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 파일이 다음주 법정에서 재생된다.
뉴스1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22일 이번 사업으로 천문학적 이익을 올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언론인 출신 김만배씨, 남욱·정민용 변호사, 정 회계사의 공판을 열고 "녹음 파일에 대한 증거조사를 다음주 4일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생범위가 좀더 드러난 상태에서 녹음파일 증거조사가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검찰과 피고인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검찰이 증거조사 대상으로 신청한 파일 전부를 재생하는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25·26·28·29일 등 4개 기일을 잡아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을 재생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30시간이 넘는 분량이라 하루 6시간 정도 들으면 5일이 필요하다"며 다음주 증거조사를 한 뒤 추후 계획을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이 녹음 파일은 정 회계사가 2019~20년 김씨와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지목된다. 법정에서 녹음 파일이 재생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에는 정 회계사의 증인신문도 진행한다.
한편 구치소에서 극단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진)은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유동규씨가 20일 수면제 50알을 먹고 극단선택을 시도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며 불출석 사유를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곧바로 응급실로 후송됐고 당일 오후 구치소로 복귀했다.
변호인은 "어제 접견했는데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을 정도였고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며 "회복되지 않아 (재판에) 못 나온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으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된 유 전 본부장은 구속만기를 앞두고 구속영장이 추가 발부되자 심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사실혼 관계 여성인 A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부수도록 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유씨를 추가 기소했고 법원은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이날 유 전 본부장을 변론에서 분리한 뒤 예정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화천대유에 초기 사업자금을 투자했던 투자자문회사 킨앤파트너스 전 대표 이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화천대유에 투자한 경위를 묻는 검찰 질문에 이씨는 "조모 대표(과거 부산저축은행 대출브로커)가 좋은 도시개발 투자건이 있다고 제안했고 관심있으면 시행사 대표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화천대유에 거액을 대여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민관합동개발 사업이라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며 "컨소시엄이 구성됐고 공사가 사업을 주도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6호 소유주 조현성 변호사는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유 전 본부장 등은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 천화동인 1~7호에 최소 651억원 상당의 택지개발 이익과 최소 1176억원 상당의 시행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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