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산업단지)’의 공업용수 취수 문제로 경기 여주시의 불만이 폭발했다. 수십년간 중첩 규제로 고통받아온 지역민에게 다시 희생만 강요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여주시가 관내 남한강 물을 용수로 활용하려는 SK하이닉스를 향해 구체적 상생발전안을 요구하면서 반도체 산단 조성은 발목이 잡혔다.
4일 반도체 업계와 여주시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장을 신축하려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월 공업용수 시설 구축을 위한 인허가를 용인시에 요청했으나 여주시와 이견으로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시와 시의회는 SK하이닉스가 1차 공급분으로 여주 남한강에서 하루 26만5000t의 물을 끌어가겠다는데 반발한다. 시행자 측이 여주에서 남한강 물을 끌어가면 취수에 따른 갈수기 농업용수 부족과 지역발전 지체로 지역의 인구소멸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 관계자는 “여주시는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수도법 등 그동안 남한강을 둘러싼 규제에 꽁꽁 묶여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SK와 여주시 간 상생협력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상생은 한쪽 희생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며 SK하이닉스와 정부, 경기도가 상생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구체적으로 공동주택과 공공임대주택, 산업단지, 연구·개발(R&D)센터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충우 시장도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간담회에서 “큰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며 “특별대책 지역 외 자연보전권역을 성장관리권역으로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SK하이닉스 측은 “공업용수 공급시설과 취수 관로가 설치되는 4개 마을 주민과 지난해 11월부터 협의를 벌여 60∼70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취약계층 사회공헌활동 방안 등도 시에 제시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제안과 별개로 시가 최근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상생방안을 제시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제안해온다면 협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일반산업단지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고당·죽능리 일원 415만㎡에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약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 단지를 조성하고 여주 남한강에서 1차분으로 하루 26만5000t의 물을 끌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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