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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의 담금질, 120초내 극한질주로 폭발 [밀착취재]

입력 : 2022-05-07 18:00:00 수정 : 2022-05-07 11: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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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한국마사회 경마 아카데미

100대1 경쟁률 뚫고 입학해 2년간 혹독한 교육
면허 딴 뒤에도 2년의 평가 거쳐야 마침내 기수로
49㎏ 이하 체중 유지위해 폭염에도 패딩 입고 연습
과천 서울경마공원 1400m 주로에서 진행된 모의경주에 출전한 기수후보생들이 코너를 돌며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는 모습.

경기도 고양시 한국마사회 경마아카데미 훈련 주로에 이른 아침부터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다. 수습기수 면허시험을 약 3주 정도 앞둔 2학년 기수후보생들의 주행 훈련이 한창이다.

 

말고삐를 바짝 움켜 쥔 후보생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주로를 전력으로 내달린다. 한 후보생의 자세가 약간 흔들리자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기수 출신 박시천 교관이 곧바로 무전기를 들고 호된 질책을 내린다. “자세 똑바로 유지 못하나! 그래서 시험 합격 하겠나!” 후보생들이 쓴 헬멧에는 교관의 지적 사항이 바로 전달될 수 있게 소형무전기가 달려 있다. 980m에 달하는 훈련 주로를 두 번 달린 후보생들은 마방으로 돌아와 방금 같이 호흡을 맞춘 말을 목욕시키며 상태를 꼼꼼히 체크했다. 혹시 모를 부상의 흔적 등 말의 이상 유무를 잘 살펴 항상 훈련마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기수 출신 박시천 교관이 후보생들에게 무전기로 지적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마방에서 훈련마를 데리고 나오는 후보생. 기수후보생들의 훈련 일정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주행 훈련에 앞서 조성환 후보생이 헬멧과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다.

후보생들은 하루에 총 네 마리의 말을 번갈아 타며 훈련을 한다. 실제 경주에서 기수들이 출전마를 계속 바꿔 타기 때문에 신속하게 말의 특성을 파악해 적응하도록 하는 훈련까지 겸하는 의미가 있다.

 

오전 훈련을 마친 후보생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말을 타는 것 자체가 강도 높은 운동일 텐데 이들의 식사량은 모두 소식이다.

 

기승기 훈련 중인 후보생. 대당 6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훈련 기구로 실제 말이 달릴 때 기수에게 전달되는 진동과 충격을 그대로 재현한다.
980m의 훈련 주로를 전력 질주하는 후보생들. 48㎏ 이하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초여름 날씨에도 패딩점퍼를 입고 훈련한다.

신장과 관계없이 후보생 1학년 때는 체중 49㎏, 2학년부터는 48㎏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2년간의 교육훈련 과정 중 후보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체중 조절이라 한여름에도 두꺼운 패딩을 입고 말을 탄다고 박시천 교관이 귀띔해 준다.

 

후다닥 식사를 마친 후보생들이 곧바로 오후 훈련에 들어갔다. 오후 훈련은 기승기 훈련이다. 실제 말이 달리는 것과 흡사하게 제작된 훈련 기구로 후보생들은 요란하게 요동치는 말 모형에 올라타 기본자세 등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실기시험 과목이기도 한 탓에 중요시하는 훈련이라고 한다.

 

수습기수 면허시험을 앞둔 기수후보생들이 과천 말산업교육원에서 이론 수업을 듣고 있다. 경마법규 등 4과목의 필기시험에 합격해야 실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오수철 후보생이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근력 강화뿐 아니라 48㎏ 이하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후보생들은 틈나는 대로 운동에 매진한다.
이홍락 후보생이 말에 관한 이론서를 읽으며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직업 기수가 되려면 기수후보생 선발과정(신체검사, 실기시험, 면접 : 평균 경쟁률 10대 1)을 거쳐 경마아카데미에 입학해 이후 2년의 교육기간을 거쳐 한국마사회에서 주관하는 필기와 실기 시험에 합격하면 수습기수 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다시 2년 동안 혹독한 평가과정(실제 경주 320회 출전, 20승 이상 달성)을 통과해야 비로소 정식 기수가 된다.

 

금요일 오후 후보생들이 과천 서울경마공원 주로에 모였다.

 

주용 복장을 갖춰 입은 기수후보생들이 모의경주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인철, 오수철, 이상규, 이홍락, 조성환 후보생.
과천 서울경마공원 1400m 주로에서 진행된 모의경주에 출전한 기수후보생들이 출발게이트가 열리자 말과 함께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실제 경주 코스인 1400m 주로에서 후보생들간 모의 경주를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히는 훈련이 있는 날이다. 기수용 경주복장을 착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모든 과정이 실제 경주와 동일하게 진행됐다. 경주용 안장을 얹은 말에 올라탄 후보생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출발게이트에 들어섰다. 잠시 후 덜커덩 소리와 함께 게이트가 열리자 말과 한 몸이 된 후보생들이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비록 순위와 상관없는 모의 경주지만 후보생들은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며 말을 몰아 결승선을 통과했다.

 

후보생이 훈련을 마친 말을 목욕시키며 이상 유무를 살피고 있다.

불과 2분이 채 안 걸리는 짧은 시간에 온 체력과 집중력을 쏟아부은 후보생들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 흘렀다.

 

멋진 기수를 꿈꾸며 이들이 흘린 구슬땀이 부디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원해 본다.


사진·글=남제현 선임기자 jeh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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