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입은 의료진 구슬땀
“대기번호 30번까지 이쪽으로 줄 서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3일 만에 4만명을 넘어서며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그간 한산했던 선별진료소를 찾는 발걸음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의료진은 장맛비와 무더운 날씨에도 쉴 새 없이 몰리는 인파에 구슬땀을 닦아내기도 바쁜 모습이었다.
13일 오전 8시50분쯤 찾은 서울 강남구보건소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는 운영 전 이미 50여명이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찜통더위와 장맛비가 겹친 꿉꿉한 날씨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대형 선풍기도 속수무책이었다. 야외 천막 아래 약 50㎝의 간격을 두고 앉아 순서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혔다.
오전 9시 선별진료소가 문을 열자 방역요원들은 천막 입구에서 해외 입국 여부 등을 물으며 안내를 시작했다. 현재 선별진료소에서 무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이는 만 60세 이상 고령자, 확진자의 동거인, 해외 입국자, 기타 의사의 코로나19 소견을 받은 자 등으로 제한돼 있다.
전날 입국했다는 김모씨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줄 알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인데, 이렇게 확진자가 늘어날 줄 몰랐다”며 “다시 예전처럼 대유행이 돌아와 발걸음이 묶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심모씨도 “이미 한번 감염된 바 있고, 몇달간 조용해 잊고 살았었다”며 “‘설마 다시 또?’라는 생각이 들며 피로감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날 서울 중구보건소의 선별진료소 상황도 비슷했다.
이곳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이달부터 찾아오는 이들이 확실히 늘었다”며 “가족이나 지인이 걸린 밀접 접촉자나 해외 입국자로 분류된 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는 대상이 축소되면서 예전처럼 대기 인원이 몰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 (증가) 추세라면 대유행 당시로 돌아가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별진료소 무료검사 대상이 아닌데도 잘못 찾았다 발길을 돌리는 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울 종로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한 외국인은 “이전에는 선별진료소에서 받았었는데,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며 “인근 병원으로 가라고 안내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침이 자주 바뀌어서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달 들어 검사자가 늘면서 현장 의료진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진단검사 장소와 인력까지 줄자 “이 상태에서 재유행이 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방역요원 등은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방역복과 페이스 실드,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지친 표정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실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세에 맞춰 선별진료소 운영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온 바 있다.
서울에서 현재 운영 중인 진료소는 25곳으로, 지난해 11월(87곳·임시 검사소 포함)과 비교했을 때 3분의 1 수준이다.
검사 인력도 축소됐는데, 종로구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에서는 방역요원이 종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만266명으로, 1주일 전에 비해 2.1배 수준으로 급증하자 정부는 재유행에 대비한 방역·의료 대응책을 새롭게 발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50대 등에 확대 시행하고 독려하기로 했다.
다만 영업시간이나 모임 제한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해 도입하지 않기로 했으나 유행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면 선별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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