뜯은 식품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어렸을 때 포켓몬빵을 좋아했던 세대들은 현재 다시 출시된 포켓몬빵이 고달픈 현실을 잊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줄 수 있는 매개체이자 SNS에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면서도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스티커만 모으고 빵을 버리거나 되파는 등의 행동은 바람직한 소비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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