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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발 없는 새』 정찬 “역사적 사건 아닌 문제적 인물 워이커씽이 이끌어가는 이야기” [김용출의 문학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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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06 07:30:00 수정 : 2022-07-11 10: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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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12월, 중화민국의 수도 난징을 점령한 일본 군인들은 중국군 잔당을 수색한다는 명분으로 6주일여 난징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했다. 이른바 ‘난징학살’이었다. 이때 일본군의 잔학 행위는 전 유럽인들을 벌벌 떨게 했던 중세 아틸라왕과 흉노족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고, 당시 일본 외무대신 히로다 고키(廣田弘毅)조차 1938년 1월 주미 일본대사관에 보낸 비밀전문에서 토로했다.

 

“믿을 만한 목격자들의 직접 추산과 신뢰도 높은 일부 인사들이 보내온 편지에 따르면, 일본군이 저지른 모든 행위와 폭력 수단은 아틸라왕과 흉노족을 연상시킨다. 최소 30만 명의 민간인이 살육됐고, 많은 수는 극도로 잔혹하고 피비린내 나는 방식으로 살해됐다.”

 

소설가 정찬은 난징학살을 모티브로 역사적 비극 속에 탄생한 인물 워이커씽과 베이징 특파원인 ‘나’를 등장시킨 단편 「오래된 몽상」을 2008년 한 문예지에 발표했다. 이웃 나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국가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한 건 무엇보다도 역사의 진실과 대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에 나온 소설로, 2013년 소설집 『정결한 집』에도 수록했다.

 

작품을 문예지에 발표하고 소설집에도 실었지만, 문제적 인물 워이커씽은 계속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원고매수 100매 미만의 단편소설로 다루다보니 워이커씽의 생애를 제대로 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부터 워이커씽의 생애와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어떻게 그 모진 시대를 살아왔고, 어떤 사람들을 만났으며, 어떤 방법으로 태생의 고통을 견뎌냈을까. 워이커씽을 역사적인 비극을 파고들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오랜 시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워이커씽이 뚜벅뚜벅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역사와 사회적 폭력 속에서 인간 구원을 치열하게 탐구해온 작가 정찬이 열 번째 장편소설 『발 없는 새』(창비)를 펴냈다. 작품은 난징학살과 문화대혁명 등 역사적 폭력을 배경으로 문제적 인물 워이커씽의 존재론적인 아픔을 서늘하게 담았다.

 

소설은 2003년 베이징에서 특파원으로 일하는 ‘나’가 영화배우 장국영의 죽음 소식을 접하며 시작된다. ‘나’는 난징학살 심포지엄에서 만난 워이커씽이 장국영과 영화 「패왕별회」의 감독 첸카이커와 깊이 교류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유령처럼 느껴졌던 워이커씽의 삶에 다가서게 된다. 난징학살과 문화대혁명은 물론 일본군위안부, 히로시마 원폭, 야스쿠니 신사 등 동아시아의 역사 이슈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난징학살을 다룬 논픽션을 발표한 뒤 일본 극우세력의 비난과 협박에 시달리던 아이리스 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점차 가파르게 전개된다.

 

“악을 이해할 수 없으면 그 악을 행한 이들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되니까요. 사람에서 벗어난 어떤 존재가 되는 거예요.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건 그 사람에게 어떤 짓을 해도 허용이 되는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뜻해요. 일본군이 난징에서 중국인을 그렇게 했잖아요. 그래서 전 난징학살의 악을 이해하는 행위를 포기할 수 없어요.”(162쪽)

 

소설 제목 ‘발 없는 새’는 영화 「아비정전」 속 장국영의 대사에서 나오는 새로, 나는 것 외에는 알지 못해서 자신이 죽을 때에야 땅에 내려앉는다고 한다. 역사와 시대의 격랑 속에서 바람처럼 떠밀리듯 살아온 소설 속 인물들의 슬픈 운명을 상징하는 듯하다.

중견 작가 정찬은 어떻게, 그리고 왜 문제적 인물 워이커씽을 창조해야 했을까. 워이커씽에게서 그는 무엇을 본 것일까. 정 작가를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대학로 커피숍, 그러니까 옥상처럼 툭 터져 있는 2층에서 만났다. 당초 1956년 문을 연 대학로의 ‘학림다방’에서 인터뷰를 하려고 했지만 만석이어서 장소를 옮긴 것이다. 인터뷰 내내 제목도 알 수 없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작품에는 베이징과 홍콩, 중국 사람들과 문화, 중국 근현대사 등이 풍부하게 나오는데, 중국과 특별한 경험이나 인연이 있는지.

 

“우연이지만 중국에는 자주 갔었다. 하지만 작품과 연관된 첸카이커 감독이나 장국영 배우 같은 인물을 만난 건 아니었다. 2003년 배우 장국영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알았지만 특별하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따라서 개인적인 경험이나 인연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문제적 인물 워이커씽은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영화 「패왕별희」를 보고 난 뒤에야 정국영이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어떤 힘이 있었다. 첸카이커 감독의 역사적인 경험, 특히 소년 시절 경험이 투영됐다는 것을 느꼈다. 첸카이커의 자전적 에세이 『나의 홍위병 시절』을 읽고 나니 「패왕별희」가 전과 다른 시선으로 보이더라. 첸카이커의 트라우마가 영화의 커다란 동인이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난징학살의 비극 속에서 태어난 워이커씽 생애를 쓰려면 중국 현대사를 비켜 나갈 수 없었다. 다만 워이커씽만으로 독자의 관심을 끝까지 끌고 가기 힘들었는데, 중국 역사를 바탕으로 깔고 있는 「패왕별희」를 보면서 어떤 연결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패양별희」에서 장국영이 분한 인물 뎨이는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자신의 생애가 무너졌으니까. 장국영의 죽음에서 시작해 영화 「패왕별희」와 첸카이커의 자전적 에세이를 거쳐서 중국 현대사와 워이커씽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소설에는 이에 따라 허구적 인물인 워이커씽과 ‘나’, 일본인 친구 아오키뿐만 아니라 실제 인물인 장국영과 첸카이커, 아이리스 장이 등장한다.

 

―워이커씽은 매력적이고 매우 문제적인 인물인데.

 

“역사를 소재로 했지만 워이커싱이라는 인물의 궤적이야말로 소설의 서사를 이끌고 있다. 워이커씽의 삶을 통해 독자들은 비로소 역사적 사건들에 다가갈 수 있다. 워이커씽을 견디게 한 것은 음악이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제대로 쓰려면 워이커씽의 영혼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징학살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이미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워이커씽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독자들은 비로소 어떤 기록을 넘어서서 자신과 관계되는, 같이 들여다봐야 하는 비극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된다.”

 

일본군과 홍위병, 덴노와 마오를 인간의 관점에서 통렬하게 비판한 워이커씽은 급기야 자본까지 비판의 칼날을 가차 없이 들이댄다. “일본군과 홍위병의 폭력에는 공통점이 있소. 신적 존재를 향한 숭배요. 신적 존재를 위해서라면 어떤 행위도 용납되오. 신적 존재의 품에 안긴 이들의 눈에는, 그 품에 안기지 못하는 이들이 벌레처럼 하찮게 보일 것이오. 적잖은 사람들은 벌레를 발로 뭉갰다고 해서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소. 그런 신적 존재가 언젠가부터 내 눈에 다시 보이기 시작했소. 그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신이오. 새로운 신이 두려운 것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다는 점이오. 모든 국가, 모든 민족 위에 군림하면서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을 벌레로 만들어버리오. 지금 세계는 새로운 아비규환으로 뒤덮이고 있소. 그 신의 정체가 무엇이겠소. 자본이오. 놀랍지 않소? 신의 실체가 물질이라는 사실이. 지금 인류는 새로운 신이 뿜어내는 휘황한 광채에 싸여 있소. 새로운 신의 시대가 절망스러운 것은 어떤 신의 시대보다 폭력의 형태가 깊고 광범위하다는 사실에 있소.”(242쪽)

 

―우리 삶이 비루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워이커씽의 말은 무섭고 아프다.

 

“지금 자본주의가 돈 없는 사람들은 벌레 취급을 하는 것 아닌가. 일본에는 덴노라는 신이, 중국에는 마오라는 신이, 지금 전 세계는 돈이라는 새로운 신이 있다. 우리가 이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비루함을 좀 많이 느낄수록 좋을 것이다.”

 

―워이커씽은 동아시아 역사문제 해결 방안으로 가해자의 분명한 고백을 전제로, “장자와 나비의 관계를 역사의 희생자와 가해자의 관계에 적용”(240쪽)하는 이른바 ‘장자의 나비론’을 주장하는데. 독특하다.

 

“아이리스 장은 가해자가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서 희생자와 가해자가 한 공간에서 나란히 설 수 있는 것을 간절히 원했다. 그녀가 책을 쓴 것도 일본을 고발하는 측면도 있지만, 가해자와 희생자가 만날 수 있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 것 같다. 아버지가 가해자이고 어머니는 피해자였던 워이커씽 역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안되니까 장자의 나비를 통해서 꿈을 의탁한 것이다.”

 

―일본 역사인식과 중국 전체주의를 동시에 비판하는 일본인 아오키도 흥미롭다.

 

“1인칭 소설의 특성상 모든 사람과 사건은 화자인 ‘나’를 통해서 밖에 볼 수 없다. ‘나’는 워이커씽의 숨은 생애를 다 알 수 없다. 따라서 어머니의 자살에 얽힌 이야기, 태생적인 고통을 견디게 한 음악 등 ‘나’가 도저히 알 수 없었던 워이커씽의 숨은 생애를 밝혀주는 한 인물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아오키였다.”

 

―장국영과 아이리스 장의 죽음이라는 실화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아이리스 장은 실제 난징학살에 대한 논픽션을 쓴 뒤 일본 극우 세력들에게 비난과 협박을 받아왔고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했다. 자신의 아이가 피해를 입을까봐 불안해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을 정도였다. 나중에 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았다. 장국영의 소설 속 행적은 사실과 개연성을 적절히 배합한 결과이다.”

 

―워이커씽마저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워이커씽의 그런 선택이야말로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을까. 어쩔 수 없는 죽음이었고, 운명이었다. 장국영도 아이리스 장도 죽었는데, 워이커씽 역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외할아버지보다 10년을 더 살 정도로 오히려 늦은 면도 있다. 제가 지은 서사이지만, 사실은 그 사람의 운명을 따라간 것뿐이다.”

―이번 작품은 유독 대사가 많은 느낌인데.

 

“만약 워이커씽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 소설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고, 워이커씽에 대한 신비감은 뚝 떨어질 것이다. 1인칭 ‘나’의 눈을 통하기 때문에 ‘나’가 볼 수 없는 워이커씽이 있게 된다. 그게 독자들에게는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을 제공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장편은 1인칭 소설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인칭이 되면 ‘나’의 입장에서 벗어난 서술을 하지 못한다. 결국 어려운 지점은 대화를 통해서 끌어가야 했다.”

 

―이번 소설은 작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제 소설에 대해 관념적이고 어렵다, 읽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이번 작품은 읽는 재미가 다른 소설에 비하면 훨씬 클 것이다. 그것은 워이커씽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파란만장한 인생, 서사적 인물이어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했지만, 역사가 워이커씽을 이끄는 게 아니라 워이커씽이야로 이야기를 이끌고 간다. 워이커씽이라는 인물에 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서사 구조를 갖춘 것이다. 독자들이 서사적 재미를, 즐거움을 많이 느낄 것이다.”

 

부산의 평범한 가정에서 특별하지 않게 성장한 학생 정찬이 불현 듯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중고등학교 사춘기를 지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어떤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당시엔 누구나 가난했기에 가난이 결핍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에도 뭔지 모를 문학에의 경도가 있었으니.

 

“아마 가장 큰 계기는 나에 대한 존재론적인 결핍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가치를 글로 표현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내가 나로서 내가 가진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게 문학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아갔던 것이죠.”

 

동기들보다 2년 늦은 1974년, 서울대 국어교육과에 입학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동기들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머뭇거리게 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문학에 빠져들게 했다. 그는 습작을 시작했다. 시도 쓰면서 한때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정찬 문학의 원점이었다.

 

1953년 부산에서 출생한 그는 1983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중편소설 「말의 탑」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장편소설로 『세상의 저녁』, 『황금 사다리』, 『로뎀나무 아래서』, 『그림자 영혼』,『빌라도의 예수』, 『광야』, 『유랑자』, 『길, 저쪽』, 『골짜기에 잠든 자』 등을, 소설집으로 『기억의 강』, 『완전한 영혼』, 『아늑한 길』, 『베니스에서 죽다』, 『희고 둥근 달』, 『두 생애』, 『정결한 집』, 『새의 시선』 등을 펴냈다. 동인문학상, 동서문학상, 요산김정한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 세계를 조금 설명해 달라.

 

“처음에는 제가 독자였는데, 언젠가부터 내가 원하는 독자를 생각했다. 많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지만, 독자를 늘리기 위한 소설을 쓰지는 않았다. 소설이란, 역사에서 소재를 빌어 오더라도, 결국 캐릭터의 존재론적인 깊이를 통해서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에게) 존재론적 깊이가 없으면 독자들에게 역사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니까.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가, 하는 질문을 깊게 하려고 애썼다.(작품들이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이라는 평도 있더라) 모든 작가들이 그것을 추구하고, 문학의 본령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세계를 묻고 답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짙은 회색의 구름에 웅거한 비들이 두두두두 소리를 내며 검은 물방울 알갱이로 인간 세계를 거세게 들이쳤다. 우리는 서둘러 옆 자리로 옮겨야 했다.

―글을 쓰는 전략이나 방법이 있는가, 언제 어떻게 쓰는가.

 

“일단 글을 시작하면, 오전 오후가 따로 없다. 주로 오전에 글을 쓰고, 좀 지치면 오후 서너 시쯤 집 뒤의 동네 산을 산책한다. 매일 산책하는 편이다. 눈도 맑아지고 좋다. 소설은 장기 노동이고, 체력전이다.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젊은 때는 좀 덜하겠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못쓴다. 욕심을 부린다고 밤을 새면 안된다. 오버하지 않고 체력을 관리하면서 글을 써야 된다.(글이 안써질 때는) 수시로 글이 안 써진다. 가끔 잘 써질 때가 있고, 안 써지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견뎌내야 한다. 글이 잘 안써질 때는 어떡 하느냐는 질문에, 구효서는 쓸 데까지 앉아 있는다고 답하더라. 맞는 대답이다. 방법이 없다. 글이 나올 때까지 견뎌야 한다.”

 

―앞으로 어떤 작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삶이라는 것도 결국 시간 속에서 흘러가고, 책 역시 시간을 못 벗어난다. 언제나 하는 얘기이지만, 시간을 오래 견딜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커피숍에서 사진 몇 컷을 찍은 뒤, 우리는 ‘학림다방’으로 되돌아갔다. 비록 그곳에서 인터뷰는 하지 못했지만, 사진만이라도 찍기 위해서였다. 연신 손님들이 학림다방을 연신 드나드는 속에서도, 그는 포즈 취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부끄럼 없이, 무상하게, 사진이 잘 나올 때까지. 비가 긋다가 자주 그치던 그날, 대학로 학림다방 입구에서 기자의 휴대폰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한 사람이야말로 소설가 정찬이었다. 잘 써질 때야말로 가끔이고 안 써질 때가 대부분이라는,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견뎌내는, 그리하여 마침내 새로운 문제적 인물이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것을 영접하고야 마는.


글·사진=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사진=정찬 소설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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