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및 국고 손실 혐의는 적용 어려워
‘패배 후보에 대한 보복 수사 논란’ 신중한 경찰
경찰, 신중 기하지만… “추가 압색 가능성” 제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경찰의 강제수사가 시작됐다. 법조계는 김씨가 법인카드 유용과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와 나아가 이를 지시했는지가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 분석을 통해 법인카드 유용의혹의 핵심인 전 경기도청 5급 비서관 배모씨와 김씨의 상하 관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전망된다.
◆김혜경씨 지시 및 사전인지 입증이 수사 핵심
5일 최장호 법률사무소의 최장호 대표 변호사는 김씨와 관련한 핵심 의혹인 횡령 및 배임혐의와 관련해 “배씨의 법인카드 사용 행위를 김혜경씨가 알았는지가 핵심”이라며 “김씨뿐 아니라 이재명 후보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을 알면서 같이 식사를 했다면 배임·횡령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씨의 적극적인 지시나 알면서 방조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재판에서는 총무과 공무원이었던 배씨에게만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지시했거나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를 수사기관이 입증하지 못한다면 배씨 선에서 사건이 종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혐의인 직권남용은 적용이 어려워 보인다. 형법 제123조에거 규율하고 있는 직권남용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한해 적용된다. 즉 공무원 신분이 아닌 김씨의 경우 직권남용혐의가 애당초 적용되기 힘들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국고손실죄도 판례상 ‘회계관계직원’에게만 해당돼 법리적용이 쉽지 않다.
◆‘핵심 키맨’ 배씨 자택도 압색, 신중한 경찰
현재 정치적인 중립성을 강요받고 있는 경찰도 이러한 법리검토를 통해, 사실관계 입증이 가능한지를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패배한 대선후보에 대한 보복수사’라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법리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경찰청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결국 압수물 분석과 핵심 관계자인 배씨를 포함한 비서실 직원들 등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김혜경씨의 지시 및 사전 인지 여부를 입증하는게 이번 경찰 수사팀의 제1과제가 될 것”이라며 “보는 눈이 많은 만큼 충분한 법리검토를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찰은 수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결국 추가 압수수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전날 경기도청 총무과, 감사관실, 의무실 등 관련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핵심 인물인 배씨의 자택도 포함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1차 압수수색에서 이 전 후보 자택 등을 곧바로 들여다보기는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핵심 관계자인 배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증거물과 배씨의 입을 연 뒤 (결국) 추가 압수수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MB 때와 같은 듯 다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대법원은 지금까지 법인카드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횡령 혹은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법인카드로 5억7151만604원을 사용해 그 대금을 다스(DAS)가 납입하게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횡령죄 유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이 전 대통령과 김씨의 사례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씨의 경우 사안이 훨씬 복잡하다.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보면, 배씨가 7급 공무원에게 사적 심부름으로 볼 수 있는 행동들을 지시한 것으로 돼 있다. 제기된 의혹과 관련 해명들을 종합해 볼 때 김씨 측에서는 배씨의 과잉 의전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씨와 배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은 경기도 전 비서실 7급 직원의 공익신고 등을 토대로 제기됐다. 대선 이전에 국민의힘 등은 법인카드 유용 및 과잉 의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이 전 후보, 배씨를 고발했다. 김씨는 배씨로부터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초밥, 쇠고기 등 음식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타인 명의의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을 구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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