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 상인들, 경찰의 대처 방식에도 문제 제기…“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비판
경찰 “소방과 합동으로 화재 등 우발적 사태 방지 위해 노력… 위기협상팀을 투입해 적극 설득했다”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고시텔에서 약 한 달간 경찰과 대치하다 지난 12일 숨진 채로 발견된 남성 A(52)씨가 해당 고시텔의 관리인이라는 주변 상인들의 얘기가 나왔다. 이에 경찰은 A씨가 2015년부터 고시텔 관리를 해왔다고 주장했고 실소유자는 A씨의 친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망자인 68세 여성 B씨는 인근 모텔 일을 도와주며 이 고시텔에 살았다고 한다.
1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앞서 전날 오후 7시35분쯤 간석동의 한 건물 6층 고시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는 이곳을 관리하면서 거주자들에게 ‘원장’이라고 불리던 관리인으로 알려졌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인근 고시텔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고시텔을 관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상인의 말을 들어보면 A씨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듯하다. 고시텔 인근의 한 모텔 업주는 세계일보에 자신이 A씨와 수년간 알고 지내온 사이라며, “얼마 전에 내게 ‘죽기 일보 직전’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었다”고 전했다. 이 업주는 “(그 메시지를 받고) ‘빨리 밑으로 내려오라’고 답장을 보냈다”면서, 자세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A씨의 법적분쟁 이야기가 들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B씨는 고시텔에 살며 평소 하루에 수 시간씩 인근 모텔 일을 도와줬다고 한다. B씨가 생전에 일한 모텔의 주차장 한구석에는 그의 짐이 천에 덮인 채 남아있었다. 짐은 고시텔의 전기와 수도가 끊길 무렵 B씨가 미리 맡겨놓았다고 한다.
일대 상인들은 경찰의 대처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 달 가까이 A씨 등의 대치를 보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결국 두 사람의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어떻게 해서든 A씨 등을 고시텔 바깥으로 데려 나왔어야 했다면서, “여기가 산속도 아닌데 어떻게 죽고 나서야 시신이 발견이 되느냐” 등 거센 비판을 이어갔다.
경찰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의견은 현장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일부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인천 남동경찰서 측은 세계일보에 전해온 입장문에서 “경찰은 남은 점거자 2명을 계속 설득했지만, 고시텔 내부 복도에 장애물과 위험물 등을 적치하고 경찰의 접근 시 가스 누출과 시너를 뿌리겠다고 위협했다”며 “실제 협상을 위해 경찰이 접근 시 가스를 누출하고 시너를 분사하는 등 위협을 25일째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경찰은 소방과 합동으로 화재 등 우발적 사태 방지를 위해 계속 노력했다”며 “가스 폭발 등 인근 주민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어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위기협상팀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협상과 설득을 계속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2일 오후 고시텔에서 A씨 등의 생활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소방당국과 함께 강제로 문을 열고 내부로 진입했다. A씨 등은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방에 쓰러져 있었으며, 사후 강직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재건축으로 철거 예정인 건물에서 퇴거하라는 명령에 반발해 대치를 벌여왔다.
A씨 등이 머물던 곳은 가스 농도가 안전 기준치를 크게 상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시텔 복도와 방 내부에는 LPG 가스통 등 위험물이 적치됐다. 고시텔이 있던 건물은 재건축 대상으로 철거될 예정이었으며, 이들은 수도와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건물에 계속 남아 있다가 지난달 18일 재차 퇴거 명령을 받자 불을 지르겠다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다른 거주자 2명은 경찰 위기협상팀 설득을 받고 대치 하루 만에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경찰은 A씨 등의 부검과 함께 현장 감식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낮 12시쯤 세계일보가 현장을 둘러보는 와중에도 KCSI(경찰 과학수사대) 관계자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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