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이력 없는 60대
해외유입↑… 검역강화 전망
코로나19 오미크론 세부계통인 ‘BA.2.75’ 국내 첫 감염자가 확인됐다. BA.2.75는 지금까지 알려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세부계통 가운데 전파력이나 면역회피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A.5로 유행이 본격화한 상황에 BA.2.75까지 확산하면 코로나19 재유행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BA.2.75 감염자는 지난 1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 거주 60대 A씨다. 질병청은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BA.2.75 변이 의심 검체를 전달받아 전장유전체검사를 통해 최종 확인했다.
A씨는 현재 경증으로 재택치료 중이며, 특이사항은 없다. 감염 가능 기간 중 해외여행 이력은 없다. 이미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퍼져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감염경로 등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동거인 1명과 지역사회 접촉자 3명 중 추가 확진자는 현재까지 없다.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수인 ‘켄타우루스’라는 별칭이 붙은 BA.2.75는 지난 5월 말 인도에서 처음 보고된 뒤 이날 기준 영국, 캐나다, 미국 등 10여개국에서 총 119건이 확인됐다.
전파력이 매우 빨라, 인도 내 BA.2.75 점유율이 지난달 20일 7.9%에서 같은 달 27일 51.35%로 급격히 상승했다. 미국 아칸소주립대는 최근 3개월간 인도 내 BA.2.75 확산 속도가 BA.5 대비 3.24배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BA.2.75는 돌연변이 발생 개수가 이전 변이들보다 많고, 부위도 달라 면역회피력이 더 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증도·치명률은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해외유입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변이 확산 위험은 훨씬 커진 상태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3만9196명 중 해외유입은 338명이다. 전날 398명에 이어 다시 300명대를 기록했다. 해외유입 확진자가 이틀 연속 300명대로 나온 것은 1월 중순 이후 6개월 만이다.
이 때문에 검역 강화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해외 입국자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현행 3일 이내에서 오는 25일부터 1일로 변경하기로 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 불인정, 해외 입국자 격리의무 복원 등 추가 카드가 남아 있다.
정부는 이날 상급종합병원과 간담회를 열고 재유행 대비 병상 재가동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확진자 20만명 발생에 대비해 1400여개 예비병상을 준비해 놓겠다는 계획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대비해 학교 방역 강화를 요청했다.
◆첫 감염자 지역 전파 가능성 커… 중증도·치명률이 관건
전파력이 빠른 것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세부계통 BA.2.75의 유입이 확인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단하기 이르다”면서도 코로나19 재유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며, 중증도·치명률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첫 BA.2.75 감염 확진자는 해외 여행력이 없다. 지역사회 누군가에게서 감염됐다는 의미다. 모든 확진자의 유전자 변이 분석을 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지역사회에 이미 다른 확진자가 존재한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조사를 통해 추가 환자가 있는지, 지역사회 전파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최초 유입 사례에서 N차 전파 초기인지 등을 보면 확산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BA.5가 검출률 35%로 상승하며 조만간 우세종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BA.2.75까지 동시에 발생한 것은 국내 상황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BA.2.75는 BA.5와 BA.4보다 면역회피 특성과 감염 전파 속도가 더욱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하위 변이들보다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많아 바이러스가 더 효과적으로 세포와 결합하는 것이 면역회피 특성이 높은 이유다. 스파이크 유전자 변이 수는 BA.2의 경우 28개인데, BA.2.75는 36개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전세계적으로도 이달 들어 BA.5, BA.2.75 등 하위변이 확산과 방역 규제 완화, 면역 감소 등이 맞물리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등도 정밀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이날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유행 예측’ 보고서를 보면 최선화 연구원은 감염재생산지수(Rt)가 전날보다 30% 증가하면 2주 후인 27일 하루 확진자 수는 8만1267명으로 늘어나고, 4주 후인 다음 달 10일에는 28만8546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정부가 내놓은 예측치는 가장 부정적으로 본 시나리오에서도 8월 말 16만1000명, 9월16일 정점 20만6600명으로, 이보다 작다.
BA.5이 먼저 우세종이 돼 재유행을 일으키고 이후 BA.2.75 유행이 겹쳐서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BA.5가 주도하는 유행이 8월 정점을 맞고, 이 유행이 끝나기 전 BA.2.75가 다시 유행해 쌍곡선을 그릴 수 있다고 본다”며 “올해 들어 BA.1와 BA.2, BA.5로 이어지며 크고 작은 유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BA.2.75가 중증·사망을 끌어올리느냐이다. 해외 분석에서는 BA.2.75 감염자는 대체로 무증상이거나 경증으로 나타났다. BA.2.75가 우세종이 된 인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이는 확진자 증가와 열악한 검사·의료체계 등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추이를 관찰하며 중증화율·사망률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방역 당국과 의료계의 판단이다. 현재는 코로나19 백신과 추가 접종,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예방 대책이 최선의 대응이다.
엄 교수는 “앞서 인도에서 나온 델타 변이처럼 치명률이 높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대규모 분석 결과를 빨리 확보해 대책에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BA.2.75의 중증도 파악과 별개로 국내는 치료체계를 잘 정비하고 갖춰야 한다”며 “투약 대상에 치료제를 적극 처방할 수 있도록 하고, 고위험군은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하게 병상 배정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또 다른 변이가 등장해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