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왜 오셨어요?”
김상배(56) (사)대전문화체육교육협회 장애인자립지원단 대표가 대전에 온 후 항상 듣는 말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중증장애인 업체를 운영하던 김 대표가 대전에 내려온 건 지난 해 8월. 모두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관성(?)을 거스른 김 대표를 보며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김 대표는 “나름 출혈과 부담이 있었지만 장애인들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자립 기반 마련과 비전을 보면 대전 이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2019년 8월 설립한 장애인자립지원단은 각종 인쇄와 전산출력(DM) 발송을 전문으로 하는 중증장애인 생산업체다. 장애인들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고용 창출과 일자리 확대로 자립의 기반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이자 사회적기업이다. 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청, 적십자 등 국가·공공기관 인쇄 일을 맡고 있다. 체계화된 시스템과 설비 등을 바탕으로 대전 대화동 산업단지로 이전한 지 1년 만에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
장애인 업체는 통상적으로 공공기관과 수의계약을 맺어 일을 수주한다. 정부에선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에서 생산되는 물품의 의무구매 비율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관들의 장애인 업체 구매 비율은 전체 예산의 1%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마저도 이 비율을 채우는 공공기관은 찾기 어렵다.
대전시의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 실적은 2020년 기준, 대덕구(1.68%)를 제외한 대전시와 4개 자치구는 모두 1%의 구매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다.
김 대표는 이같은 성적이 지역 이전에 속도를 내게 된 배경이라고도 했다.
지역 중증장애인의 사회적 재활을 위한 마중물 역할의 필요성을 느껴서였다.
김 대표는 “정부대전청사나 세종 부처 등 업무의 원활한 수행이 이전을 고민하게 한 요인이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역 중증장애인들의 사회적 재활을 지원해 사회 일원으로 제 몫을 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장애인들의 업무 역량 등을 과소평가하는 사회적 편견을 깨는 게 현재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중증장애인 생산시설과 창업기업을 비롯해 사회적기업, 중증장애인 표준사업장,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정보 보안 인증 등 정부 공인 인증 6개를 획득한 것은 고질적 편견에 맞서는 명함이다.
아쉬운 것은 지역의 부족한 관심이다.
김 대표는 “소규모의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이지만 업체 역량은 수도권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지역에서 지원이 거의 없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대표는 현재 26명인 장애인 직원을 100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소박하면서도 원대하다. 세종에 별도 지점을 개설하고, 출판 등 다양한 사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세웠다.
“‘함께 걸음’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사람의 신체조건을 따지지 않고 일하는 보람을 함께 나누고,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한 모두가 잘 사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길은 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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