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정부 출범일인 10일 코스피가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2600선마저 무너지며 전날보다 14.25포인트(0.55%) 내린 2596.56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6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건 2020년 11월30일 이후 17개월여 만이다.
이날 코스피 2600선 붕괴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감으로 간밤 뉴욕증시가 급락한 여파다. 코스피는 개장 직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장 초반 2550선대로 밀렸다가 오후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늘어나면서 낙폭을 줄였다. 다만 2600선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4.70포인트(0.55%) 내린 856.14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2.4원 오른 1276.4원에 마감하며 또 연고점을 경신했다. 1274.0원에 개장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278.56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2020년 3월23일 이후 2년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감에 요동치는 금융시장
앞서 열린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53.67포인트(1.99%) 떨어진 3만2245.7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32.10포인트(3.20%) 급락한 3991.2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21.41포인트(4.29%) 폭락한 1만1623.25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촉발된 폭락 장세는 아시아시장 10일 오전장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코스피는 오전 한때 -2% 밀리는 등 내내 약세장이었다. 오후 들어 반등이 이뤄지면서 2600선으로 다시 올라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지만, 전 거래일보다는 하락한 상태에서 장을 마쳤다. 한국뿐 아니라 니케이225(-0.58%), 홍콩 항셍(-2.24%) 등 아시아증시도 줄줄이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지수만이 0.74% 상승하면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가상화폐 시장도 무너졌다.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한때 4025만원 아래로 떨어지며 4000만원 선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채권시장도 공포 분위기가 완연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지난달 장외채권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 채권금리는 국고채 3월 말 기준 4월 말 현재 2.958%로 3월 대비 29.5bp(1bp=0.01%)나 상승했다. 금투협은 “추가경정예산 관련 국고채 수급 부담 완화에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과 연준의 긴축 가속화, 이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으로 큰 폭으로 채권금리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금리급등으로 인한 거래 감소로 지난달 장외 채권거래량은 전월 대비 16.3조원 감소했고, 회사채 발행도 그 여파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위축과 연준의 통화정책 신뢰 약화가 시장 하락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준은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국 금융시장의 거래 여건이 갑자기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플레이션과 높은 이자율이 금융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월가 등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긴축 정책이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해 왔는데, 연준도 보고서에서 이런 우려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시작으로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통화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는 있지만 개연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도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국면에서 시장이 올라갔던 폭과 늘어난 유동성 대비를 생각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보기엔 과하다”며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분간 드라마틱한 반등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꾸준하게 약세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지금의 하락장은 유동성 요인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변동폭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했다.

◆11일 尹정부 첫 당정협의…12일 2차 추경안 공식 발표
윤석열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에 나선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11일 국회에서 첫 당정협의를 열고 추경안 처리 방안을 논의한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신속한 손실보상을 위해서다. 당정 협의 이후 12일 국무회의가 열리고, 같은 날 오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관계 장관 합동 브리핑을 통해 추경안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국회는 오는 16일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 관련 정부 측 시정연설을 들을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있어 추 부총리가 대신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첫 추경의 전체 규모는 35조원 안팎에서 논의되고 있다. 관심이 집중된 소상공인 피해지원금은 개별 소상공인의 추산 손실액에서 이미 지급한 지원금과 보상액을 제외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정부는 이와 함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등 취약계층에 50만∼150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저소득층에는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3월 경상수지 67억3000만달러 흑자…23개월 연속 흑자지만 1년 새 7억7000만달러 감소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2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는 67억3000만달러(약 8조60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2020년 5월 이후 23개월 연속 흑자지만, 지난해 같은 달(75억달러)보다 7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경상수지는 수출입 실적이 반영된 상품수지와 운송·여행수지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수지, 임금·배당·이자소득 등이 합산된 본원소득수지로 구성된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경상수지 흑자 축소에 대해 “수출이 견조한 흐름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 등으로 수입이 늘면서 상품수지가 부진했기 때문”이라며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흑자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4월이다. 4월만 놓고 보면 3년 만에 경상수지 흑자(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던 지난해와 달리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황 국장은 “지난달 통관 기준으로 무역 적자(26억6000만달러)를 본 데다 12월 결산법인의 배당도 4월에 몰려 있어 일시적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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