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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금리 뛰는데 추경에 물가안정 예산 1%도 안돼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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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16 07:00:00 수정 : 2022-05-16 01: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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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물가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4∼5%대 금리가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리 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계 및 금융권의 부실 위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값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화물차와 택시 등 생계형 사업자들에게 유가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새 정부 첫 추경에는 물가 안정과 관련한 비중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3건 중 1건 넘게 ‘금리 4% 이상’… 부실 우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에서 지난 3월 이뤄진 신규 가계대출 중 4% 이상 금리를 조건으로 체결된 경우는 36.1%로 집계됐다. 5% 이상 금리의 비중은 9.4%였다.

 

저금리 기조가 절정이던 2020년 8월 당시 가계대출은 3% 미만 금리가 89.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9월 54.1%로 절반 가까이 떨어진 뒤 10월 36.3%, 올해 3월 15.7%로 급감했다. 반면 3% 이상 4% 미만 금리의 비중은 지난해 8월 6.8%에서 급격히 상승하며 지난해 12월 56.7%로 절반을 넘어선 뒤 올해 3월 48.2%로 소폭 감소했다. 여기에는 4% 이상 금리 대출의 비중이 지난해 10월(14.1%) 10% 선을 돌파한 뒤 올해 3월 36.1%까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이를 반영해 시중금리의 인상이 잇따르고 4% 이상 금리의 비중도 커지면서 올해 하반기쯤에는 4% 이상 5% 미만 금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서 대출 창구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렇듯 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와중에도 지난 3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의 비중은 80.5%에 달했다. 이러한 이례적인 현상은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데서 기인한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는 한 달 주기로 바뀌지만, 고정금리는 최근 급등한 시장금리 상황을 거의 매일 반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시장금리 상황이 부담스러워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더라도 추이를 지켜보며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대환대출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040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30∼40대가 받은 주담대 잔액은 439조5318억원(295만5000명)으로 전 세대 총액(823조5558억원)의 과반인 53%를 차지했다. 특히 30대의 주담대는 제2금융권 비중이 38%로 전체 평균(35%)보다 높아 부실 가능성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상은 보험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의 ‘거시금융환경 변화와 생명보험 해지율’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금리와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가계의 재무상태가 나빠지면서 생명보험 해지율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경유·휘발유값 역전에 유가보조금 추가 지급 검토

 

15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화물차 등 운송사업자 경유값 부담 완화 대책을 민생경제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이르면 이번주 후반쯤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는 7월까지 운영하는 한시적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 제도를 개편해 궁극적으로 보조금 지급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화물차와 버스, 택시, 연안화물선 등 운수사업자들은 2001년 에너지 세제 개편에 따른 유류세 인상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조해주는 유류세 연동 보조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가 급등으로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보조금도 줄었다. 유류세에 맞춰 보조금을 주다보니 유류세가 인하되면 보조금도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유류세를 20% 인하하면 보조금이 ℓ당 106원, 인하 폭을 30%로 확대하면 ℓ당 159원 줄어든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 30%가 적용되는 5월부터 7월까지 기존 유가보조금 수급 대상인 화물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유류세 연동 보조금 감소분 중 일부를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으로 메워 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처럼 경유 가격이 치솟자 보조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물차 사업자들은 유류세를 인하하기 전 또는 20% 인하 때 수준으로 유류세 연동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현재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 지급 기준인 ℓ당 1850원을 낮추거나 지원율을 기존 50%에서 상향 조정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59조 추경 중 물가안정 관련예산은 0.3조

 

59조4000억원에 달하는 새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생활물가를 안정시킬 대책으로는 불과 3000억원만 편성된 것을 놓고 현 물가 상황에 비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까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 속에 추경안에 포함된 현금성 지원으로 되레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라는 지적까지 있는 만큼, 국회 심의 과정에서 꼼꼼한 심사가 필요해 보인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추경안에서 일반지출 용도로 편성된 재원 36조4000억원 중 ‘생활물가 안정 지원’에는 3000억원이 배분됐다. 일반지출 중 0.8% 수준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제일 문제가 물가”라고 언급했지만, 정작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된 이번 추경안에선 물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추경안에는 크게 4개 분야(농축수산물·가공식품·외식·핵심광물)의 생활물가 안정 지원 방안이 포함됐다.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지원 규모 확대(600억원)와 농어가 원료 구매 및 경영안정 자금 지원(1000억원), 가격 인상 최소화 조건으로 밀가루 제분업체에 가격 상승 소요의 70%를 국고로 한시 지원(546억원) 등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체 추경 규모에 비해서 물가안정 방안은 확실히 적다”면서 “유류나 원자재, 곡물 등의 부분이 물가 상승의 진원지로 작용해 외식비로 전가되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 대책의 범위나 정도 등을 봤을 때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은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4.8% 치솟았다. 여기에 하반기 전기·가스요금 인상도 예상되는 데다, 역대급 추경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나 물가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세제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2일 추경안 브리핑에서 “다양한 세제지원 방안과 정부의 비축물량 확대, 유통 관련 부문 구조 개선 등 구조적인 문제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개최한 경제관계장관 간담회에선 “국민들의 민생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이 새 정부 경제팀의 최우선 당면과제”라며 “물가·민생 안정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과제 발굴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 루나·테라 폭락 사태 관련 긴급 점검

 

금융당국이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의 폭락 사태를 계기로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다. 

 

15일 가상화폐 업계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자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다. 코인 1개당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한국산 코인 테라는 최근 1달러 밑으로 가치가 급락했다. 그러자 테라와 연계된 자매코인 루나 역시 가치가 추락해 가상화폐 시장에 대혼란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습.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폭락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테라는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는 테라폼랩스에 테라를 예치하고 그 대신 1달러 가치 루나를 받는 차익 거래로 최대 20% 이익을 얻고, 테라 유통량을 줄여 가치를 보존하도록 설계돼 있었는데 기교적인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낸 사실상 ‘폰지 사기’라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실물자산 담보 없이 신규 유입 자금으로 테라 가치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지난 며칠간 UST 디페깅(1달러 아래로 가치 추락)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테라 커뮤니티 회원과 직원, 친구, 가족과 전화를 했다”며 “내 발명품(루나·테라)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고 실패를 시인했다.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로 가상화폐 시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현재로선 금융 소비자들이 가상자산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처 방법이 없다. 법령상 테라 플랫폼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검사·감독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코인 거래의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해서만 감독 권한이 있다.

 

금융당국은 루나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소비자 보호를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내년에 제정한 뒤 2024년에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불공정 거래, 불완전 판매, 해킹 등 각종 범죄 행위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가상화폐 거래 활성화로 국내 은행들이 수백억원대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의 4개 가상화폐 거래소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한 은행에 지난해 지급한 계좌서비스 이용 수수료는 총 403억4000만원에 달했다. 윤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은행의 고객 확보를 넘어 주요 수입원으로 역할 하고 있다”며 “새 정부는 실명계좌 발급 은행 확대, 거래소의 복수 은행 제휴, 법인계좌 발급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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