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한 달을 넘기며 정권 인수 기간 반환점을 돌았다. 윤 당선인의 첫 한 달은 민생 챙기기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강행, 소통 미흡으로 요약된다. 과거 당선인들에 비해 대국민 접점을 늘리고 대부분의 동정을 공개하며 투명성을 높이려 노력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이전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소통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뉴시스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지난 3월10일 당선 인사를 통해 "국정 현안을 놓고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겠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하겠다"며 "늘 국민 편에 서겠다. 국민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정부, 국민 앞에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새벽 당선 직후에는 "이제 경쟁은 끝났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 위에서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 당선 일성의 핵심 요지는 '소통·통합'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당선 초반 주로 '식사'를 고리로 인수위 관계자와의 접촉면을 넓혔다. 그는 앞서 예비후보 시절인 지난해 9월에도 "대통령이 되면 '혼밥' 안 하고 숨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민생 챙기기 행보도 선보였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출근일인 지난 3월14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꼬리곰탕을 먹었다. 이튿날인 15일에는 경북 울진군 산불 피해 현장을 찾은 뒤 이재민 등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했던 중화요리 식당에서 짬뽕을 먹었다.
16일에는 인수위 인근에서 식사를 한 뒤 통의동 인근을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윤 당선인 측은 "역대 대통령 및 당선인 중 1km 통의동길을 도보로 이동하며 국민들과 인사하고 사진 찍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식사 행보'는 대체로 인수위나 국민의힘 의원들에 집중됐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접촉은 없어 통합 행보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3월30일에는 명동성당의 무료급식소 '명동성당'에서 배식 봉사에 나섰다. 지난 4월3일에는 제주도를 찾아 제74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보수 정권 대통령(당선인)으로서는 첫번째 참석이었다. 윤 당선인 측은 당시 제주에서 "오늘 이 행사만을 위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왔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내달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8일 "(5·18 기념식에) 참석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꾸준히 참석을 해왔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앞서 헌법 전문(前文)에 '5·18 정신'을 넣는 데에도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고, 대선 국면에서 '전두환 발언' 이후 광주 민주묘지를 두 차례 찾았었다.
윤 당선인은 핵심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진 과정에서 속도전을 펼치면서 현 집권세력과 시민사회의 '불통' 비판에 직면했다. '국가적 사안을 인수위 단계에서 여론 수렴 절차도 없이 독단으로 결행한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다.
아직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발표되기 전이지만, 윤 당선인의 첫번째 국정은 사실상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다. 청와대를 벗어나겠다는 공약을 냈던 윤 당선인은 당선 열흘 만인 지난 3월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의 집무실 이전을 공식 발표했는데, 당초 대선 공약은 정부서울청사로의 이전이었다.
윤 당선인은 용산 집무실 계획을 확정 발표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 내려놓기를 제왕적 대통령으로서 하는 것 아닌가' 지적에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에서 이전안을 발표한 뒤 직접 국방부 경내 조감도를 구석구석 가리키며 이전 계획을 설명했는데, 윤 당선인은 이에 대해 "국민들께서 '조금 급한 것 아니냐' 우려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제가 직접 나서서 국민께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 측은 예비비 상정 시점과 한미연합훈련 시기 등 문제로 5월10일 즉시 입주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 뒤에도 취임 당일 용산 집무 돌입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7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5월10일에 맞춰서 완료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취임을 한달여 남긴 윤 당선인의 최대 당면 과제는 조각(組閣)과 국정과제 선정이다. 윤 당선인의 통합과 협치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당초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고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관 등 '대수술' 가능성을 시사했던 윤 당선인 측은 정부조직 개편을 더불어민주당과 협의를 거쳐 지방선거 뒤에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여소야대 정국의 한계와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인수위는 홈페이지에 '국민이 당선인에 바란다' 게시판을 열어 국민 의견을 수렴해 국정과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고, '청와대'를 대체할 대통령실 새 명칭도 공모에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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