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전북 완주군 봉동읍 봉동주공 2차 아파트 경로당에는 20여명의 노인들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완주군보건소 치매안심센터가 치매 예방과 관리를 위해 각 경로당을 돌며 실시하는 ‘우리 마을 기억력 검사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치매 예방 관리 교육이 끝나고 치매 조기 검진 수행 절차 중 1단계인 인지선별검사(CIST)가 시작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어머니, 제가 불러 드리는 숫자를 그대로 따라 해 주세요. 6, 9, 7, 3….”
이날 검사는 이날 날짜와 현재 장소 등을 올바로 인식하는지 알아보는 지남력(指南力) 검사를 시작으로 문장 외우기, 기억회상 등 기억력 테스트, 숫자 바로 따라 말하기 등 주의력 질문 등이 이어졌다. 점을 연결해 그림을 그리는 시공간 기능 테스트와 시각과 언로를 추론하는 집행기능, 사물 이름 말하기, 이해력의 언어기능 테스트 등 뇌기능 6가지 영역을 검사하는 데 1인당 20분가량 소요됐다.
노인들은 마을 경로당에서 한 번의 검사로 치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칠 수 있다며 “어서 오라”고 서로 연락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70세의 한 어르신은 “자꾸 기억력이 떨어지는 불안감에 단걸음에 달려왔다”라며 “검사 결과 다행히 치매가 아니라고 해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재선(77) 주공2차 경로당 회장은 “주민들이 치매를 앓고 있는지 어떤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경로당까지 찾아와 검사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기억력 검사하는 날’은 만 60세 이상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증상을 개선하거나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완주군이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직접 마을 경로당으로 찾아가 검사하는 사업이다.
치매안심센터는 인지선별검사에서 인지 저하로 검진된 주민에 대해서는 2단계 진단검사를 할 수 있도록 협약병원으로 안내한다.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진단 땐 치매 원인 규명을 위한 3단계 감별검사를 지원한다.
완주군에서는 지난해 1568명의 인지선별검사에서 269명(17.0%)이 ‘인지 저하’로 판명됐다. 이 중 2단계 진단검사를 통해 120명(44.6%)이 ‘경도인지장애’로 나왔다. 92명(34.2%)은 ‘치매’ 진단받았고 90명(33.5%)은 3단계 감별검사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센터가 추정하는 완주군 치매 인구는 60세 이상 고령인구 3만명의 약 8.8% 수준인 2600여명 정도다. 이들을 위해 물품 지원과 주기적 교육, 1대 1 맞춤형 사례 관리 등을 하고 있다.
보건소는 다음 달부터 보건소 내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 쉼터’ 운영을 재개한다. 태블릿 PC와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인지재활 서비스와 치매환자 맞춤형 작업치료, 운동·미술·원예 활동 등 비약물적 치료 프로그램 운영, 쉼터 이용자 송영 서비스 제공 등에 나선다.
완주군보건소 이연정 건강증진과장은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억제하고 증상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로당 방문이 어려운 어르신에 대해서는 찾아가는 인지선별검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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