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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중과·종부세 피하려는 ‘초급매물’ 속속 등장…매수세 열기는 ‘글쎄’

입력 : 2022-05-17 07:00:00 수정 : 2022-05-17 09: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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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량 회복 여의치 않아…전문가들 "사고 팔 여건 여전히 부족…제도 손봐야"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 조치로 수도권에서도 아파트 급매물이 늘어나고 매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그 밖의 세금·대출 규제가 여전히 유효하고 금리 인상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쉽사리 매수세에 불이 붙지는 못하는 형국이다. 

 

연합뉴스와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조치가 확정된 지난달 11일과 비교해 이날 기준 아파트 매물은 서울 12.4%, 경기 13.6%, 인천 14.2% 각각 늘었다.

 

그간 과도한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으로 고민하던 다주택자들이 아파트 처분을 위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매매 건수도 늘고 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아파트 매매 건수(계약일 기준)는 이날까지 5천931건이다. 올해 들어 1월 3천450건, 2월 3천856건, 3월 5천833건에 이어 3개월째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건수는 아직 등록 기한(30일)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화성시에서 아파트 매매가 1월 215건, 2월 227건, 3월 289건에서 현재 기준 지난달 430건으로, 이미 전달(289건)보다 50% 가까이 폭증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가격 동향 시세 기준으로 화성시는 올해 들어 5월 둘째 주(9일 조사 기준)까지 1.81% 하락해 수도권에서 누적 하락률이 가장 큰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화성시의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11일 이후 현재까지 15.1% 늘었다.

 

다주택자의 매물이 수도권 외곽에서부터 풀리고 급매물 거래가 속속 성사되면서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성시 청계동 동탄역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면적 84.98㎡는 지난달 11일 11억4천만원(19층)에 팔려 지난해 8월 7일 같은 면적 역대 최고가였던 13억6천만원(34층) 대비 2억원 넘게 가격이 내려갔다.

 

동탄신도시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호재로 동탄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커졌다"며 "올해 화성시에 예정된 입주 물량이 1만 가구가 넘고, 최근 다주택자들이 절세 목적으로 내놓은 급매물이 늘어나면서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도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매매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관측된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건수는 현재까지 1천394건이 등록돼 지난 3월 매매 건수(1천433건)를 곧 넘어서면서 1천건을 밑돌았던 지난 2월(812건) 이후 2개월 연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 북한산푸르지오 전용 84.99㎡는 지난달 17일 10억7천만원(18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돼 해당 면적 역대 최고가였던 지난해 10월 20일 13억6천500만원(12층) 대비 3억원 가까이 급락했다.

 

올해 2월 15일에 찍은 매매가 12억7천500만원(15층)보다도 2억원 넘게 빠진 금액이다.

 

이 단지 근처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의 대표는 "해당 물건은 다주택자가 절세를 위해 급매물로 내놓은 것"이라며 "매수자는 전세를 끼고 보유세 과세 기산일인 6월 1일 이전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는 조건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매물 증가로 현재 같은 면적의 경우 입주 가능한 물건의 시세가 기존 12억원 이상에서 11억 중후반대로 내려앉았다"고 덧붙였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광운대역세권 개발과 재건축 호재로 가격이 급등세였던 삼호3차 전용 59.22㎡도 작년에 기록한 최고가 대비 1억원 넘게 내린 8억7천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단일 면적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18일 9억8천만원(10층)까지 가격이 올랐다가 지난달 13일 8억9천800만원(13층)으로 매매 가격이 하향 조정됐다.

 

이 매물을 중개하는 업소의 대표는 "즉시 입주가 가능한 공실 상태"라며 "집주인은 일시적 2주택자로, 매수자가 5월 말까지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는 조건으로 내놓은 급매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집주인이 지난해 약 2천500만원의 종부세를 냈는데, 올해에는 약 3천500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할 처지라 보유세 과세 기산일인 6월 1일 이전에 처분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매도자들의 절세를 위한 초급매물이 아파트 시장에 속속 나오는 상황이지만, 매매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여건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조치로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여건에는 숨통이 트였지만, 살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서울과 경기 기준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가 대통령 선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아직 절반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주택자들은 무거운 세금·대출 규제로 사실상 주택 매입이 어렵고, 무주택 실수요자들도 강화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압박에 선뜻 구매에 나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에게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은행권은 40%·제2금융권은 50%로 적용되고 있는데, 오는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자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하며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되는 상황도 매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 평균 3% 후반대인 대출금리가 5%에 육박하면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여지가 있다"면서 "잠재적 매수자들은 양도세 중과 유예 시한이 임박하고 금리가 올라가 있을 개연성이 높은 내년 초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박 교수는 "정부가 시장의 급격한 침체와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의 매수 여력을 위축시키는 DSR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대출 관행이 그간 담보에서 개인의 소득으로 체계가 재편된 것은 합리적이지만,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의 주거 사다리 붕괴를 막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해 조정대상지역에서 2년 안에 기존주택을 팔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지만, 그 외 다른 규정은 그대로라서 거래 활성화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시적 2주택자인 매도자 입장에서 보면 새 정부가 최종 1주택자가 된 날로부터 보유기간을 다시 산정하는 규정을 폐지한 것과 그간 기존 1년 내 기존주택을 팔아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 제도를 개선한 것은 환영할만한 조처다.

 

그러나 일시적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기존 주택을 1년 안에 팔아야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규정과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새집을 샀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종전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에 전입해야 한다는 규정은 여전히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양도세 규제만 완화한다고 거래가 활성화될 수는 없다"며 "양도세 규제를 완화한 기준에 맞춰 취득세 중과와 대출 규제도 함께 손봐야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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