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L)당 2000원대 고공행진을 하던 기름값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며 1800원대인 주유소까지 등장했다. 소비자들은 기름값이 2000원대 아래로 떨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국제유가 하락세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하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내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14일 뉴스1에 따르면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1900원대 주유소에는 주유하기 위해 대기하는 차만 6대 이상으로 꾸준한 행렬이 이어졌다. 주유소 앞에 쓰인 기름값 안내판이 반가운듯 뚫어지게 보는 차주와 행인들도 있었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김모씨(51)는 "1900원대를 오랜만에 본 것 같아 일부러 찾아왔다"며 "만땅(가득) 채우고 돌아가는 길"이라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직장인 최모씨(45·여)는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한다는 어쩌고 말은 많았는데 계속 2000원 이상이니까 별로 체감이 안 됐다"며 "다른 물가도 너무 비싸서 괴로운 지경인데 기름값이라도 2000원 밑으로 보이기 시작하니 이제야 좀 안정감이 생기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평균 가격은 전일 대비 6.37원 내린 리터(L)당 2066.74원, 경유 판매가격은 전일 대비 4.97원 내린 2112.19원이다.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은 6월30일 각각 리터당 2145원, 2168원으로 정점을 찍고 이달 들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폭이 이달부터 30%에서 37%로 커진 데다가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휘발유 가격이 2000원 아래를 기록하는 주유소들도 속출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인 서울 영등포구 도림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47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저렴했다.
광주 낙원주유소(1897원), 전북 고산주유소(1875원), 전남 굴비골주유소(1895원)는 180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유가 하락 효과로 앞으로 기름값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이날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은 배럴당 96.30달러로 거래를 끝냈다. 6월 중순 12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2~3주가 걸리는 만큼 앞으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름값 하락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불만을 내비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임모씨(38)는 "국제유가가 100달러가 깨지는 등 꾸준히 내려왔고, 유류세 인하도 사상최대 수준인데 기름값은 이를 제때 반영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에너지 소비자단체인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의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시행 전날인 지난해 11월11일 대비 리터당 285.7원 인상됐다. 감시단은 국제유가 상승과 유류세 인하를 반영했을 때 이 기간 휘발윳값 인상 효과는 약 130원인데 이보다 국내 주유소들이 155.7원 더 올렸다고 설명했다. 감시단은 "리터당 130원보다 많이 인상한 주유소는 99.55%(1만696개)로 거의 모두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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