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정치인 데뷔해야 변화 시작된다 믿어
권용태 “젊은이에 기회 주려는 노력 필요”
‘유명인 몫’ 후원회장, 기성 정치 바뀌어
10대 후보도 나왔지만… 청년 참여 더뎌
“이젠 10대들도 지역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19세의 인하직업전문학교 학생인 정영준씨. 그는 이번 천안시장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낸 권용태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거물 정치인들이나 유명 연예인들의 전유물이었던 후원회장이라는 ‘얼굴마담’으로 고등학교 3학년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앳된 청년이 전면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3 앳된 청년이 시장 선거 후원회장으로 나섰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적체된 정치세대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젊음’이 아니라 생각의 뿌리부터 다른 젊은 정치인들이 데뷔해야 변화가 시작된다는 믿음이다.
둘의 만남은 정씨가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이 위치한 건물에 현수막을 내건 권 예비후보의 사무실을 발견하면서다.
정씨는 개인적으로 불편함을 갖고 있던 버스노선 관련 제안을 하기 위해 “뻘쭘했지만 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리빌딩 천안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권 예비후보는 영준씨와 한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나누며 곧바로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정씨는 “지금까지 많은 시장들이 있었지만 공감할 수 없는 공약만 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억지스러운 발상과 오래된 사고방식으로는 천안시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며 “청년세대의 ‘핫한 감성’을 도시에 불어 넣어 달라”고 권 후보에게 주문했다. 그는 “청년들이 주권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42세로 충남에서 가장 젊은 기초지자체장 후보인 권 예비후보는 11일 천안시 서북구 선관위에 후원회장으로 정씨를 선임하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권 예비후보는 “천안은 경제수도권과 행정수도권이 교차하는 최적의 배후도시”라며 “역동적인 정책들로 천안을 충남의 수부도시를 넘어 ‘전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천안 출신의 수많은 인재들이 지역에서 자라고, 취직하는 원스톱-청년 지원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예비후보는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의 청년특보단 수석부단장으로 활동하며 청년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권 예비후보는 “젊음을 어리다, 또는 미숙하다고 인식하는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며 “기성정치인들 중 상당수가 30~40대에 활동을 시작한 분들인데, 이제 젊은이에게 기회를 주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유명인 몫이었던 후원회장, 기성 정치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각종 선거에서 후보의 후원회장은 선거에 필요한 후원금을 모집하는 것을 넘어서 후보의 정치적인 세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경우가 많다.
최근 유영하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이 후원회장을 자처하고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의 유명 정치인들이 지방선거 후보들의 후원회장을 자처하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안호영(전북지사), 문대림(제주지사), 강기정(광주시장), 유창희(전주시장), 허석(순천시장), 왕해전(구례군수), 박혜자(광주시교육감), 한태선(천안시장) 등 다수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이번 선거에서 지용호(동대문구청장), 이정재(광주시교육감), 박시종(광주광산구청장), 이원호(남양주시장), 권오봉(여수시장)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출마 연령 기준이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하향되며 그동안 숨 죽였던 청년들이 대거 정치에 뛰어들고 있다”며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2030의 표심이 캐스팅 보트로 작용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대 시의원 후보까지, 여전히 청년의 정치참여는 더디다
10대가 직접 후보로 나선 사례도 있다. 경기 남양주시의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최정현씨는 사상 처음으로 선거 도전을 선언한 10대다.
2002년 4월 15일생인 최씨는 현재 국민의힘 남양주 을 당원협의회 청년위원을 맡고 있으며 대선 당시엔 경기도 선거대책위원회 남양주 을 청년본부 부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앞선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계급장 떼고 비전으로 승부하자”며 시종일관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최 후보는 “청년이기 때문에 돈과 조직이 없다며 우대해달라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른 모습의 청년 정치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를 위해 세뱃돈을 털었다고 한다.
최씨보다 선거 선언 타이밍은 한발 늦었지만, 더 나이가 어린 후보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6·1 지방선거 경북 경주시의원에 도전하는 김경주 예비후보의 경우 2003년 9월생, 현재 만 18세다. 현재 여야 후보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이처럼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청년정치인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의 정치참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지난 8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기초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40세 미만 후보자는 316명으로 전체(3591명)의 8.8%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방으로 갈수록 적은 편인데, 울산과 대전은 각각 한 자릿수인 1명과 5명이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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