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기업·72개 상의 등 참여 총력 지원
亞·남미·아프리카 회원국 상대 적극 공략
한국, 올림픽·월드컵 이어 유치 성공땐
세계 3대 ‘메가 이벤트’ 7번째 개최국
생산 43조원·고용 50만명 등 경제효과
기업 관련 규제 어림잡아 2만개 육박
3000∼4000개만 작동 중… 경영 걸림돌
尹정부 잇단 친기업 행보에 기대 높아
“새 명함 먼저 드릴게요.”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이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그가 내민 명함에는 ‘2030 세계박람회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집행위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최근 새로 만든 명함인데 처음 드리는 것”이라는 그의 설명이 뒤따랐다.
우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운을 걸고 세계박람회(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하겠다고 말했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공동 유치위원장을 맡았다”며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사무국이 대한상의에 차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교 등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분위기 조성은 민간의 역할”이라며 “기업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킹을 총동원해 유치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계가 지난달 31일 발족한 2030 세계박람회 유치지원 민간위원회에는 현재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11개 사와 전국 72개 상공회의소, 해외한인기업협회가 참여해 총력 지원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우 부회장은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 통상차관보, 2차관을 지낸 통상전문가다. 2020년 2월부터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공무원 생활을 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기업을 지원하고 대변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우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세계박람회는 예전에도 한국에서 개최한 것 같은데.
“성격이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는 1993년 대전, 2012년 여수에서 중규모 전문 박람회인 ‘인정박람회’를 두 차례 개최한 적이 있다. 하지만 5년마다 개최되는 대규모 종합 박람회인 ‘등록박람회’를 유치한 적은 없다. 인정박람회는 전시 면적이 최대 25㏊로 제한되고 개최 기간도 3주∼3개월인데, 등록박람회는 전시 면적 제한이 없고, 개최 기간은 6주∼6개월로 훨씬 길다.”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면 어떤 효과가 있나.
“2023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등록박람회까지 세계 3대 ‘메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7번째 국가가 된다. 국격이 상승하고, 경제 효과도 크다.(정부는 세계박람회가 부산에서 열리면 최대 5050만명 방문 효과, 생산 43조원·부가가치 18조원·고용 50만명 등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치 경쟁이 치열한가.
“현재 부산은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로마(이탈리아)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야드와 로마는 각각 이슬람교와 유럽이라는 고정표가 있는데 부산은 없다. 하지만 뚜렷한 장점이 있다. 부산은 해양도시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세계 경제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시점에서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이며, 세계 2위의 환적항이기도 한 부산은 세계인이 모여 함께 미래의 모습을 논의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또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인 기후변화를 논의하기에도 적합한 곳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가장 직접 느끼는 것은 부산 같은 해양도시다. 이미 부산은 유엔과 세계 최초 플로팅 시티(해상도시) 조성을 추진하는 등 고민을 시작했다.”
―유치 전략은 어떤 게 있나.
“170개 회원국 중 의사 표명을 아직 하지 않은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유치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기업별로 전담할 공략 국가를 선정하고,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경제사절단을 파견해 설득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개도국과 선진국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고, 특히 개도국에 경제발전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의 기술과 네트워크도 중요한 무기다. 각국이 원하는 점을 파악하면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등과 협력해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들도 많이 힘들 것 같다.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올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나쁠 것 같고, 내년이 올해보다 안 좋을 것 같다. 지금은 물가, 환율, 금리가 모두 높은 ‘삼고’(三高) 상황이다. 그동안 경제 위기 해결 방안은 늘 수출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높으면(달러 강세) 수출이 잘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랐고, 유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수출할수록 채산성이 나빠진다. 수출 기업이 한두 달 손해를 보며 수출할 수는 있어도 2년, 3년은 못 한다. 내년 경제상황을 보면서 정부가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노력을 해줘야 한다.”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해야 하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법인세를 깎고, 세금 구조도 바꿔 각종 비용을 줄여줘야 한다. 특히 가장 필요한 게 규제 혁신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기업들과의 스킨십이 활발해 보이는데.
“현 정부의 친기업 행보에 많은 기업이 응원과 기대 중이다. 특히 규제와 같은 ‘기업 방해요소 제거’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운영되는 기구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높이 평가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노력이 건설적이고 실효성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부가 정책의 ‘공급자’, 기업은 ‘수요자’라는 일반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이 더 나은 방향을 찾아 제안하고, 정부가 기업과 함께 해결책을 도출하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고물가·고금리 극복, 탄소중립, 디지털전환(DT) 등 우리 경제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 과제에 대해 어떤 규제를 풀어야 하는지 가장 많은 데이터와 노하우를 축적한 것은 기업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가 그렇게 많나.
“한번 생긴 규제는 없어지지 않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 행정법이 어림잡아 1만9800개쯤 있다. 그중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법은 3000∼4000개 정도다. 나머지는 사문화돼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 법들을 없앨 생각은 안 한다. 법이 남아있으니 기업은 그 법에 맞춰 사업 구상을 해야 한다. 과감하게 규제를 풀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사무관이던 1980년대에 일본인들이 한국을 부러워했다. 경기 기흥에 공장이 6개월마다 하나씩 세워졌다. 그때 일본은 공장을 세우는 데 2년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에서 공장을 세우려면 협의하는 데 4년, 짓는 데 한 3년 걸린다.”
―사문화된 규제는 어떤 게 있을까.
“내가 사무관일 때 아파트형 공장 설립지침을 만들었다. 아파트 투기 붐이 일 때다. 관계부처 협의를 하는데 아파트형 공장도 투기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투기 방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여러 규제를 넣었다. 그런데 투기는 없었다. 아파트형 공장은 나중에 지식산업센터라는 말로 바뀌었다. 투기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나. 그런데도 그때 만든 투기 방지 장치가 아직도 남아있다.”
―지난해부터 최태원 SK 회장이 대한상의를 이끌고 있는데,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업무방식이나 사업에 많은 변화 있는데, 변화의 핵심은 바로 ‘소통’이다. 지난해 대한상의가 소통플랫폼을 만들어 각종 이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고, 실제로 상의에서 정부나 국회에 전달하는 정책 제언들에 이런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도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시민과 전문가, 기업 등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면서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준비한 사업이다. 또 국가발전 프로젝트는 소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이 직접 참여해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이슈들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자는 취지다.”
―국가발전 프로젝트는 성과가 있나.
“100개, 200개 정도 생각했는데 공고해보니 4704개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그래서 오디션을 통해 걸러냈다. 신한은행 직원의 아이디어인 매출채권 팩토링은 최근 첫 사업화에 성공했다.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는 매출채권을 금융회사에 만기 전 조기 매각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매출채권의 신속한 현금화로 원활한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대한상의 회원사 19만개를 대상으로 우대금리가 적용된 매출채권 팩토링 서비스를 다양한 금융상품과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평소 독서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면.
“공무원이 된 뒤 한 달에 최소 세 권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지금까지 읽은 책이 2500권쯤 되는 것 같다. 인상적인 책을 한 권 꼽자면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다. 3M, 제너럴 일렉트릭(GE), 소니, 월마트 등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비전기업’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책이다. 앞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여 성장동력을 회복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에 귀감이 될 내용이다.”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1962년 충북 단양 출생 ●배문고 ●연세대 행정학과(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석사), 미국 UC버클리대 공공정책대학원 정책학(석사), 경희대 대학원 경영학(박사) ●행정고시 27회 ●주미국대사관 참사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주력산업정책관·주력시장협력관·산업기술정책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통상차관보·2차관 ●연세대 공학대학원 특임교수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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