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 국정홍보비서관 등을 역임한 ‘원조 친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친노친문 정치의 문제는, 노무현 문재인과 친하다는 것 말고 국민에게 내놓을 만한 게 없다는 것”이라며 반성문을 썼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이던 지난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친노친문 정치 넘어서자”라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제1야당과 여당 대선 후보가 모두 국회의원 0선 출신의 검찰, 행정가인 점을 강조하며 “지난 대선의 패자는 그동안 정치를 주도해온 친노, 친문, 586정치”라고 했다. 특히 친노친문으로 불리는 것을 두고 “정치인들이 누구와 친하다는 것만으로 기록된다는 건 정치를 제대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간절하게, 끈질기게 밀고 가는 정치적 가치, 비전, 노선은 없이 권력 주변의 자기장으로만 존재하는 정치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이 꿈꾼 정치적 비전을 실현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취임 뒤 첫 국회연설에서 “다음 총선의 과반수 정당에 내각 구성권을 줄 테니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꾸자”고 제안을 한 바 있다. 대연정을 통해 여야 협치를 위한 기반을 완성하고, 그 위에서 정치개혁을 여야가 함께 추진하자는 제안이었다.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과 국회가 협력하는 '국민통합정부'로 가려 했고, 독주와 발목잡기의 국정 악순환을 끊어내기를 간절히 원했다”라며 “국회 역시 승자독식 국회에서 벗어나 국민 닮은 다양성 국회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정치개혁을 줄기차게 밀고 갔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정치 비전인 ‘국민 닮은 국회’. ‘국민통합정부‘는 대결 정치와 양극화로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거대 양당이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김 의원은 “노무현이 남긴 이 정치적 숙제가 지난 10여 년 동안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다. 해결은커녕 노무현만큼 간절하게 매달리지도 못했다”라며 “친노라면 국민통합정치, 다양성 민주주의, 현장 민주주의의 길로 가야 하지만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흑백민주주의, 승패민주주의, 양극화 정치, 대결 정치, 팬덤정치, 승자독식 기득권 정치에 갇혀 있다. 이 벽을 뛰어넘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 하는 정치가 면목이 없다”며 “지난 대선은 승자가 없는 대선이었다”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0.73%p 차이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석패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신승을 거뒀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지지 않은 것이지, 민심이 자기편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또 민주당을 향해 “지방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민주당 정치를 근본부터 돌아봐야 한다”며 “대선 패배가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왜 정치를 하고 있는지, 민주주의 한다고 정치에 뛰어들었는데 민주주의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뿌리부터 되돌아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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