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불법 점거 파업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입었다며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하청노조를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극한 반발을 의식해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한 피해왔지만 이제 사측도 더는 불법 폭력에 손 놓고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뿐만 아니라 하이트 진로에서부터 전국건설노동조합, 전국택배노동조합 등이 파업을 벌이거나 의사를 밝히는 등 노조의 강경 투재 조짐이 일고 있다.
이에 ‘도를 넘은 불법 파업’이라는 사측의 입장과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 요구’라는 노조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 노측이라고 할 수 있는 직장인 10명 중 5명은 노조의 단체파업이 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의 불법 점거에 손해배상으로 맞서는 사측
25일 재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파업을 진행한 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5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8000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는데, 하청노조의 지급 능력과 작업재개 이후 복구가 이뤄진 점을 고려해 손배소 금액을 낮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500억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다.
임금 30% 인상을 목표로 진행된 이번 파업의 결과가 손배소로 돌아오자 노동자들은 기본권을 말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노총은 입장문을 내고 “대우조선의 소송 제기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과 생존권을 말살하는 행위”라며 손배소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파업을 택한 노동자들을 탄압할 목적으로 소송을 악용한다는 주장이다.
하이트진로도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본사 기습점거로 피해를 봤다며 5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시민단체 손잡고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노조원 25명에게 총액 55억5110만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2억원 상당의 부동산 가압류 2건, 차량 가압류 1건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는 하이트진로의 물류 자회사인 수양물류에 운임 30% 인상, 고용 승계, 공병 운임 인상 등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하이트진로 이천, 청주, 강원공장 등에서 파업을 벌이다 지난 16일부터는 서울 강남 하이트진로 본사에 진입, 로비를 점거하고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과거 사측은 적극적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서기보다는 타협점을 제시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파업이 끝나면 노조를 달래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를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대우조선 파업 때 하청노조가 모든 것을 양보하면서도 끝까지 요구한 것이 ‘손해배상 면제’였다. 하이트진로 본사를 기습 점거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요구한 것도 당초 회사가 제기한 2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 철회였다. 하지만 노조의 불법 점거에 최근 재계는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노조의 불법 점거와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는 향후 노조의 투쟁 방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도 물가 상승을 반영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내달 1일 전국건설 현장에서 일손을 놓기로 결의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도 한진택배를 겨냥해 결의대회와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쿠팡이 한진택배에 맡긴 배송물량 700만개를 자체 배송으로 돌리면서 한진택배 노동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대리점수수료와 부가세, 차량 유지비용, 기름값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택배노조의 설명이다.
◆직장인 10명 중 5명 노조의 단체파업은 “과하다”
직장인들은 노조가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직접 투쟁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의견을 보인다. 투쟁 방식에 대한 인식도 그리 좋지는 않다.
“노조가 있어야 된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굳이 참여까지 할 생각은 없어요.”
30 초반의 택배원 김모씨는 “쿠팡에서 택배 물량이 끊기면 눈에 띄게 월급이 줄어들 것이다. 노조활동을 통해 한진이 보다 많은 물량을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노조의 파업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 김씨는 “입사하면서 대부분 형들이 노조에 가입하기에 함께 가입은 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회사 본사까지 가서 시위를 하거나, 파업까지 하기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이 노조에 찬성하지만 직접 노조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직장인이 적지 않다. 대부분 임금과 복리후생 제도 개선 등을 위해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업무 강도가 높다거나, 불이익을 당할 우려에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6월 15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19세부터 59세 사이의 직장인 1000여명에게 물은 결과, ‘노조활동 자체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편’이라는 응답은 36.9%로 나타났다. ‘노조활동을 별로 지지하지 않는다’가 25%, ‘노조활동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다’는 응답도 6.7%였다. ‘노조활동을 대체로 지지하는 편’이라는 긍정 답변은 31.4%에 그쳤다.
다만 연령별로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차이가 난다. 전반적으로 연차와 직급이 낮은 응답자와 재직 기간이 높은 응답자의 노조 지지 응답이 컸다. 재직 기간이 1년에서 3년 이내의 직장인은 40%, 3년에서 5년 이내 직장인 38.6%가 노조활동을 지지했다. 20년차 이상의 경우 31.7%다. 하지만 15년에서 20년 이내의 직장은은 18.4%만이 노조활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연차 경우 자신의 권리를 찾는 데보다 적극적이고, 20년 차 이상의 직장인들은 최근 임금피크 등 논란의 대응책으로 노조를 지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파업에 대한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파업은 노동조합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라고 선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43.2%, ‘노조의 단체파업은 과한 행동’이라는 응답은 50.3%였다.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기고 있으면서도, 노동자들조차도 절반 이상이 단체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노총 산하 한 지부의 간부는 “최근 젊은 세대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노조활동을 지지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며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당연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인사팀 간부는 “직장인 대부분이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노조도 파업이라는 강경책보다는 대화로 사측과의 관계를 원만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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