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시작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14일자로 43일째에 접어들며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 이어 정부도 나서 파업 중단을 호소하고 나섰지만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아직 외부적으로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는 임금 인상 30%, 단체교섭 인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교섭에 진전이 없자 하청지회는 파업수위를 높여 지난달 18일부터 배를 띄우는 진수 작업을 방해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부터는 아예 배를 건조하는 작업장인 독(dock)을 점거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선박 제작 선후 공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노사 갈등에 이어 노노 갈등으로 번지면서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정치권이 나섰다.
지난 12일에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하청지회 파업 현장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파업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지난 11일에는 거제 지역구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이, 지난 8일에는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현장을 찾아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리고 파업 43일째인 14일 정부도 하청지회 파업과 관련해 움직임을 보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하청지회가 점거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면 정부도 적극 교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하청지회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지역과 국민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업이 회복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와중에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라며 “위법행위가 계속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공동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하청지회 선박 점거 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그런데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이번 하청지회 파업과 관련해 아직 대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 사무는 국가가 관장해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고는 하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2020년 6월 금속노조 STX조선지회가 파업에 나서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STX조선지회는 사측이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한 자구안에 따른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측과 강대강으로 대치했다.
김경수 전 지사는 열흘째 단식농성 중인 STX조선지회 천막을 찾아 위로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성과를 낼테니 단식은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일주일 정도 지나 STX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노사정 협약식이 이뤄졌다.
또 2018년 성동조선 천막 농성 때에도 김경수 전 지사가 나서 중재자 역할을 해 꼬인 실타래를 푸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날 하청지회 조합원 3명이 정부가 적극 나서 해결해달라며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아직 박완수 경남지사는 하청지회 파업 현장을 방문한 적은 없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금속노조 경남지부 등 지역 노동계 인사들은 이날 오전 박완수 지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박 지사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면담에 참석한 노동계 인사들은 “촌각을 다투는 하청지회 파업에 원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도지사가 공감했고, 중재자 역할로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조선 경기 회복 시기에 이런 사태가 터져 안타깝다. 오늘 논의된 내용을 관계기관에 잘 전달하겠다”며 “함께 노력해 빠른 시일 내에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남도는 박 지사의 대외 행보와는 무관하게 파업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양측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보니 지사께서 관계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파업 해결에 해법을 찾아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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