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전동차 안에서 일면식도 없던 60대 남성을 휴대전화로 수차례 가격해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전범식 판사)은 4일 특수상해 및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 A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라며 “국민참여재판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사건 현장에서 찍힌 동영상 등 증거 채택 여부에 대해서도 모두 동의한다”고 전했다.
A씨는 ‘기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이 맞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라고 했다.
A씨 변호인은 피해자와 합의를 원하지만 피해자 측의 연락처를 알지 못해 접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도 했다.
변호인은 재판부에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해자에게 합의 의사를 전달했는데 거부하고 있다”며 “합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합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탁이라도 하기 위해 (피해자) 변호인 인적사항이라도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탁이란 민·형사사건에서 당사자 사이에 원하는 배상금이나 합의금이 발생하면 일단 법원에 맡기는 제도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확인해서 공개할 의사가 있는지 보고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A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9시46분쯤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에서 휴대전화로 피해자 B(62)씨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당시 A씨는 술에 잔뜩 취해 전동차 내에서 침을 뱉었고, 이를 본 B씨가 자신의 가방을 붙잡자 화가 나 욕설을 퍼부으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모습을 찍은 영상도 유튜브를 통해 공개돼 공분을 일으켰다. 영상에서 A씨가 “너도 쳤어, 쌍방이야”, “더러우니깐 놔라”, “나 경찰 ‘빽’ 있으니까 놓으라”는 등 소리를 질렀다.
A씨의 폭행에 B씨의 머리엔 피도 났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경찰이 신청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달 30일 특수상해 혐의로 A씨를 남부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에 넘겨지는 과정에서 호송차에서 내린 A씨는 ‘지하철에서 왜 폭행했나’, ‘침은 왜 뱉었나’ 등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공판은 5월25일 오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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